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본래의 맛에 외지인 발길 잦아'자하손만두' 수준급 만두 명가, '클럽 에스프레소' 원두 진한 맛'계열사' 치킨, 감자튀김 명성, 오로지 김치찌개' 천연재료 사용'천진포자' 부추·고기만두 으뜸

자하손만두
부암동(付岩洞)이란 이름은 '부암(付岩)'에서 비롯됐다. '부암'은 부암동 134번지에 있던 바위 이름이다. 젊은 여자들이 이 바위에 다른 돌을 자기 나이만큼 문질러, 돌이 바위에 붙으면 아들을 얻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아들을 얻을 뿐만 아니라 더러는 집 나간 아들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해서 '부암'이라고 했다 하나 실제 어느 정도 효능(?)이 있었는지는 물론 알 수 없다.

이 일대는 서울의 서북면 지역이다. 동소문을 통해 연결되는 동북 면은 양주와 지금의 의정부 일대와 연결된다. 한양도성으로 땔감 등을 공급하던 곳이다. 서북면 지역은 조선시대에 높은 벼슬아치들의 '별서(別墅)'가 있던 지역이다. 별서는 오늘날의 별장과는 달리 소박한 구조를 가졌다. 작은 농장이 있고 책을 읽을 공간이 있는 규모의 작은 별장을 이른다. 조선 후기에는 이 지역에 고위직 관리들의 근사한 별장도 들어섰다.

조선 철종, 고종 무렵 고위직을 지냈던 김흥근의 호화 별장이 바로 이 지역에 있던 삼계동정자(三溪洞亭子)다. 이 정자를 흥선대원근이 빼앗아 석파정(石坡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때도 '별서'라고 불렀지만 사실은 호화로운 별장이었다.

부암동은 부암동, 신영동, 홍지동 일대와 연결되어 있다. 부암동 일대의 북쪽에 세검정이 있다. 한때는 이 지역을 세검정동이라고 불렀다. 현재도 부암동과 세검정 일대는 연결돼 있다. 부암동에서 상명대 쪽으로 가다가 만나는 삼거리가 바로 세검정 삼거리다.

지금 부암동은 등산로로 연결되는 입구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 한양 도성 성곽 순례의 시작점으로 부암동 일대를 찾는다. 아기자기한 카페도 있고 크고 작은 음식점들도 가볼 만하다.

천진포자
''의 '자하'는 '자하문(紫霞門)'에서 따온 이름이다. 1993년 인왕산을 개방할 무렵 문을 열었다. 이제 20년의 업력을 넘긴 셈. 처음에는 가정집에서 만두를 빚어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팔았다. 등산객들이나 동네 주민들이 아니면 이 지역에 오는 사람들이 없었던 시절이다. 지금은 2층 가정집을 전체를 식당으로 확장했다. 수준급의 만두를 내놓는 만두의 명가가 되었다. 조미료, 감미료 사용이 절제되어 있다. 담백하고 깔끔한 서울, 중부지방 음식이다.

떡 만두국의 조랑이 떡국 때문에 개성식이라는 여기는 이들이 있다. 음식은 서울, 중부지방 식이다. 다양한 만두가 나오는 모둠만두가 인기 있다. 이제는 보기 힘든 '편수'도 만날 수 있다. ''에서 반드시 맛봐야 하는 메뉴다. 더운 여름철, 쉽게 상하는 재료인 고기와 두부를 빼고 채소만으로 속을 만들어 넣은 만두다. 아삭하고 깔끔하다.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한식의 지혜가 녹아들어 있는 음식이다. 후식으로 나오는 수정과도 달지 않고 시원하다. 예약이 필요하다.

'클럽 에스프레소'는 수준급의 커피 전문점이다. '에스프레소'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때 이미 가게에서 직접 원두 로스팅을 시작했다. 지금은 연구소와 생두창고까지 갖추고 있다. 다양한 원두를 취급한다. 원두를 골라서 맛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통신판매도 하고 있다. 로스팅한 원두는 물론, 생두도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커피도구를 보는 것도 재미다.

요즘은 '핸드드립'이 유행이지만 '클럽 에스프레소'는 고압 추출방식인 에스프레소에 무게를 둔다. 드립커피는 섬세하게 커피 원두가 가진 풍미를 끌어낸다면 에스프레소는 커피 원두 자체의 맛과 향을 진하고 무겁게 뽑아낸다.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바리에이션 커피'를 권한다.

'계열사'는 독특한 이름부터 눈에 띈다. 이름만 보면 무슨 가게인지 짐작하기 힘들다. 예전 이름은 '치어스'였다. 치킨 집이다. 서울의 '2대 치킨' '3대 치킨'을 논할 때 늘 빠지지 않는 집이다. 부암동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부터 대기 줄이 길었다. 일반 동네 치킨 집과 별다른 점이 없는 허름한 가게다. '계열사'의 치킨은 포장을 한 다음 집에 가서 먹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식었을 때 오히려 더 맛있다는 소문이 손님을 모았다.

오로지 김치찌개
치킨 못지않은 '비밀무기'는 감자튀김이다. 평범한 '웨지포테이토'로 보이지만 맛이 대단하다. 모양도 없이 얼기설기 썰었지만 크고, 맛있고, 푸근하다. 감자의 맛이 제대로 살아 있다.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서 치킨을 먹는다는 이들도 많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다.

''는 부암동 산길 아래 큰길가의 작은 김치찌개 전문점이다.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주력이다. 따로 김치찌개를 끓이지 않고 주문받으면 큰솥에서 덜어낸 다음 뚝배기에 끓여서 내놓는 방식이다. 화학조미료나 감미료 없이 깔끔하게 만드는 김치찌개다. 단맛이 강하지만 불편하지 않다. 배추와 천연식재료의 단맛이다. 썰어서 담은 김치를 사용한다. '조미료 없이 만든 담백한 김치찌개'로 입소문이 나면서 제법 유명한 식당이 되었다. 내부는 작지만 깔끔하다. 재봉틀 테이블로 만든 식탁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반찬도 간소하지만 깔끔하고 모두 제 맛을 낸다.

삼청동에서 이름을 얻은 ''도 갈 만한 곳이다. 잘 만든 중국식 만두다. 몇 가지 종류의 만두가 있지만 부추만두와 고기만두가 제일 좋다. 부추만두에는 부추가 잔뜩 들어있다. 고기만두는 육즙이 가득하고 식어도 역한 고기냄새가 나지 않는다.


계열사 치킨
클럽에스프레소 코코아(왼쪽)와 브라질과수페농장펄프드내추럴.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