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겨냥한 국정조사ㆍ특검으로 ‘차별화’친형 이상득 검찰 조사도 변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MB) 대통령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이 MB정부와의 차별화를 본격화하면서 양측의 '동행(同行)'이 난망하게 됐다. 여기에 검찰이 이상득 전 의원 등 MB 최측근 수사에 나서면서 여론이 악화되는 정황도 양측의 결별을 부추기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8일 민주통합당과의 19대 국회 개원(開院) 협상에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선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관련 의혹에 대해선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안 모두 이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들로, 정가에선 그러한 여야 합의를 두고 박 전 위원장 측이 MB와의 차별화에 나선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4ㆍ11 총선을 계기로 '박근혜당'으로 리모델링한 새누리당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MB와 거리두기에 본격 나섰다는 풀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경우 민주당은 총리실에서 작성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을 근거로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은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국정조사를 주장해왔다. 문건에는 '노무현 정권 코드 인사들의 음성적 저항과 일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으로 인해 VIP의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어졌기 때문' 'VIP에게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 지휘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고, 민주당은 문건의 VIP를 이 대통령으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관련 특검은 직접 MB를 겨냥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 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10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이 대통령과 아들 시형씨, 부인 김윤옥 여사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사건 관련자 7명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부실 수사라는 비난과 함께 민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에서조차 검찰 수사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박 전 위원장 측에선 국회 개원을 앞두고 대선 국면에 편승한 야권의 파상적인 공세를 막아내고, 현재의 '대세론'을 유지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회 개원 이후 각 상임위원회에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무차별 공격을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주요 관건이었다고 한다. 아울러 대세론과 관련, 'MB와의 차별화'문제가 자연스럽게 부각되었다는 전언이다.

당시 논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영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MB(정부)와 차별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영남권의 친박계 중진 의원은 "MB정부와 거리두기는 오래 전부터 논의해 왔고 그 시점이 문제였다"면서 "국회 개원 초부터 야당이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 확실해 그(차별화)시기를 앞당기자는 게 중론이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다른 친박계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이명박근혜'라는 말을 만들어 박근혜 전 위원장까지 심판론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상황에서 MB와의 차별화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세종시 문제,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에서 MB와 다른 입장을 보여왔고, 국민들도 MB와는 다른 선상에서 박 전 위원장을 바라보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박 전 위원장 측 일부에선 이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반론에 묻혔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주류층의 기류를 종합하면, 박 전 위원장과 MB와의 관계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심지어 박 전 비대위원장 측 일부에선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에서 야당보다 더 강하게 MB정부를 압박해 '차별화'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박 전 위원장 측은 검찰이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 조사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3일 이 전 의원을 소환해 저축은행 관련 금품수수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한다.

이 전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가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만으로도 MB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이 MB정부와 거리를 두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정가와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뒤늦게 이 전 의원을 조사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저축은행 관계자에게까지 미치고 이 전 의원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자 검찰이 국정조사에 때맞춰 이 전 의원을 조사한다는 것이다.

만일 불법사찰 국정조사에서 저축은행사건과 이 전 의원 관련성이 확인된다면, 대선 정국은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MB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상황으로 치닫겠지만, 박 전 위원장 측 입장에선 가장 확실한 '차별화'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정가에서는 새누리당이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를 수용한 것이 단순히 MB정부의 불법사찰만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MB정부 자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MB측에서는 박 전 위원장 측의 '차별화'에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 인사는 "모든 것은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한다. 당ㆍ정ㆍ청이 무관하지 않은데 인위적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의 한 중진 의원은 "MB가 힘이 있을 땐 침묵하다가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갈라서는 것은 기회주의적 행태"라며 "MB가 힘이 빠져도 현직 대통령으로 박 전 위원장의 태도에 따라 우군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행보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 측은 MB정부와 거리두기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 전 위원장 대선 캠프 인사로 거론되는 한 중진은 "국민을 위한 정책에는 적극 협조를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분명하게 선을 그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7월 한여름, '차별화'를 매개로 한'朴(근혜)-李(명박) 전쟁'이 막이 오르면 대선정국도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대선 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 현재의'대세론'을 유지할 지, 아니면 뜻밖의 역풍에 주춤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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