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운예술단, 올해 두 번 취소 후 깜짝 무대… 중국 당국 압력 있었던 듯

올 초부터 급작스런 공연 취소만 잇달아 두 차례, 이번에도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하고 단 이틀간의 공연, 관객들 성황….

세계적인 중화정통예술단인 신운예술단의 한국 공연이 깜짝 ‘도둑(?) 공연’으로 이뤄져 화제다. 미국 출신 화교들을 중심으로 창립된 예술단체인 신운예술단은 고전을 주제로 신전(神傳)문화를 구현하는 창작물을 선보이며 화려한 의상과 무대 배경화면, 미적 감각이 뛰어난 무용과 음악으로 세계에 명성을 날리고 있다.

전 세계 30여 개 도시를 돌며 80여 차례 순회 공연 중인 신운예술단의 방한 공연이 유명세에 어울리지 않게 한국에서 취소된 것은 올해 벌써 두 번째.

지난 1월 NTD TV 한국지사 초청으로 국립중앙극장에서, 이어 4월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대관 일정이 연거푸 취소돼 모두 외압 논란을 빚었다.

당초 공연 장소로 확정된 코엑스 오디토리움의 경우 공연 계획 발표 후 중국대사관의 압력을 받은 코엑스 측이 공연을 한 달 앞둔 3월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NTD TV 한국지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연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4월 19일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신운예술단의 코엑스 공연이 외교마찰 및 무역관계에 지장을 가질 우려가 있다’는 코엑스 측의 주장을 “이유없다”며 “공연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대관 취소는 해지 사유가 없어 무효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코엑스 측은 공연의 규모와 성격이 대관 장소와 맞지 않은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번에도 공연 장소로 확정된 돔아트홀 말고 제2, 제3의 장소를 비밀리에 물색해 놨습니다. 또 외압으로 취소될 경우를 생각해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 둔 것이지요.” NTD TV 한국지사 원유동 대표는 공연 성사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신운예술단은 4월 24, 25일 어린이대공원 내 돔아트홀에서 모두 3차례 공연을 벌였고 국내에 거주하는 화교들을 비롯, 객석은 연속 매진됐다.

굳이 중국 정부까지 나서 미국의 화교예술단 공연을 막는 이유는 뭘까. 우선 신운예술단의 공연 주제. 공연은 중국 5,000년 문화의 한 줄기인 신전문화를 바탕으로 깔고 있는데, 이 부분이 종교와 신을 부정하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배치된다는 것.

이에 대해 테너 성악가인 관구이민 예술단 단장은 “중국 정부는 인민들이 무엇이 진정한 5,000년 역사인지를 아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때문에 중국의 전통 문화가 깡그리 파괴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중국이 이 공연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NTD TV 주최 때문이라는 주장도 들린다. 미국에 거주하는 화교들이 중심이 돼 창립된 위성방송사인 NTD TV는 영어는 물론 중국어로 전 세계 화교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위성 수신 안테나만 설치하면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손쉽게 시청할 수 있어 중국 당국의 통제나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TD TV 측은 “실제 방송 내용이나 공연에서 중국 정부에 반하는 정치적인 노선이나 성향은 없다”며 “그런데도 견제를 심하게 받는 것은 당국의 통제권 밖에서 중국어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뉴스를 송출하는 방송사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압설에 대해서는 “일본이나 호주에서도 중국 대사관측에서 압력을 행사했지만 공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외압이 받아들여져 한국 정부가 저자세 외교를 펴는 것 같다”고 섭섭함을 표시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