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휴가지, 별미 가득…토속 음식부터 이색 맛집들


휴가지 맛집의 마지막은 제주도다. 제주도는 한국인의 휴가지로 으뜸이다. 사드 사태 이전에는 중국인들까지 가세, 제주도 전역이 난리법석이었다. 음식도 마찬가지. 제주도 토속음식, 관광객을 위한 음식, 프랑스, 이탈리아 음식까지 다양했다. ‘현지인 추천 맛집’도 등장하고, 외지에서 이주, 긴 기간 제주도에서 살았던 이들이 추천하는 맛집도 많았다. 제주도 음식의 역사, 제주의 맛집을 알아본다.

제주도, 유배지의 음식

제주도에서는 쌀이 생산되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제주도 전역을 뒤덮은 화산재 때문이다. 화산재 흙에는 물이 고이지 않는다. 잠깐 물을 품었다가 내뱉는다. 벼는 무논에서 자란다. 물이 남아 있지 않은 땅에서는 벼농사가 불가능하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제주도에 논과 벼농사가 없는 이유다.

예전에는 잡곡도 귀했다. 가뭄, 장마 등으로 흉년이 들면 조선 조정에서는 제주도로 구휼미를 내려보냈다. 제주도는 호남에 속한 곳이다. 호남과 물리적인 거리로도 가깝다. 호남에서 배를 띄워 메밀 등을 내려보냈다.

선흘곳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우리나라 메밀 생산의 30∼50% 이상은 제주도 산이다. 봉평에서는 메밀이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이런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법하다.

“이젠 메밀이 생산되지 않는 봉평 메밀은 시중에 흔하다. 메밀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곳은 제주도다. 그런데 왜 제주도 특산 메밀국수, 막국수, 냉면 등은 없을까?”

메밀은 천대받는 식재료였다. 제주도 메밀은 국수가 아닌 형태로 소비된다. 메밀이 흔한 제주도에 메밀국수, 막국수 등은 귀하지만 메밀이 들어간 제주도 음식은 흔한 이유다. 국수로 만들기 힘든 메밀을 곱게 갈아서 돼지고기 등과 국을 끓였다. 제주도 산 ‘몸국’이다.

명문사거리식당

‘몸’은 모자반이다. ‘몸국’은 모자반이 들어간 국물음식이다. 허드레 돼지고기에 거칠게 간 메밀가루를 더한다. 곡물이 귀하니 곡물로 메밀가루를 넣긴 했지만 메밀은 별 맛이 없다. 모자반을 ‘천연조미료’로 사용한다.

표선면의 ‘’은 제주도 토박이가 운영하는 ‘제주도 토속음식 전문점’이라고 불러도 좋다. 당연히 몸국도 있다. 삼겹살 등을 메뉴로 내놓고 있지만 제주도식의 몸국이 아주 좋다.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삼영식당

제주 애월읍의 ‘’은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다.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몸국 전문은 아니고 여러 가지 제주도 음식을 내놓는다. 순대도 있다. ‘’을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형 몸국의 맛’을 비교적 정확하게 지니고 있다.

대도식당

서귀포의 ‘’은 ‘복어+메밀가루’의 메뉴로 널리 유명해진 식당이다. 몸국이 돼지고기를 이용했다면 ‘’의 복국은 돼지고기 대신 복어를 넣었다. ‘’이 원래 이름이지만 상당수의 단골들은 ‘대도복국’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빙떡도 메밀을 사용한, 제주도 토속 음식 중 하나다. 빙떡은 얇게 붙인 메밀전병에 채 썰어 삶은 무를 더해서 먹는 음식이다. 얇은 전병에 삶은 무채를 돌돌 말아서 먹는다. 수수부꾸미를 먹었던 사람들은 그 맛을 기대하며 빙떡을 먹는다. 실망한다. 수수부꾸미는 원래 단맛이 있는 음식이다. 시중에서 파는 수수부꾸미는 단맛을 더 강화한 것이다. 달고 맛있다.

빙떡은 제주도의 웬만한 시장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번철에서 바로 지져낸 빙떡은 제주도 메밀의 맛으로 먹는다. 제주에서 가장 큰 동문시장이나 서귀포 시장 일대에서도 쉽게 빙떡을 만날 수 있다.

