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원장, 법사위원장, 교과위원장 차지하기 위해 힘겨루기

여야가 제19대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는 내달 5일 첫 본회의 개최를 계획하고 있으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 원 구성은 12월 대선과도 직결돼 있는 만큼 여야의 치열한 힘겨루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89일 만에 원 구성 협상을 타결했던 18대 국회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7월 이후로는 사실상 대선 정국에 돌입하는 만큼, 상임위원장 배분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을 거라는 예상도 있다.

18대 국회에서는 의석 수에 따라 18개 상임위원회와 상설특위 중 새누리당이 11개, 민주통합당이 6개, 자유선진당이 1개를 차지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는 의석 수(새누리당 150석, 민주통합당 127석)가 달라진 만큼 여당이 10개, 야당이 8개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13석을 확보한 통합진보당과 관련해서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에 위원장을 배분해줄 수는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18대 때 교섭단체 구성 기준에서 2석이 모자란 18석에 그쳤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배려로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배분 받았다.

샅바싸움의 핵심은 3개

샅바싸움의 핵심은 3개 상임위원장이다. 새누리당은 정무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은 호락호락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은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실과 그 산하 기관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씨 부부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박씨의 부인인 서향희씨는 삼화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를 맡은 적이 있다.

수천억 원대의 불법ㆍ부실 대출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던 신 명예회장은 지난달 법원에서 보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야권이 대선 정국에서 삼화저축은행 사건을 다시 문제 삼는다면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도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새누리당은 법안이 법사위에서 제동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민주통합당은 정부 여당이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 한다. 모든 법안은 체계와 자구(字句) 심사를 위해 기본적으로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17대 이후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관례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17대 한나라당, 18대 민주통합당이었으니 19대는 새누리당의 몫"이라고 맞서고 있다.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자리도 무시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과거에 교과위는 찬밥 신세였지만 요즘에는 인기 상임위다. 많은 의원들이 교과위에서 활동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교과위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소관에 속하는 사무를 담당한다. 대선 정국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도 교과위 소관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었다.

위원장 물망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의 꽃으로 비유된다. 따라서 중진의 상징 격인 3선 의원들이 대체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같은 3선일 경우 나이, 경력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새누리당에서는 한선교 이군현 장윤석 주호영 의원 등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김재경 김태환 안홍준 정희수 의원 등은 국토해양위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두언 강길부 의원은 기획재정위원장, 유승민 황진하 의원은 국방위원장, 김정훈 의원 등은 정무위원장 후보에 자천타천 이름이 오르내린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강창일(지식경제위원장) 김우남(농림수산식품위원장) 김춘진 주승용(이상 보건복지위원장 또는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신학용(법제사법위원장 또는 정무위원장) 박영선(법제사법위원장) 최규성(농림수산식품위원장) 의원 등의 이름이 자주 들린다.

박영선 의원의 경우 당내 3선 의원 27명 중 나이,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서열'이 10위권 밖이다. 연공서열만 따진다면 박 의원이 주요 상임위원장을 맡기는 무리다.

하지만 박지원 위원장은 국회 상임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법제사법위원회는 강팀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라며 "박영선 의원이 그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박 의원이 법사위원장 또는 정무위원장을 맡게 될 거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반면 새누리당은 문방위원장은 줄 수 있어도 법사위원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민주통합당과의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의장, 친박 강창희냐 친이 정의화냐
부의장엔 새누리 정갑윤·이병석… 민주당 이석현·박병석 거론


최경호기자


상임위원장과 함께 국회의장단 구성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여당에서는 6선의 강창희 당선자와 5선의 정의화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당대표 후보로 꼽혔던 강 당선자는 정몽준 의원(7선) 다음으로 당내 최다선이다. 18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을 맡은 정 당선자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박희태 전 의장을 대신해 현재 의장 직무대행으로 활동 중이다.

강 당선자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나 국회 전반기가 대선 국면이어서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국회 후 반기에 의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친박 인사인 강 당선자가 국회의장이 될 경우 '국회직까지 친박(친 박근혜)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부담이다.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정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에 "선수가 높은 선배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 의견에 대해 주위에서는 5선 이후에는 선수(選數)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조언한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부의장 경쟁도 치열하다. 새누리당에선 4선인 정갑윤 이병석 의원의 대결이 유력하다. 정갑윤 의원은 친박계이고, 이병석 의원은 친이계여서 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 당선자가 국회의장이 될 경우 상대적으로 이 의원이 부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통합당에서는 5선의 이석현 의원과 4선의 박병석 의원이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으로 거론된다. 문희상 의원은 참여정부 때 국회부의장을 지냈고, 이미경 의원(이상 5선)은 당이 원내 1당이 됐을 경우 의장에 도전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총선 패배로 계획이 어그러졌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