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기인사를 앞둔 재계의 화두는 혁신, 그리고 친정 체제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변혁과 그룹 오너의 지휘권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기 인사에 앞서 수시 인사를 통해 쇄신을 꾀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지난해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체제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은 2년 7개월 만에 전력기획실을 부활시키면서 이학수 상임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을 2선으로 물러나게 했다. 삼성은 조만간 단행될 인사에서 이재용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큰 틀은 삼성과 다르지 않다. 2005년부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2009년 8월 이후 그룹의 '넘버 2'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얼마 전 홍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함으로써 정 부회장의 뒤를 받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연말 인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벨트' 구축에 나선 CJ그룹도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주요 기업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CJ그룹은 이 회장의 신임이 남다른 이해선 CJ오쇼핑 대표를 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올리는 대신, 하대중 CJ E&M 대표는 고문으로 퇴진시켰다. CJ E&M 대표에는 김성수 CJ E&M 방송사업부문 대표가 발탁됐다.

하대중 고문은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부회장의 측근이자 그룹 내에서 2인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하 고문은 올해 초 CJ 지주회사 대표에서 CJ E&M 대표로 한걸음 뒤로 물러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이재현 회장
성과와 능력 그리고 젊음

지난달 CJ 인사에서는 부사장대우 6명, 상무 12명, 상무대우 25명 등 44명이 승진했다. 또 제일제당 동남아본부 김진현 대표가 소재사업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48명의 임원이 전보발령 또는 외부 영입됐다.

CJ그룹은 인사 배경에 대해 "성과와 능력이라는 원칙하에 높은 전문성과 우수한 자질을 보인 인재를 발탁해 경영진 풀(Pool)을 강화했다"며 "젊은 인력이 대거 발탁됨에 따라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재계에서 늘 관심대상이다. 매년 성장세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CJ가 올해 초 발표한 경영계획을 보면 글로벌 시장 진출과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2조891억원을 투자하고, 4,65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전년대비 투자는 58%, 채용규모는 51%가 늘어난 것으로 CJ그룹 특유의 공격적 경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CJ 관계자는 "내년은 '2013년 글로벌 CJ, 2020년 그레이트(Great) CJ'라는 그룹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해"라며 "글로벌 경제위기 등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면 선제적인 경영계획이 필요할 것 같아 인사 시기도 앞당겼다"고 밝혔다.

이미경 부회장 측에 긴장감

2012년 인사를 통해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도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해선 부회장과 함께 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성수 부사장을 CJ E&M 대표로 전격 발탁한 것이 좋은 예다. CJ 내부적으로는 "이미경 부회장 측 인사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CJ E&M의 주요 보직은 이미경 부회장 사람들이 주를 이뤘다. 1995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았고 2005년부터 CJ E&M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련의 행보가 추후 미디어 부문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CJ는 지난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케이블 시장에서 뉴스 채널을 제외한 거의 전분야를 보유한 만큼 방송 진출 역량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 E&M은 식품사업과 함께 CJ그룹을 굳건히 떠받치는 양대 축 중 하나로 1995년에 출범했다. CJ E&M은 음악 미디어 게임 영화 등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기업이다.

CJ E&M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129억8,400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63.2%가 감소했다. 매출액과 순이익도 각각 3,169억3,700만원, 109억8,400만원으로 1.74%와 67.05%가 줄어들었다. 방송제작비 증가, 신규게임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영화 부문 수익성 악화 등이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방송 부문의 성수기, 영화 호조, 신규 게임 론칭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만큼 4분기, 나아가 내년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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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