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중진들 줄줄이 공천 탈락하면서 벌써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

이미경
(62) 민주통합당 총선기획단장은 실세 중의 실세다. 15대 총선부터 내리 4차례 금배지를 단 이 의원은 4선의 중진인 데다 제19대 총선을 앞두고는 총선기획단장까지 맡았다.

이 단장은 이화여대 직계 선배인 한명숙(68) 대표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외견상' 지역구 공천은 강철규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심사위원회가 주도하고 있지만, 총선기획단의 '역할'이 아주 없을 수는 없다.

공천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은 '노이사(친노, 이화여대, 486) 공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총선기획단이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월권행위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총선에 관한 전반적인 기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 단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역구 돌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단장이 출마하는 서울 은평 갑에는 새누리당 내에서 개혁 성향이 강한 최홍재(44) 후보가 신발끈을 조였다.

당장은 텃밭을 지켜내는 게 급선무이지만, 이 단장으로서는 보다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 이른바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이 단장도 5선 등정에 성공한다면 능히 가능한 이야기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재적의원(300명) 과반수 득표로 선출되며, 임기는 2년이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1명은 원내 1당(또는 여당)에서, 부의장 1명은 원내 2당에서 뽑는 게 관례다.

모든 게 '뜻대로만' 된다면 이 단장은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라는 '불후의 명찰'을 달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이 단장이 '꿈'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여러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순천·박근혜를 넘어?

역대 여성 정치인 중 최고 거물로 고(故) 박순천 여사를 꼽는 데 이견이 많지 않다. 박 여사는 1950년 제2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종로 당선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20년 가까운 정치인생 동안 민주당 총재, 민중당 최고위원, 신민당 고문 등 굵직한 자리를 맡았다. 박 여사는 지역구 4선에 비례대표 1선 등 총 5선을 지냈다.

18대 국회 현역 여성의원 중 4선 이상은 단장,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영선 새누리당 의원 3명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일찌감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비례대표 출마 여부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설사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된다 하더라도 오는 12월 대선에 나가려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김 의원의 경우 경기 일산서구에서 5선 등정에 성공한다 해도 당내에 중진들이 워낙 많아 국회의장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 단장의 '선배'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18대 현역을 기준으로 당내 5선 의원은 3명. 이중 박상천(74)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했고, 18대 때 비례대표를 지낸 김충조(70) 의원은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또 김영진(65) 의원도 광주 서구 을에서 낙천함에 따라 6선 등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출사표를 밝히면서 "광주 출신 최초의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최대 경쟁자는

5선 3명이 자연스럽게(?) 탈락함에 따라, 민주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된다는 가정하에 차기 국회의장 경쟁 구도는 이 단장을 비롯한 4선 의원들로 압축될 수 있다.

당내 4선 의원들로는 이 단장을 비롯해 (67) 이석현(62) 정세균(62) 손학규(65) 천정배(58) 의원 등 모두 6명이 있다. 이 가운데 대권 예비주자인 손 의원은 총선에 나가지 않기로 했고, 천 의원은 열세지역인 서울 송파 을에 투입됨에 따라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당대표 출신이자 잠룡 중 한 명인 정 의원과 이 의원도 이번에 배지를 단다면 5선이 된다. 그렇지만 '여성 5선'이라는 상품성으로 무장한 이 단장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당선을 전제로, 의원이 이 단장의 최대 경쟁자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문 의원은 "5선이 돼서 국회의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6선 이상이 없는 만큼, 총선에서 1당이 된다면 의원 등 5선 의원들 중 한 명이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