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메주 만들기등 정감어린 체험 프로그램 풍성

단양에는 팔경이 유명하다. 가을에는 화려한 산수화처럼 빛나고 겨울에는 담백한 수묵화처럼 겸손한 단양의 경승지들은 단양을 찾는 이들에게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한다.

이런 단양의 팔경 가운데 오경이 모여 있는 곳이 단성면 일대.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가 열흘이나 고민해도 딱히 그 모습을 그려내지 못하다가 1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림에 담을 수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절경, 사인암이 있다. 심산구곡의 전형을 보여주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도 이 지역에 모여 있다.

■ 황정산은 공민왕의 피신처

이렇게 물 좋고 산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명품이 태어난다. 사인암에서 방곡마을로 넘어오는 빗재길 동편에는 황정산(959m)이 있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들기도 했다는 이 산을 바라보고 앉은 방곡마을에서 그릇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조선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밭에서 돌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백자 파편, 그리고 구점, 아랫점, 웃점, 사기점 등의 지명에서 이 마을이 그릇 생산지였음을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마을이 그릇과 연을 맺게 된 것은 흙과 소나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달리 도구가 없던 시절 흙을 녹여 그릇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불의 힘을 얻으려면 소나무가 최고였다고 하는데 황정산에는 조선 숙종 때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세웠을 정도로 인근의 산에 질 좋은 소나무가 지천이었다.

이런 방곡마을에서 만들어진 그릇은 서민들을 위한 생활 도기들이었다. 알려지기로는 방곡마을의 전성기는 놋쇠그릇이 징발 당하던 일제 시대였다고 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사기그릇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개발로 생활도자기의 수요가 줄어들고 도공들은 살길을 찾아 떠났다. 가마가 헐린 자리에는 콩밭이 들어서고 가을에는 감자 꽃이 가득해졌다.

잊혀졌던 방곡마을에 도공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은 1994년. 단양군청이 방곡도예촌을 세우면서부터다. 그리고 십 수년이 지난 지금은 도자기 전시관부터 도자체험관까지 만들어 단양의 방곡도자기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현재 방곡마을에는 10여개가 넘는 도요가 있다. 각 도요에서도 투박한 사기그릇으로 차를 마시며 도자기를 구경하고 구입도 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방금 불을 뺀 가마 안에서 서서히 식어가는 도자기도 구경할 수 있으며 도자기에 일생을 건 장인들에게서 직접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도자기 가격도 간단한 그릇 등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된다. 하루 체험부터 도예전시장, 장작가마터 및 관광명소까지 돌아보는 1박2일 코스까지 있을 정도로 다양한 도자기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손으로 모양을 만드는 수공성형부터 본격적으로 물레를 돌려 만드는 물레성형까지 배울 수도 있으며 직접 만든 도자기를 가마에 구워 보내주기도 한다.

하루 체험의 경우는 3시간 기준으로 초등학생 5,000원, 중고등학생 7,000원, 일반인 10,000원을 받는다. 1박2일 체험은 하루 체험비에 1인당 숙박비 5,000원만 추가하면 된다. (문의 방곡도자교육원, 043-421-5020)

■ 물 좋고 산 좋아 장수촌

물 좋은 땅인 탓에 방곡리에 사는 사람들은 유난히 장수한다. 여기에는 우리 콩으로 만드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토종 먹거리의 힘이 뒷받침되고 있다. 방곡리의 또 다른 자랑 가운데 하나는 ‘장익는 마을’. 이 곳에서는 콩 농사부터 시작해 타작한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들어 장을 만드는 작업을 직접 구경할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농촌여성 일감 갖기 체험장에서 시작된 장익는 마을은 한 해 콩 300가마를 메주와 두부를 만드는 제법 큰 규모로 발전했다.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나 되었다는 장학이 대표(56)의 말끝에서 장 맛 만큼이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장익는 마을에 가면 두부도 만들어 먹고 고추장, 간장을 직접 담아가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보통 가족단위로 운영이 되는데 두 가족 정도가 찾아가면 두부 만들기,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체험과 장작불에 고구마 구워먹기 등 정감 넘치는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일반 고추장과 친환경 고추장, 마늘 고추장 등 다양한 고추장 가운데 한두 가지를 골라 직접 만들어 올 수도 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계속 거래해오고 있는 생협 등 거래처로 나갈 제품들을 만들기 때문에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체험이 가능하다. (문의 장익는마을, 043-422-5790)

■ 소남백이정식, 구수한 청국장 맛 일품

방곡도예촌 안에 있는 펜션 겸 식당인 소남백이(043-421-0949)를 찾아가면 제대로 맛을 낸 청국장을 맛볼 수 있다. 깊은 산에서 나는 산채를 도자기 그릇에 담아 먹는 별스러움과 청국장의 구수한 맛에서 우리 음식의 제 맛을 찾을 수 있다. 소남백이정식 1만원(2인분부터 가능)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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