제주도, 돼지고기의 맛

‘돗고기국수’는 돼지고기 국수다. 지금은 ‘올레국수’라고 부른다. 특이한 음식 조합이다. 돼지고기와 국수를 같이 먹는 음식.

‘돗’은 돼지, 도야지와 연관이 있는 이름이다. ‘돼지’다. 제주도 토속음식이라고 하지만 역사가 그리 오래된 음식은 아니다. 제주도의 잔치는 돼지고기와 함께한다.

육지의 잔치와 달리 제주도 잔치에는 ‘도감’이 있다. 주로 마을의 연장자 혹은 마을 지도자가 맡았다. ‘잔치도감’ 혹은 ‘고기도감’이라고도 부른다. 남자가 주로 맡았던 ‘도감’은 잔칫날 고기를 도맡아 요리하고 분배하는 직책이다.

제주도 역시 늘 고기는 부족했다. 잔칫날 손님이라도 많으면 모든 이들이 잔치의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도 도감의 중요한 임무였다. 고기를 삶고, 순대를 만들고, 고기를 고르게 나눴다.

1960년대를 넘기면서 제주도에 밀가루 국수가 비교적 흔해졌다. ‘돗고기국수’는 이 무렵 등장한다. 육지의 큰 잔치에서는 소를 사용했지만 가축이 귀한 제주도는 늘 돼지였다. 도감은 돼지고기를 만지면서 수육, 순대, 돗고기국수, 몸국 등을 만들어 잔칫날 모든 하객들이 배불리 먹도록 했다.

‘돗고기국수’ 맛집을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올레국수’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관광지 음식’이 되었다. 참깨를 얹고 고춧가루 등을 얹어서 맛을 낸다. 원형 돗고기국수와는 거리가 먼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조미료나 단맛, 감칠맛을 내는 비슷비슷한 돗고기국수 전문점들이 많다. 특별히 ‘돗고기국수 맛집’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범일분식

순대는 서귀포 남원의 ‘’을 추천한다. 이름이 재미있다. ‘분식집’이다. 처음 시작이 자그마한 분식집이었다가 순대전문점으로 바뀐 경우다. 제주도 원형의 순대는 아니다. 푸짐한 순대. 주인은 영남 출신으로 알려졌다. 순대 만드는 방식도 제주도와는 다르다. 제주도 순대는 피가 많이 들어간다. ‘’은 굵은 순대다. 내용물도 상당히 푸짐하다. 제주도 순대와 닮았든 아니든 인기가 있다.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다면 위의 ‘’과 ‘’ ‘’ 등을 추천한다.

‘’이 있는 표선 가시리 일대는 오래 전부터 “잔치가 없어도 돼지를 도축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돼지고기 음식은 가시리 일대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한길정

서귀포 언저리의 ‘’은 ‘무쇠 왕 철판+장작불’에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집으로 널리 알려졌다. 손님이 무쇠 왕 철판이 놓인 식탁에 앉으면 주문을 받은 후 테이블 아래에 장작불을 지핀다. 무쇠 철판이 달궈지면 크게 썬 고기를 철판 위에 올린다. 상당히 야성적인 분위기다. 실내도 있지만 야외에서 왕철판 돼지고기 구이를 먹을 수 있다.

태백산

제주시 도공로의 ‘’은 원래 노형동에 있었던 돼지고기 전문점이다. 제주도 생산 흑돼지 고기를 선별하여 사용한다. 흑돼지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부위를 모은 ‘5종 모둠 세트’도 있다. 흑 오겹살, 흑 목살, 흑 가브리살, 흑 갈매기살, 흑 항정살 등이다. 고기에 나무 이름표를 단 것도 아이디어. 돼지고기 전문점이지만 쇠고기를 이용한 메뉴도 있다. 돼지고기를 내오기 전 쇠고기 육회 초밥을 주는 것도 재미있다.

제주도의 해산물들

모메존

섬이니 당연히 해산물이 흔하다. 어업이 발전하기 전에는 큰 물고기를 잡는 것은 드물었다. 가까운, 얕은 바다에서 작은 게, 고둥 등을 채취하여 먹었을 것이다. ‘깅이’는 작은 게를 이르는 제주도 사투리다. ‘깅이죽’은 작은 게를 넣고 끓인 죽이다. 제주시 ‘’에서 깅이죽을 만날 수 있다.

