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언저리에서 만나는 지역과 일상을 버무려 낸 독특한 음식들


내륙 깊은 곳 혹은 태백산맥에 접한 곳은 평소 가보기 힘들다. 여름 휴가철이다. 평소 가보기 힘들었던 곳을 찾아 나선다. 휴가지의 맛집 정보와 더불어 지나는 길의 맛집 정보들도 필요하다. 내륙 깊은 산골이 휴가지가 될 수도 있다. ‘영남 내륙의 맛집’을 소개한다. 평소 가기 힘든 곳들이다. 여름철 휴가지 혹은 휴가지에 오가면서 들를 수 있는 곳들이다.

반가의 밥상을 만나다

경북 안동에 가거나 이 부근을 지나는 이들은 들러보면 좋겠다. 반가(班家)의 밥상. 안동은 태백산맥에 닿은 내륙도시다. 평소 가기 힘들다. 여름 휴가철, 인근을 지나면 꼭 ‘반가의 아침밥상’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경당종택의 아침밥상’. ‘경당종택(敬堂宗宅)’은 식당이 아니다. 조선 중기 유학자 경당 장흥효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종택이다.

경당 장흥효(1564∼1633년)는 <음식디미방>의 저자 ‘안동 장 씨 할머니’ 장계향의 친정아버지다. 지금은 종손인 장성진 씨 부부가 살고 있다. 종택체험을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아침 식사를 내놓는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밥상이다. 가격은 1인당 1만 원 선.

음식디미방 체험관.

좀 더 화려한 밥상, <음식디미방>의 밥상을 원하는 이들은 경북 영양의 ‘음식디미방 체험관’을 찾아도 좋다. 장계향의 “음식디미방”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재현하여 내놓는다. 5만 원대의 밥상으로 음식디미방의 여러 음식을 만날 수 있다. 경당종택의 밥상은 종택 스테이를 한 이들에게, 음식디미방의 밥상은 적정한 인원이 예약 해야만 가능하다.

헛 제삿밥도 안동 일대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밥상이다. 말 그대로 마치 제사상 같이 호화롭게 차린 밥상을 뜻한다. 유교적 체제 아래서의 최고 밥상은 제사상이다. 돌아가신 조상을 위한 밥상, 제사상은 일반 가정에서 차려내는 최고의 밥상이다.

경당종택 반가의 아침밥상

안동시 외곽지역의 ‘까치구멍집’은 오래된 헛 제삿밥 전문점이다. 숙채(熟菜) 중심의 비빔밥에 생선, 탕과 더불어 몇 가지 전(煎)을 더한 밥상이다. 안동 식 고춧가루 식혜와 간 고등어, 상어 ‘돔베고기’ 등이 놓인다.

이 지역에는 ‘고기를 사용한 여러 종류의 음식’도 있다.

대구에서 육개장이 시작되었다. 태백산맥 언저리의 여러 도시, 산골에서는 돼지고기 관련 음식들도 눈에 띈다.

옛집식당

대구의 ‘’은 아주 작고 허름한 식당이다. 좁은 골목길 안에 있다. 저녁 6∼7시 무렵이면 문을 닫는다. 지속적으로 발전한 육개장의 모델이라 할 만하다. 육개장에 사용하는 대파는 푸른 부분을 제거한 것이다. 고사리도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파의 흰 부분과 무로 단맛을 낸다. 조미료, 감미료가 절제되었지만 맛은 상당히 달고 깊다.

대구 시내의 ‘너구리식당’, 경북 성주의 ‘’과 안동 풍산의 ‘’ 경주 아화의 ‘’은 모두 고깃집이다.

너구리식당의 뭉테기고기.

‘너구리식당’에서는 대구, 경북 지방 특유의 ‘뭉티이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쇠고기 엉덩이, 우둔 부위를 생고기로 먹는 것이 뭉티이 고기다. 기름기가 적은 뭉치 고기를 해체하고 심줄을 걷어낸 다음 생고기로 먹는다. 기름기가 적으니 날 것으로, 육회 방식으로 먹어도 맛있다. 정해진 원칙은 없지만 양념을 더하면 육회가 되고 날 것으로 먹으면 뭉티이 고기로 부른다.

‘고기 음식’도 눈에 띈다

새불고기식당

‘’은 성주 초전의 외진 곳에 있다. 조미료, 감미료를 절제한 수준급의 좋은 음식을 내놓고 있다. 불고기 판 위에 질 좋은 양념 고기를 얹고 채소, 버섯을 얹는다. 그중 시금치가 눈에 띈다. 시금치의 달싹한 맛을 취한다.

