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구한 국내산 생아귀 사용…조미료 안 쓰고, 최상의 맛 유지

‘차원 다른 ’ 소문 자자… ‘착한 ’선정돼 더 유명해져

포항의 국내산 생아귀로만 요리…, 국산 고추 고집

도 많이 찾아…‘푸아그라보다 낫다’는 별미

'부산'의 서차야 대표
음식장사만 29년째. 올해 예순두 살. 결혼 후 한평생 음식 장사를 했다. 백반, 추어탕, 돼지 삼겹살 등을 거쳐 아귀 전문점. 18년째다. 잠깐 슈퍼마켓도 해봤다. 음식점 운영 30년. 외길 인생. 듣기는 그럴듯하지만 ‘외길 고집’은 쉽지 않다. 경북 포항 ‘부산’의 서차야 사장을 만났다.
'부산'의 외부 모습.
우연히 가게를 얻었는데 아귀 집 간판이 있었다

통속적인 질문이다. “왜 아귀 전문점을 하게 되었는가?” 던질 만한 질문인데 막상 대답을 듣고 보니 우문(愚問)이다. 대답? ‘우연히’다.

유명한 전문점이다. ‘국내산 생 아귀 전문점, 부산’이라고 간판에도 큼직하게 써 붙였다. 국산, 그중에서도 생물이다. 선도는 물론이고 맛있다.

조미료 쓰지 않는다. ‘조미료 넣지 않고 맛없는 음식을 내놓는 것은 죄악’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음식. 맛있어야 한다. 조미료를 넣든 말든 우선 맛있어야 다시 찾는다.

이 집의 아귀, 콩나물, 백김치를 먹고 나서 ‘내 인생의 ’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다. “그동안 내가 먹었던 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어봤다는 이도 있다.

‘채널A_먹거리X파일, 착한식당’에도 선정되었다. 조미료를 쓰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맛있다. 그래서 ‘착한식당’으로 선정됐다.

‘부산’. 유명한 집이다. 수준급이다. 소비자들, 모르는 것 같아도 귀신같이 안다. 맛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손님들이 꾸준히 줄을 잇는다. 뭔가 비법이 있을 법하고, 을 전문적으로 내놓는 사연이 있을 법하다.

아귀찜
대답은 허망하게도 ‘우연히’다.

“진짜 우연이죠. 지난번 가게 터를 얻을 때 전 주인이 쓰던 간판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 간판이 간판이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죠. 좋은 생물을 가져다 잘 손질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겠다. 그래서 을 메뉴로 정했습니다.”

삶이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우문에 현답이다.

백반집, 추어탕집, 삼겹살집. 가게는 먹고 살 만큼만 굴러갔다. 지금 집도 마찬가지. 겉으로는 요란하다. 손님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남은 것은 온몸의 통증이고 손목이 붓는 고통뿐이다.

신념, 외길? 그런 것보다는 매일 만드는 음식에 온 힘을 쏟는다.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아귀찜과 반찬들
평생 일복은 터졌다

고향이 포항 인근의 기계다. 기계는 원래는 영일군에 속했다. 영일군이 포항으로 편입되면서 포항시 북구 기계면이 되었다. 농촌지역이다.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답게 어린 시절부터 죽도록 일했다. 꽃다운 청춘이라고 하지만 결혼하기 전에는 콩, 보리, 고추 등 농사를 지었던 기억밖에 없다. 가난한 살림살이다. 당장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판에 학교를 다니는 것은 사치다. 공부도 많이 하지 못했다.

1979년, 스물네 살에 결혼했다. 남편은 원주 출신. 포항으로 일하러 왔다가 만났다. 아들 둘을 두었다. 아들들은 다행히도 제대로 공부시켰다. 잠깐 며느리가 “어머님 가게를 물려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도 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아들 내외는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들 둘이 모두 공무원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서른을 넘긴 아들은 가게를 물려받기는커녕 “어머니도 이제 식당일 더 하지 마라”고 말리고 있다.

