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리아따 스테이크와 칭기알레 파스타
지금부터 12년 전인 1995년. 캐나다 유학생이었던 김정학(크리스 김)씨는 밴쿠버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 하나를 운영했다. 워낙 이탈리아 메뉴를 좋아했고 음식에 관심이 많은 김씨가 과감히 시도해 본 도전이다. 당시 함께 일했던 셰프(조리장)는 이탈리아인 산티노 소르티노이다.

그리고 지금 서울 이태원 대로변에 자리한 레스토랑 하나, ‘소르티노’. 밴쿠버의 그 셰프가 자신의 이름을 따 붙여 만든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최근 길 건너편에 새로 들어선 또 다른 레스토랑 이름은 ‘빌라 소르티노’. 역시 그 셰프가 김씨와 파트너가 돼 새롭게 오픈한 곳이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셰프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는 셰프도 같이 지분을 투자한 곳이 대부분인데 그만큼 음식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소르티노도 마찬가지.

밀라노에서 태어나 5살 때 캐나다로 이민간 소르티노는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음식을 배웠다. 정통 이탈리아식 메뉴가 그가 자랑하는 솜씨.

“한국 사람 입맛에 맞게 퓨전화된 이탈리아 음식도 많잖아요. 그건 캐나다나 런던에서나,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는 거의 변함없는 순수 정통 이탈리아 입맛만을 식탁에 선보인다.

그가 내놓는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인 ‘딸리아따’. 최상급 와규 등심을 그릴에서 ‘미디엄’으로만 구워낸다. 처음 보면 윗 부분에 까만 소스가 끼얹어져 있는 ‘블랙’ 이미지라 ‘굽다가 태웠나?’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한 조각 잘라 맛을 보면 고소함과 향긋함, 달콤함까지 한 입에 어우러진다.

고기 위에 뿌려진 검은 색 소스는 다름 아닌 ‘데미그라스 소스’. 소뼈를 오븐에 바짝 구워 물에 넣고 4일간 졸여낸 진국이다. 마치 사골뼈나 양지로 깊은 맛을 낸 우리네 탕처럼 소스에서도 ‘뜨거운 열과 시간을 통과하며 거쳐 나온’ 깊고 깊은 맛이 전해진다.

그리고 소스 위에 역시 까맣게 그을린 ‘지푸라기’ 처럼 보이는 것은 ‘타임’이라는 허브이다. 고기 위에 얹고 같이 구웠기 때문에 적당히 같이 굽혀져 더 깊은 향을 뿜어내 준다.

소르티노는 피자를 이탈리아 중에서도 ‘로마식’으로만 굽는다. 밀가루 반죽(도우)가 얇아 메마른 듯 바삭바삭한 것이 그가 고집하는 맛. 반대로 나폴리식 피자는 도우가 더 두껍고 수분이 많다. 피자를 굽는 주방의 화덕 내부 열기라기보다는 바닥의 열을 이용해 굽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이탈리아어로 ‘빌라’는 대저택도 의미한다. 단어처럼 이 곳 역시 대저택처럼 꾸며놓았다. 거실 같은 메인 다이닝 홀, 길다란 바와 스탠딩 테이블이 놓여진 편안한 이미지의 라운지&바, 그 사이에 있는 조그만 공간인 세컨드 다이닝 홀, 그리고 편안한 소파가 널찍하게 놓여진 2층 홀 등.

특히 ‘칸티나’라 불리는 와인 셀러는 또 하나의 다이닝 홀이기도 하다. 각종 와인 병들이 가득 놓여진 ‘창고’임에도 정찬을 즐기는 다이닝홀로 애용된다. 마치 유럽의 오래된 와인 창고에 들어와 있는 듯 하다. 델리에서는 매일 빵과 케이크, 과자, 초콜릿, 디저트까지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

실내 전체는 연한 노랑과 베이지색에 가까운 톤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토스카나의 웬만한 집이나 빌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이라고 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다 최근 홍익대에서도 강의를 시작한 유명 디자이너인 안드레아 베끼아의 작품이다. 천장에 마치 벽돌을 쌓듯 나무를 층층이 놓은 것도 토스카나의 실링(천장)방식이다.

벽에 걸린 미술 작품들도 상당한 수작들로 보인다. 모두 셰프인 소르티노의 아버지 카르멜로 소르티노씨의 회화들이다. 그는 지금 시애틀 하와이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유명 갤러리에 자신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유명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메뉴

물소 모짜렐라치즈와 프로슈또(이탈리안 햄), 르꼴라가 나오는 토니 카프레제 등 안티파스타와 수프는 7,000원부터. 칼국수처럼 길다란 페투치니면과 멧돼지 고기로 만든 소스, 멧돼지 소시지가 나오는 칭기알레 등 파스트류는 1만5,000원부터. 스테이크는 3만3,000원부터.

■ 찾아가는 길

이태원 소방서 길 건너편 대로변. (02)553-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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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