박원순 지음

“우리 현대사의 가장 끔찍한 장면인 고문을 통사적으로 기록한 책이나 글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 그것은 우리가 목격한 사실을 기피하는 일이며, 동시대인으로서 기록해야 할 의무의 방기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씨가 ‘국가보안법 연구’ 3부작에 이어 10여 년의 자료수집과 고증을 통해 이 땅에서 자행된 고문의 역사를 기록한 3부작을 펴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 노무현 정부까지 총망라해 1,644쪽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을 담은 책에서 저자는 고문에 대한 역사적 의미, 고문 기법과 이론, 일제의 악명 높은 고문 사례, 군사독재 시절의 용공조작과 인권 유린행위 등을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고문은 과거의 일이 아니며 인권의식이 약해지면 언제든 우리 주변과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치떨리는 인간성 파괴 행위임을 일깨운다. 역사비평사 발행. 1·2권 각각 2만5,000원, 3권 3만5,000원.

우리나라 삼국지/ 임동주 지음

영웅호걸들의 지략과 야망, 처세술이 담긴 역사소설인 중국의 ‘삼국지’, 일본의 ‘대망’,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사 이야기’를 읽을 때면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대하역사소설이 한 질쯤 왜 나오지 않나 목말라 했던 적이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제갈공명과 오다 노부나가 등은 잘 알면서도 고구려의 명재상 을파소나 선비족을 물리친 용장 부분노 등은 잘 모른다. 그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쓰여진 이 책은 주몽의 고구려 건국부터 대조영의 발해까지 삼국 시대의 800년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복원했다. 11년 이상 각고의 노력 끝에 최근 11권으로 완간됐다.

한반도와 광활한 동북 지방을 무대로 펼쳐진 1,200여 명 호걸들의 활약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웅혼한 기상과 민족혼을 보여줘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 동북공정의 허구성을 깬다. 저자는 서언에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려면 먼저 우리 역사 바로 알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겨레의 얼과 잠재력을 배우고, 과거 성공의 비결과 실패 원인을 파악해서 우리의 소중한 경험으로 삼아야 한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마야 발행. 각권 9,000원.

수술교정을 위한 단계별 준비 (Steps of Preparation for Orthognathic Surgery) / 최병택·이지나 공저

사람들이 느끼는 얼굴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서양과 동양이 다르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인의 美의 기준을 연구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치의학적으로 접근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책은 두 명의 치과 교정의사가 턱의 씹는 기능과 아름다운 얼굴 형태에 관해 연구한 치과 전문의학서로 영문으로 출판돼 외국에 진출한 첫 사례이다. 주걱턱이나 무턱, 비뚤어진 턱 등을 수술할 때 첫 준비 단계서 수술 후 마지막 관리 과정까지 체계적으로 안내한다. 특히 요즘 얼굴 성형수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치의학적 수술법과 관련해 전문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성출판사 발행. 14만원.

BBC 구하기

이라크전 참가 이후 영국 정부는 의외의 ‘적’을 만난다. 이라크 반군이 아니라2003년 영국 공영방송 BBC의 길리건 기자가 이라크 정보가 정부에 의해 윤색되었음을 폭로하고 사장 그렉 다이크가 이를 옹호한 사건이 그것.

이후 다이크 사장은 사임했지만 길리건 사건은 미국에까지 타격을 주며 이라크전에 대한 세계인의 시각을 바꿔놓았다. 다이크의 회고록인 이 책은 길리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공영방송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렉 다이크 지음, 김유신 옮김. 황금부엉이 발행. 2만5,000원.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삶은 사막이 되었고, 열정은 권태가 된 시대’의 사랑에 관한 장편 소설. “세상살이는 밤낮없이 연중무휴로 벌어지는 가면무도회와 같은 것. 서로 마음에 드는 마스크와 짝을 이뤄 멋지게 한 바퀴 돌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인가.” 이 책은 ‘파혼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결혼하는 여자’와 세 남자의 관계를 통해 ‘허황되고 어수룩한 오해’일 뿐인 사랑의 의미를 관조한다. 이해경 지음. 문학동네 발행. 9,000원.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의 신상정보가 지금도 인터넷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누군가 그걸 건져 사기에 악용한다면…. 디지털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명의 도용 등으로 자신과 가족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저자는 프라이버시의 심각한 침해 실태를 경고하고 대비책을 알려준다. 마이클 아이엇 지음, 한선형 옮김. 해나무 발행. 1만1,000원.

이사야 벌린의 지적 유산

20세기 영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정치철학자인 이사야 벌린을 추모하는 학술회의에서 벌린의 사상과 삶의 궤적을 놓고 세계 석학들이 벌인 지적 논쟁을 담은 책이다. 자유와 평화를 신봉하는 벌린이 세계에 남긴 유산은 ‘가치들 사이에는 서로 해소할 수 없는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일원주의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마크 릴라 등 편집, 서유경 옮김. 동아시아 발행.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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