결혼 후 슈퍼마켓도 5년 정도 운영했다. 힘든 일이었다. 오래지 않아 식당을 시작했다. 백반이나 추어탕 등을 내놓는 식당.

“어디서 음식 하는 걸 배울 곳도 없었고, 누구나 다 하는 방식대로 하면 된다고 믿었지요.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 곁에서 음식 만지는 걸 본 게 모둡니다. 부엌에서 친정어머니 곁에서 일 도우며 한두 마디씩 주워들은 게 전부지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당시는 어느 집이나 비슷했을 거예요.”

비법이나 레시피? 없다. “좋은 재료 쓰고, 정성껏 만들면 맛있는 음식이다. 음식 재료 속이지 마라. 어렵다고 음식 만드는 과정 줄이지 마라”. 지금 표현으로 정리하자면 이 정도의 이야기였을 터이다. 평범한 표현이다. 진부하다. 하지만 지금도 서차야 대표가 지키고 있는 스스로의 원칙이다.

약수물로 담근 백김치
수돗물, 정수기 물, 산골의 약수는 각각 달랐다

늘 정해둔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온다. 백김치. 전문점의 흔한 반찬도 아니다. 가게를 시작하면서 늘 약수 물을 길어 와서 백김치를 담갔다. 물을 길어오는 곳도 일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착한식당’ 검증 당시의 일이다. 막 검증이 끝났다. 검증 팀의 “백김치가 맛있다”는 말을 듣고 촬영 팀이 세 종류의 백김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하나는 수돗물, 또 하나는 정수기 물, 그리고 마지막이 평소 하던 대로 약수 물로 담근 김치.

“한 번도 약수 물 이외의 물로 김치를 담근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으니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을 사용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요. 그때 촬영 팀하고 다른 물로 백김치를 담그고 나서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약수 물로 담근 백김치가 확실히 맛있더라고요.”

백김치는 별다른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다. 소금이 가장 강한 양념이다. 별다른 맛이 없으니 발효, 숙성의 맛만으로 결정되는, 까다로운 김치다.

여전히 약수 물 김치를 고집하고 있다. “차라리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백김치를 만들어 팔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우문’에 대해 서 대표는 대뜸 “서울 같은 대도시에 약수 물이 있느냐?”는 진지한 ‘현답’을 내놓는다.

국산 고추는 비싸다. 웬만한 가게는 중국산과 섞어서 사용한다. 2017년 국산 고추 값은 웬만한 고급 식당에서도 감당 못할 정도였다.

“가격은 적정하게 조정해서 지난 늦가을에 이미 마른 고추 400부대를 장만해두었습니다. 15년 동안 가을이면 마른 고추를 구합니다. 우리나라 고추 맛을 아는데 어떻게 외국 고추를 사서 섞습니까? 을 만들어보면 맛이 다른데요.”

아귀 수육
아귀 없는 날은 노는 날

아귀 사용량도 적지 않다. 매일 4∼5kg 짜리 아귀 60∼70마리를 사용한다. 가까운 곳에 포항 죽도 시장이 있다. 오랫동안 거래한 곳에서 미리 아귀를 ‘맞춰’ 온다. 죽도 시장에서도 가장 크고 오래된, 아귀를 전문적으로 내놓는 곳이다. 바람 때문에 배가 못 나가면 아귀도 없다. 바람 불어 아귀 없으면 가게는 노는 날이다.

아귀는 심해어다. 생긴 모습도 흉측하지만 뼈도 억세다. 아가리가 몸 전체의 절반이다. 입만 큰 녀석이 뼈가 억세니 손질하기 쉽지 않다.

“한때 아귀 손질도 직접 해봤는데 뼈가 억세니 손질이 쉽지 않습니다. 4∼5kg 정도면 중간 크기인데 이것도 만지기 힘듭니다. 꼬리는 특히 뼈가 억셉니다. 아귀 손질하다가 주방에서 다른 일을 못합니다. 손질 후 청소하는 것도 큰일입니다.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대로 아귀를 손질해주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받아옵니다. 포항 죽도 시장에서 아귀를 제일 잘 만지는 곳입니다. 신선도도 물론이고요.”

