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삼다수'(이하 삼다수)를 놓고 벌이는 생수업계 및 제주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삼다수 유통 사업권은 쟁쟁한 대기업 관계사들을 밀어낸 광동제약이 가져갔지만 법원이 농심의 손을 다시 들어주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자칫하단 개발공사와 광동제약 모두 헛물만 켜며 마무리하게 생겼다.

농심 14일까지만 판매가능

삼다수를 놓고 벌인 7개 업체의 생수전쟁은 지난해 12월 농심이 받은 한 장의 공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제주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에서 보낸 본 공문에는 1998년부터 13년째 제주도 외 지역에서 삼다수를 독점 판매해왔던 농심과의 유통계약 해지 내용이 담겨있었다.

개발공사가 갑작스러운 결별을 통보한 배경에는 지난해 11월 28일 제주도의회에서 의결된 입찰에 대한 조례 개정이 있었다. 개정된 조례에 따르면 모든 위탁사업은 수의계약을 전면 금지하고 매년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키로 하되 기존 위탁사업자는 올해 3월 14일까지 권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3년째 삼다수를 유통해왔던 농심 또한 이달 14일까지만 판매권을 소유하게 됐다.

당초 농심과 개발공사는 2007년 판매협상을 맺으면서 3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농심이 구매물량을 이행할 경우 자동적으로 1년씩 계약이 갱신되도록 하는 내용의 협약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발공사 측은 삼다수가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농심의 구매물량 이행 조건은 사실상 독점 판매권을 영구히 보장하는 불평등 조약일 뿐이라고 주장해왔었다.

개발공사는 조례에 근거해 농심과의 계약을 해지한 뒤 공개입찰 절차를 밟았다. 이에 불복하는 농심은 조례 무효확인소송 외 개발공사 설치조례 효력정지 가처분, 입찰절차 진행중지 가처분, 삼다수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 등 3개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농심이 공개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끝까지 참여하지 않았다.

7개 식음료업체 '물밑전쟁'

농심과의 유통계약을 해지한 개발공사가 삼다수의 유통사업자를 모집한 공개입찰에 식음료업체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새롭게 사업권을 따낼 경우 앞으로 4년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삼다수 유통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단순 매출 신장을 차치하고서라도 삼다수의 브랜드 후광으로 타 음료사업에까지 시너지 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식음료업체 상당수가 뛰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 마감된 공개입찰에는 롯데칠성, LG생활건강, 아워홈 등 대기업 관계사 3곳과 웅진식품, 광동제약, 샘표, 남양유업 등 중견 식음료업체 4곳이 참여했다. 공개입찰에 참여했던 7개 식음료업체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생수사업을 경험했거나 계획했던 적이 있어 삼다수를 가져갔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충분했다.

롯데칠성은 삼다수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18%)의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탄탄한 식음료 유통망까지 확보하고 있는 롯데칠성이 생수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삼다수 유통권마저 따내면 사실상 생수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LG생활건강 역시 단일 상품으로는 가장 강력한 브랜드인 코카콜라를 유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자로 인식됐다.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와 해태음료를 통해 '다이아몬드 샘물', '제주 브이워터', '강원 평창수', '순수' 등의 생수 브랜드를 지니고 있기도 한 LG생활건강은 개발공사와 접촉, 제주 발전에 기여할 계획을 제시하는 등 활발한 물밑작업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돼 나온 급식업체 아워홈도 유력한 입찰후보 중 하나였다. 아워홈 측은 전국에 800개 급식장을 기반으로 구축해놓은 물류 시스템으로 삼다수 유통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중견 식음료업체들의 도전도 거셌다. 입찰 참여를 가장 먼저 언론에 공개하는 등 7개 업체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웅진그룹은 2009~2011년 풀무원 샘물 유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내세웠다. 60년 간장 판매 노하우를 활용, 음료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샘표나 우유업계에서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남양유업도 주요 후보였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결과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곳은 광동제약이었다. 광동제약은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 브랜드를 히트시킨 경험이 있고 2009년 '해양심층수'를 내놓으며 먹는샘물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전국 소매점의 90% 이상을 커버하는 영업력과 강력한 유통 조직망도 장점으로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업체 규모나 유통망 확보 수준에서 아무래도 대기업 관계사들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 이번 입찰결과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낳았다.

이에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농심과의 계약해지 과정에서 '삼다수가 대기업의 이익창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제주도내 목소리가 높아졌었다"라며 "자본과 유통망이 잘 갖춰진 대기업 관계사들이지만 도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광동제약 측은 "국민건강음료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를 브랜드 1위로 육성시킨 역량을 바탕으로 삼다수를 '한국의 에비앙'으로 만들 것"이라며 "판매수익의 상당 부분을 제주지역 발전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동 매출규모 예상보다 적어

식음료 업체들의 치열한 물밑작업을 뚫고 광동제약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사업권이 실제적인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규모가 작아 오히려 승자의 저주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마침내 계약을 체결, 4년 동안의 사업권을 따냈다고 하더라도 제주도 지역과 전국 대형마트, 백화점, SSM, 편의점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입찰에서 빠진 주요 유통채널은 개발공사가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삼다수 공개입찰 초기 업계 관계자들은 농심을 기준 삼아 연간 2,0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예상했다. 그러나 주요 유통채널이 제외된 최종 입찰 규모는 농심이 기록한 2,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수업계 관계자는 주요 유통채널을 제외한 순수 소매점 매출 비중을 전체의 3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입찰 규모로 환산하면 700억원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물류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견업체의 경우 시설 확충을 위해 초기에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까닭에 승자의 저주를 경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광동제약으로서는 소매점에만 유통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주장 또한 팽팽하다. 삼다수를 통한 생수시장 1위라는 이미지와 기존 브랜드와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면 단순한 수익 이상의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가 클 것이라는 내용이다.

더 큰 문제는 개발공사와 농심의 상표권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개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하루 전 광주고등법원 제주민사부는 농심이 제기한 '먹는샘물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에서 원심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농심의 손을 들어준다면 개발공사나 광동제약으로서는 헛물만 켠 셈이 된다.

광동제약은 "농심 관련 소송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우리가 유통사업자로 최종 결정될 경우 음료 부문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보다 확고히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