백기해녀의집

바닷가에는 어촌이 있다. 어촌에서 인근 주민들이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생선 등을 재료로 밥상을 차려낸다. 일반 식당들과는 달리 제주도 토속적인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서 주민들이 합심하여 운영하는 곳들이다. ‘’ ‘’ 등이다.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갈치국이나 싱싱한 멍게, 해삼 등도 맛볼 수 있다.

은평향토맛집

‘자리’는 자리 돔이다. 아주 작지만 이름이 ‘돔’ ‘도미’다. 맛있다. 회나 구이 등으로 먹는데 ‘어진이네횟집’이 자리를 재료로 한 음식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다금바리’는 오랫동안 ‘말썽’이 많았다.

우선 “제주도에는 다금바리가 없다”는 이야기부터 논쟁이 시작되었다. 실제 제주도에는 다금바리가 없다. 현재 ‘제주도 다금바리’라고 부르는 생선은 정확하게는 ‘자바리’다. 원래 제주 사투리로 자바리를 다금바리로 불렀다. 혹자는 제주에서는 1년에 10마리 정도 다금바리가 잡힌다고 하지만 그 역시 믿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거의 잡히지 않는다는 표현이 오히려 정확하다.

문제는 다금바리, 자바리의 차별이 아니다. 수입산 능성어 등을 제주 다금바리로 속여서 파는 곳들이 많다. 자바리, 제주도 다금바리 역시 고급 어종이다. 제철에도 1kg 당 20만 원 이상을 호가한다. 현재는 자바리, 제주도 다금바리 논쟁은 많이 가라앉았다.

남경미락

산방산 부근의 ‘’은 제주 다금바리를 꾸준히 내놓는 집이다. 전, 현직 고위 관료, 중국의 유명 정치인들이 다녀갔다. 계절에 따라 다금바리, 돌돔, 붉바리 등을 내놓고 있다. 회와 더불어 각종 밑반찬, 소스 등이 흠잡을 데 없다. 싱싱한 생선을 넣고 푹 끓여낸 미역국도 일품이다.

어부지리

제주시의 ‘’는 고등어 회가 맛있는 집이다. 더러 ‘고등어 숙성 회’라고 부르지만 많이 숙성된 것은 아니다. 비린내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숙성한 것이다. 딱새우도 맛있다. 고등어 회를 주문하면 딱새우를 내놓는데 주인이 친절하게 까먹는 방법도 알려준다. 성게 알 등을 넣은 미역국도 추천할 만한 음식.

춘심이네

생선 음식 중 갈치집도 있다. 1m가 넘는 갈치를 자르지 않고 구워낸다. ‘’다. 큰 갈치를 먹으려면 4인분으로 주문하면 된다. 손님 수에 따라 갈치 길이가 정해지니 ‘4인분’으로 주문할 때 가장 긴 갈치를 만날 수 있다.

제주도, 이집은 꼭 가보자

공심

조금 엉뚱한 집들도 있다. 제주시의 ‘’은 작고 소박한 빵집이다. ‘착한빵집’으로 선정되었다. 현지 생산 곡물을 사용하고,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인은 인근의 유치원에 주기적으로 빵을 공급하고 있다.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달잠키친

구좌읍 세화리의 ‘’은 귀여운 가게다. 음식 수준이 대단하지 않지만 식당 군데군데가 아주 귀엽다. ‘어린 아들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게 주인의 목표다. ‘한라산흑돼지덮밥’ ‘한라봉피자’ ‘용암돌문어덮밥’ 등의 메뉴가 있다. 전화를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경미네휴게소

‘’는 문어라면으로 유명하다. 이름만으로 음식을 상상할 수 있다. 문어가 제법 넉넉하게 들어간 라면이다. 라면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라면이다. 문어가 들어가서 당연히 국물이 제법 시원하다.

‘선흘곶’도 권할 만하다. ‘자연밥상’ ‘건강한 밥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민들레 전도 있고 도토리 묵도 먹을 만하다. 소박하면서도 푸짐하고 밥상 차림이 제법 호화롭다. 제주도에서 집밥이 그리울 때는 가볼 만하다. 고등어구이가 있는가 하면 제주도 특유의 나물 반찬도 맛깔스럽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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