대구식육식당

‘’은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집이다. 대도시 고기 집에서는 150g 단위로 쇠고기를 내놓는다. 생고기나 불고기를 600g 단위로 내놓는다. 이른바 ‘한근’의 개념이다. 손님들은 푸짐한 양과 인심을 느낄 수 있다. 가격 대비 고기의 질과 양 모두 만족할 만하다.

서면식육식당

‘’은 경주에서도 약 20∼30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역시 양과 질이 만족스럽다. 직영하는 농장에서 고기를 공급받는다. 고기의 신선도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

청봉숯불구이

경북 봉화의 ‘’는 ‘돼지고기 솔잎구이’다. 별도로 제작한 솔잎 구이 시설이 있다. 돼지고기를 구운 후 위에 솔잎을 얹는다. 아래에는 숯불이 있다. 고기를 뒤집으면서 솔잎의 향을 고기에 얹는다. 이른바 ‘돼지고기 솔잎 구이’다. 고기에 밴 솔잎의 향이 좋고 고기도 한결 부드럽다. 돼지고기는 삼겹살을 사용한다.

고기를 재료로 한 탕반음식도 눈에 띈다. 대구의 ‘’, 영천공설시장의 ‘희망식당’과 ‘’, 안동의 ‘’, 경주의 ‘’ 등이다. 고기와 국물의 결합이다.

성화식당

대구 ‘’은 엉뚱하게도 돼지국밥 전문점이다. ‘채널A-착한식당’에서 착한 돼지국밥으로 선정한 집. ‘엉뚱하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돼지국밥은 흔히 부산이 원조라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착한 돼지국밥’도 부산에 있을 법하다. 부산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골목마다 돼지국밥 집들이 있다. ‘’은 부산 그리고 돼지국밥의 원조라고 부르는 경남 밀양 등을 거쳐 검증팀이 찾아낸 ‘착한 돼지국밥’ 집이었다.

돼지 사골과 살코기를 밤새 피를 빼고 곤다. 조미료 없이 잘 손질한 돼지국밥, 수육 등이 상당히 정갈하다. 인근에서 몇 차례나 이사를 했지만 단골손님들은 꾸준하다. “이게 돼지국밥이야?”라고 감탄할 정도로 맑은 국물을 내놓는다.

포항할매집

영천공설시장의 ‘’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곰탕 노포 맛집이다. 서울 식 곰탕과 달리 영남 식 곰탕은 색깔이 뽀얗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기만 곤 국물은 투명하게 맑고 노란 기름이 국물 위에 뜬다. 영남 식 곰탕은 고기 곤 국물에 사골이나 다른 뼈를 곤 국물을 더한다. 색깔이 뿌옇다. 맑은 국물이 아니라 뽀얀 우유 빛깔을 띤다.

‘’은 영천공설시장 안 곰탕골목에서도 긴 업력을 지닌 집이다. 방송에도 소개되었고 늘 손님이 붐빈다.

‘희망집_영천할매집’도 마찬가지. 곰탕집으로의 업력도 오래되었고 음식도 흠잡을 곳이 없다. 영천공설시장 안의 ‘곰탕골목’에는 비슷한 ‘영남식 곰탕’을 내놓는 집들이 여럿 있다. 음식은 얼마간 다르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옥야식당

안동의 ‘’은 독보적인 ‘선지해장국 전문점’이다. 이 동네 이름이 옥야동이라서 붙인 이름이다. 업력도 길고, 음식도 특이하다. 선지가 들어간 해장국이어서 선지해장국이라고 부른다. 따로국밥, 육개장 등과는 확실히 다르다. 가게 측에서도 ‘선지해장국’을 고집한다. 벽에도 ‘선지해장국’이라고 써 붙였다. 안동의 중앙신시장 안에 있으니 장터국밥이라고 해도 될 법하지만 늘 ‘선지해장국’이다.

안동의 ‘’은 2대가 어머니 모시고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세월이 흐른 후에도 우리는 비슷한 선지해장국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팔우정해장국

‘’은 그런 면에서 얼마쯤 서글프다. 주인 할머니의 연세가 많고 이미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귀가 어두우면 서로 연결된 코, 혀의 기능도 떨어진다. 주인 할머니는 귀가 어둡고 음식 맛을 구별해내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뚜렷하게 대를 이어 ‘’을 책임질 이도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해장국 전문점이다. 추어탕 등 한두 가지 메뉴가 더 있지만 여전히 해장국이 주력 메뉴다. ‘’이 문을 열고 나서 이 일대, 팔우정 부근이 ‘ 골목’이 되었다.