더러 아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평 전화를 한다. 상대의 대꾸는 일정하다. “서사장, 니 참 ‘벨나데이’”다. 친분이 있으니 ‘행님’으로 부른다. “니 봐라, 아귀 손질 한다고 행님은 팔이 아파 죽을 지경인데 겨우 전화해서 아귀가 어떻다고? 아이고, 니, 참 벨나데이”라는 말이다.

흔히 마산이 아귀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마산 과 다른 지역의 아귀는 다르다. 포항도 마찬가지. 포항의 은 생 아귀를 사용하고, 마산의 은 마른 아귀, 건 아귀를 사용한다. 포항 은 신선한 아귀의 맛을 살리고 마산 지역은 발효, 건조, 숙성된 아귀의 맛을 살린다. 마른 아귀에서 나는 나쁜 냄새를 잡기 위하여 ‘시금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시금장은 보리등겨 된장이다. 속성 된장 중 하나.

신선한 아귀 간
아귀 간은 푸아그라보다 낫다?

포항 ‘부산’은 아귀의 맛을 살리는 쪽이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는 아니다. 마산의 과 포항 ‘부산’의 맛은 ‘다르다’고 표현해야 한다.

“신선한 아귀를 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요. 양념을 더하는 것은 주방에서 할 일이지만, 좋은 아귀를 주방에서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주방에서 신경 쓰는 것은 신선한 아귀, 잘 손질한 아귀를 들여오는 일입니다. 다음이 조리하는 과정이지요.”

신선한 아귀를 18년 동안 매일 보고, 만졌다. 아귀는 잡는 방식에 따라, 잡은 후 어느 정도 시간을 보냈는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 보고, 만져보고, 요리해보면 아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귀 간이 푸아그라보다 낫다는 이도 있는데, 제가 푸아그라를 먹어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고(웃음) 그중에서도 은 진짜 맛있습니다. 과 수육 중 어느 것이 맛있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둘 다 맛있지요. 신선한 아귀를 잘 손질해서 음식으로 만들면 모두 맛있지요. 수육은 수육대로, 찜은 찜대로 각각의 맛이 있지요.”

손님은 많다. 방송 출연 전에도 단골 중심으로 손님이 많았고, ‘착한 ’ 출연 후에도 손님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음식 만드는 일은 자신이 있는데 가게 얻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하는 일에는 영 젬병입니다. 두 번 이사했는데 한 번도 권리금을 제대로 챙긴 적이 없습니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서 저는 못 받고 나오는 일을 두어 번 되풀이했습니다. 7000만 원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서 1000만 원 겨우 받고 나온 적도 있지요. 을 한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아들 둘 공부시키고 그동안 먹고 살았고요.”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포항 맛집 4곳]

할매식당

한상차림으로 내놓는 평범한 밥집이다. 반찬에 여러 가지 생선이 등장한다. 갈치조림이 좋다. 가자미 구이도 내놓는다. 1만5000원∼2만 원 대의 생선 위주 밥상차림.

까꾸네모리국수

‘모리국수’는 포항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해물국수’다. 여러 종류의 잡고기를 넣고 끓인 국수다. 바닷가의 서민적인 음식.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시도해볼 것.

울릉천부식당

물회가 유명한 포항에서 등 푸른 생선을 이용한 무침회를 내놓고 있는 집이다. 물회도 있다. 맛이 강하고 기름기가 많은 등 푸른 생선을 이용한 무침은 특이한 맛이 있다.

다모리콩밭콩국수

자가 재배한 콩을 사용해 콩국수를 만든다. 포항 인근 죽장에서 직접 콩 농사를 짓는다. 콩국수에 별다른 고명을 올리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육개장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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