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C카드 '스마트 금융' 제휴플라스틱 카드 전표 없애고 별도 소액결제 시스템 구축

올해 초 한 그룹이 된 KT 이석채 회장(왼쪽)과 BC카드 이종호 사장이 24일 오전 KT 광화문 사옥에서 스마트 금융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현금결제 비율이 80%가 넘는 재래시장에서 만 원어치를 사도 마음놓고 모바일카드를 이용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된다. 기껏해야 전단지 수준이었던 중소 상인들의 마케팅 수단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확대된다.

KT와 BC카드는 24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 상인들을 겨냥한 스마트 금융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사회 문제로 부상한 카드수수료 인하 해법을 IT·금융 융합에서 찾자고 제안했다.

모바일 카드를 도입하고 스마트폰·태블릿PC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카드결제 처리 과정을 효율화하면 신용카드 발급 및 발송, 매출 처리 프로세싱, 카드 단말기 구입·운영 등에 드는 비용 중 연간 9,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와 BC카드는 모바일 카드를 도입해 플라스틱카드를 없애고, 제약조건 없이 모든 카드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종이 전표를 없애는 이른바 '3무(無) 금융서비스'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사는 우선 소액결제 부담을 덜어주고 마케팅 도구를 지원하는 등 중소상인들을 돕는 방안을 곧 시행할 계획이다. KT는 "소액 결제분을 묶어 일정 금액이 돼야 매출로 처리될 수 있도록 재래시장을 위한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시범단지를 만들어 재래 시장에서 가장 값싸고 효율적인 결제시스템을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채 KT 회장은 "현금결제 비율이 80%를 넘는 재래시장에서도 카드결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와 BC카드가 구체적인 스마트폰 결제시장 진출 계획을 밝힘에 따라 카드업계 판도에 미치는 영향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KT가 방점을 찍고 있는 부분은 카드 결제망 사업이다. 이 회장은 이날 "KT는 통상적인 카드사업에는 관심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KT가 제시한 카드 결제망 사업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SK텔레콤이 실시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거나 신규로 발급 받는 카드를 다운로드 받아 플라스틱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다.

다른 점이라면 KT가 추진하는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모바일 플랫폼은 쌍방 간의 직접적인 지급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를 이용하면 소비자와 판매자는 단말기가 없이도 지급결제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중국음식점에 짬뽕을 배달시키면 지금은 배달원이 결제를 하려면 전용 단말기를 반드시 들고 가야 한다. 그러나 이 플랫폼이 적용되면 소비자와 배달원은 자신들의 스마트폰 만으로도 지급결제를 마칠 수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대다수 카드사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절반씩 섞여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초기국면에 머물고 있는 스마트폰 결제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수수료율 인하를 유인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형카드사의 고위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들은 스마트폰 결제시장을 피할 수 없는 시대조류라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시장 자체가 작아서 공격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작았는데 시장이 활성화되면 카드사들의 준비도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결제시장이 단기간에 안착할 지에 대해선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만약 KT와 BC카드가 단일 결제망 사업자가 된다면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결정적으로 NFC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의 보급이 더디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형카드사가 후발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싸워야 하는 스마트폰 결제시장에 적극 뛰어들 지도 의문이다. 또 다른 카드사의 고위 관계자는 "KT가 제시한 플랫폼은 이미 SK텔레콤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참여도가 높지 않다"며 "기득권을 지니고 있는 대형카드사 입장에서는 후발 카드사, 통신업체까지 대기하고 있는 시장에 굳이 뛰어들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결제시장의 영향

•긍정적

-스마트폰 결제시장 활성화

-수수료율 인하 유도

-중복투자 방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부정적

-결제망 사업 독과점 폐해 가능성

-NFC 단말기 보급 저조

-대형카드사 소극적 시장 참여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