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도 신 지음 / 김미령 옮김 / 미디어2.0 발행 / 1만원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대유괴>가 1978년 출간된 지 약 30년 만에 한국에서 번역돼 나왔다.

<주간문춘> 선정 20세기 미스터리 베스트 1위를 차지한 이 소설은 이미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여러 번 제작됐고, 올 가을 개봉할 김상진 감독의 코미디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원작이기도 하다.

어느 날 집을 나선 기슈 지방 최대의 갑부 야나가와 도시 여사가 3인조 유괴단 '무지개동자'에게 납치된다.

그러나 유괴범이 5,000만엔의 몸값을 제안하자 할머니는 "난 그런 싸구려가 아니야"라면서 오히려 100억엔이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제시한다. 돈 무게만도 1.3톤. 현금 운송용 대형 트렁크 50개 분량이다.

이런 몸값을 대체 어떻게 받아낸단 말인가. 천재 할머니는 잡범에 불과한 유괴범들을 직접 지휘하면서 몸값 협상과 운송 작전을 시작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에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 왜 야나가와 여사는 자진해서 100억엔이라는 큰 돈을 요구하라고 제시했고, 국가를 상대로 두뇌싸움을 벌였을까? "조국은, 나에게 무엇이었지?"라는 여사의 말은 어떤 의미인가.

휴대폰도 문자메시지도 없는 옛날 이야기지만, 뻔한 살인사건에 뻔한 탐정이 등장하는 뻔한 추리소설에 질린 독자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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