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조직은 온갖 감언이설로 꾀어 새로운 조직원을 끌어들인다. 탈퇴를 결심해도 가족·여자친구를 다 죽이겠다는 협박에 의해 나가는 건 쉽지가 않다.
조폭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한 조직폭력배 행동대원이 지난 15일 대구 포장마차에서는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어 다른 조폭 조직원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인천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조폭 간 난투극이 있었다. 지난 8월에도 부산 서면 일대의 유흥가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난투극이 2차례나 있었다.

조직원을 때린 지방 조직폭력배를 집단으로 보복 폭행한 사건도 일어났다. 지난 5월과 4월에도 조폭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는 등 조폭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경찰이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조직폭력 집중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1,343명을 검거하고 257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집중단속(608명 검거·170명 구속)에 비해 검거인원과 구속인원이 각각 121%, 51% 증가한 규모다.

지난 11월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경찰관계자들이 동대문 L구역 재개발 사업 비리와 관련한 용역폭력배 등 190명을 검거하고 폭력배들이 사용했던 증거물을 공개했다.
그러나 조폭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처럼 수많은 조폭들은 어떻게 양산될까. 한때 폭력조직에 몸담은 적 있다는 권모(41)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권씨에 따르면 조직폭력조직에는 '인사담당자'가 있다. 이들은 조직원을 뽑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선출기준은 단연 '싸움실력'이다. 주먹깨나 쓴다는 이들은 중학생 때부터 각 조직의 인사담당자로부터 관리를 받는다.

그렇다고 주먹만 잘 쓰는 것만으로는 조폭이 될 수 없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지연'이 있어야 한다. 권씨는 "다른 지역출신인 경우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조직에 가입시키지 않는다"며 "나중에 마찰이 생겨 조직을 떠날 경우 밖에다 밀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리대상이 성인이 되면 인사담당자는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겨 조직에 끌어들인다. 조직에 들어온 '새내기 조직원'들은 '합숙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3명 정도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데 방은 선배들이 얻어주는 게 관례다. 권씨는 "아무것도 안 해주면서 떠받들라고 강요하면 말을 듣겠느냐"며 "뭐라도 해줘야 선배를 모신다"고 말했다.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여느 기업들처럼 '인턴과정'을 거친다. 인턴에 선발되면 우선 정신교육을 받아야 한다. '선배를 알아야 한다' '양아치 짓은 절대 안 된다' '피는 안 섞였어도 우리는 형제다' '도망치면 죽는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권씨는 "향후 어떤 조직원으로 성장하는가는 모두 정신교육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조직들이 신입 조직원의 정신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씨에 따르면 신입 조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처세'도 익히게 된다. 처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의범절이다. 맞담배 피우는 것, 자리에 먼저 앉는 것, 숟가락을 먼저 드는 것 등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술을 마실 때도 기본적으로 두세 번은 거절을 한 뒤 그래도 권할 경우 이와 입이 보이지 않게 손으로 가리고 마셔야 한다. 선배가 화장실을 갔다가 나올 때는 화장실 앞에서 물티슈를 들고 기다려야 한다.

조폭으로서 체력관리와 무술도 필수다. 신입 조직원들은 하루에 적지 않은 시간을 '몸 만들기'와 '무공연마'에 쏟아 붇는다. 칼이나 쇠파이프 등 연장을 쓰는 법도 함께 배운다.

또 상대방에 위압감을 주기 위해 몸집을 불리기도 한다. 과거 몸집 불리기에 '개사료' 등이 사용된 적도 있었지만 요새는 밥과 고기를 많이 먹는 걸로 대신한다. 권씨는 "그야말로 '무식하게' 먹인다"며 "어떤 조직원은 한 번에 밥 열 공기를 먹으라고 해 꾸역꾸역 먹다 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눈에도 결코 쉽지 않은 생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생활에 염증을 느낀 몇몇은 도망치거나 가입을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은 이런 이들을 가만히 놔주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08년에는 파주 '스포츠파' 행동대원 김모씨는 조직에서 나가고자 하는 신입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회칼로 이마 부위를 베어내기도 했다.

권씨는 "린치까지야 어떻게든 견디겠지만 가족, 여자친구를 다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게 되면 십중팔구는 마음을 돌린다"며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지만 나가는 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조폭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권씨는 "과거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유흥업소 운영 등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대부업, 건설업 등으로 확대됐다"며 "자금원이 다양해지면서 폭력조직의 서식환경이 좋아짐에 따라 조직폭력배 수도 크게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악화된 수사환경도 조폭의 양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피의자 인권보호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예전처럼 조폭을 상대로 강력한 수사를 펼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식환경'이 좋아진 반면 '수사환경'이 나빠지면서 조폭들은 최대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11월 조폭과의 전쟁을 치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경찰은 조폭을 뿌리뽑기 위해 일전 불사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권씨는 조폭 '박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영화에서 '조폭은 인간사회가 시작하면서부터 있었다. 로마시대에도 있었고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하더라"며 "그때마다 조폭을 잡는 경찰도 있었지만 조폭은 형태를 바꿔가며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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