가난한 산골의 민물생선 음식들

가난한 산골에서 고기를 맛보기는 힘들다. 단백질은 늘 필요하다. 생선과 고기 모두가 귀한 곳에서는 민물생선을 먹는 수밖에 없다. 각종 민물잡고기와 다슬기 등이 주요 식재료가 된다.

경북 북부지방에도 은어가 있었다고 하면 “진짜?”라고 되묻는다. 안동의 건진국시 국물을 은어로 만들었다. 은어는 경북 북부에도 있었다. 그러나 오래 전에 사라졌다. 최근에는 은어 양식에 성공, 양식 은어가 유통되고 있다.

물고기식당

경북 안동의 ‘’은 간판 그대로 민물 물고기를 내놓는 집이다. 은어가 들어간 민물생선 찜이 있고, 각종 잡어류를 이용한 민물 생선 음식을 내놓는다. 모든 반찬이 토속적이다. 얼마간 짠 맛은 있지만 하나하나 맛있다. 압권은 청국장이다. 민물생선 찜 등을 먹으러 갔다가 청국장에 반한 이들도 많다.

상주식당의 추어탕

대구의 ‘상주식당’은 영남 식 추어탕 전문점이다. 업력이 길다.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서 얼갈이배추 등과 함께 끓인다. 국물을 먹어보기 전에는 추어탕인지 된장국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다. 고집스럽게 ‘상주식당 만의 추어탕’을 고집한다. 얼갈이배추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는 긴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겨울철에는 늘 확인, 전화할 필요가 있다.

유정식당 추어전골

경북 예천의 ‘유정식당’은 직접 구한 미꾸라지로 ‘추어전골’을 끓인다. 부부가 운영하는 집이다. 아내는 주방에서 일하고 남편은 매일 새벽 미꾸라지를 잡으러 인근 논밭으로 ‘출근’한다. 당일 잡은 미꾸라지는 다음날 사용한다. 식당 한켠에 늘 미꾸라지를 넣은 통이 있다. 진흙 등을 뱉게 하는 ‘해금 과정’이다.

장터분식

안동 길안면의 ‘’은 간판으로는 구별이 되지 않는 집이다. ‘골부리 집’이라고 들어도 마찬가지. “골부리가 뭐야?”라고 되묻는다. 골부리 혹은 꼴부리는 다슬기의 안동 지방 사투리다. 충청도의 올갱이 역시 다슬기의 사투리 버전이다.

같은 지방이라도 ‘다슬기 국’ ‘꼴부리 국’ ‘올갱이 국’은 내용물이 다르다. 된장, 간장을 기본으로 한 국물로 나누고, 부추, 아욱 등 사용하는 채소의 종류로 나눈다. 맛은 각각 다르다. ‘’은 주인이 직접 채취한 다슬기로 국을 끓인다. 물론 국산이다. 인근에서도 아욱 등을 사용하지만 이집은 부추, 우거지, 시래기 등을 사용한다. 외진 곳이지만 동네손님과 외지 손님이 적당히 섞여서 식사를 한다.

영천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

경북 영천에도 업력이 오래된 다슬기 국 식당이 있다. ‘영천할매추어탕고디탕’이다. 안동에서는 꼴부리, 대구 등 남쪽에서는 ‘고디’다. 아마 고동에서 유래된 표현이리라. 다슬기의 푸르죽죽한 색깔을 싫어하는 이들을 위하여 추어탕 등도 내놓는다. 가게 이름이 긴 이유다. 영천에서 대구로 향하는 큰길가에 허름한 식당이다. 식당 안쪽에 좌식 테이블이 여럿 있다. 오랫동안 운영한 집이다. 음식의 기본을 지키고 반찬 등도 넉넉하다.

명봉양푼매운탕

경북 예천, 문경 언저리 깊은 산속의 ‘’은 재미있는 식당이다. 호남 출신의 여주인이 경북 깊은 산속에서 영호남의 음식을 뒤섞어서 내놓는다. 인근에 명봉산이 있다. 능이버섯도 생산된다. 능이버섯을 넣은 백숙과 더불어 홍어도 내놓는 식이다. 음식이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맛있다. 반찬도 양, 맛 모두 수준급이다. 경북 깊은 산속에서 푸근한 호남의 음식을 만난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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