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심리학' / 이철우 지음/ 더난출판 발행/ 1만2,800원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이 말은 실제 전쟁터에서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맺는 곳, 사회라는 전쟁터에도 딱 들어 맞는 명언이다.

하지만 상대방보다 더 알기 어려운 것이 ‘나 자신’이란 사실은 누구든 쉽게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도 모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저자는 먼저 우리가 자신에 대해 비현실적일 정도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지적한다.

대한민국 정치인의 98%가 자신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66%만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는 한 설문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특히 관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을 알려준다.

번개 두 번 맞을 확률이라는 로또복권을 사는 심리에도 ‘나만은’ 운이 좋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숨어 있다.

자기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는 폐쇄해 버리는 무지막지한 독재자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독재자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부정적인 정보는 아예 잊어버리고 긍정적인 정보만 취사선택해 착각에 빠져 지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는 이 같은 필터가 정 반대로 작용해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처럼 ‘과포장된’ 내가 아니라 진정한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가지 심리 테스트와 일상 생활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사례 등을 통해 ‘나 자신도 모르는 나’를 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입체적으로 제시한다.

일례로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 방영돼 화제가 됐던 심리 테스트가 있다. 자신의 이마에 알파벳 ‘E’자를 써보는 것이다. E자를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좌우를 거꾸로 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공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이다.

반대로 자기 머릿속에서 읽는 대로 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사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이다. 공적 자기의식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은 종종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1대1 관계에서 상대방을 의식하다 보면 제대로 된 연애조차 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남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를 의식적으로라도 더 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맺는데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이 책은 ‘자기 개시’를 제시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뜻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저자는 형식적인 인간관계를 극복하고 남에게 자신을 드러낼 때 건강한 정신과 성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친구가 있어 서로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지내는 사람들은 배우자의 죽음이나 엄청난 자연재해 등 스트레스를 강하게 주는 일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블로그(http://umentia.com)를 통해서도 흥미로운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을 읽은 후 사회심리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한번 방문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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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