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40인이 뽑은 대한민국 베스트·워스트 M&A

부도 위기 기아차 2년만에 흑자로… 두산, 밥캣 인수 엇갈린 평가
성공과 실폐 사례 동시에 올라

유사한 산업 기반서 보완 역량 갖추면 M&A 성공 가능성 높아

기업 인수ㆍ합볍(M&A)은 기업의 성패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M&A는 특히 경기 호황기보다 침체기에 더욱 절실한 생존전략으로 다가온다. M&A를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경제 위기 때마다 기업 간 인수합병이 빈번했다. M&A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무렵이었다. 유럽발 재정위기 속에서 대기업은 허리띠 졸라매기를 시작했다. M&A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포춘코리아최근호는 외환위기 이후 성사된 M&A 가운데 최고와 최악의 사례를 심층분석해 다뤘다.

외환위기 시절 해외자본이 급격하게 유입되고 국내 기업은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돌이켜 보면 기업에 어려운 시기였지만 전략적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만든 시절이었다. 국내 기업은 2008년에 일어난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에도 활발하게 M&A를 추진했다. 미국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10년 한국 전체의 M&A 시장규모는 517억 4,000만 달러였다. 2009년보다 9% 늘어난 수치다. 포춘코리아는 국내 최고 M&A 전문가 40명에게 M&A 최고와 최악의 사례를 물었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는 산업 분야 최고의 M&A로 손꼽혔다.

윤윤수 휠라 회장은 해외기업 인수합병의 귀재로 통한다.
'현대←기아차' 역대 최고 M&A

국내 최고 M&A 전문가 40명은 포춘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 일반 산업분야 역대 최고 M&A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1위로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21.2%가 성공적인 M&A를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사례로 기아차 인수를 추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4대 회계법인(삼일, 한영, 삼정, 안진)과 신한은행, KB투자증권, 매킨지 서울사무소 등 7개 기관의 M&A 전문가 40명이 복수응답 방식으로 설문에 응했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기업 M&A에 관여하면서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아온 실력자들이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속담과 달리 기아차는 해외 시장에서 형격인 현대차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유럽에서 강세인 기아차는 판매 증가율, 판매량 부분에서 현대차를 추월하거나 대등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기 직전이었던 1997년 기아차는 부도 문턱을 오가던 부실기업이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당시 현대차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기아차 경영정상화에만 적어도 5년이 걸릴 텐데 왜 인수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대차까지 동반 부실에 빠질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현대차가 운영한 기아차는 불과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성공적인 산업분야 M&A 2위는 두산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13.7%)였다. 뒤이어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SKT의 하이닉스 인수가 각각 10%의 득표율로 공동3위를 차지했다. 5위는 두산의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7.5%)였다. 두산중공업의 탄생에 대해 삼정KPMG의 한 M&A 전문가는 "그룹의 체질을 성공적으로 바꾸고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킨 성공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 사례에 대해 "포스코의 해외 영업능력과 위기관리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LG카드' 금융분야 최고

신한금융의 LG카드 인수는 금융 분야 최고 M&A로 뽑혔다. 전문가 31.2%가 "1,000만명에 달하는 LG카드의 고객 확보로 신한금융이 4대 금융지주사의 지위를 더욱 견고히 했다"면서 LG카드 인수를 금융 분야 최고 M&A라고 평가했다.

LG카드 인수가 금융분야에서 크게 관심을 모은 건 2002년 당시 카드대란의 혼란 속에서 카드업계 1위였던 LG카드 인수를 놓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맞붙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라도 LG카드를 손에 넣으면 단숨에 금융 시장의 절대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불꽃 튀는 인수전에도 불구하고 인수가격은 합리적이었다. 신한금융이 써낸 인수금액은 주당 6만 8,410원으로, 하나금융보다 불과 910원이 더 많을 뿐이었다. LG카드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출혈 경쟁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신한금융은 LG카드 인수를 기반으로 금융지주사의 기본적인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는 은행, 증권, 카드, 자산운용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게 되었다. 올해 초 신한금융은 LG카드 인수 때 진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금융분야의 성공적인 M&A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20%), 신한금융의 조흥은행 인수(11.2%),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5%), 하나금융의 서울은행 인수(2.5%)가 제시됐다.

해외기업 인수 최고는 휠라코리아

해외기업 인수 가운데 최고의 M&A는 휠라코리아가 꼽혔다. 휠라 윤윤수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해외기업 인수합병의 귀재. 전문가 17.5%가 휠라코리아의 휠라 본사 인수를 해외기업 M&A 가운데 최고로 손꼽았다. 삼일회계법인의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브랜드 로열티' 금융기법을 제대로 활용한 성공적인 M&A"라고 분석했다. 휠라코리아는 전체 인수자금인 3억 9,500만 달러 가운데 3억 달러를 브랜드 로열티를 통해 금융권에서 융통할 수 있었다.

휠라코리아가 지난해 미래에셋 컨소시엄과 함께 추진한 아쿠쉬네트 인수(13.7%) 역시 전문가들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2위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기업금융 전문가는 이를 두고 "민간자금과 공적자금과의 공조를 통한 M&A의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두산의 밥켓 인수(12.5%)와 석유공사의 영국DANA 인수(11.2%), 동원의 스타키스트 인수(5%)가 뒷 순위를 이었다.

금호아시아나, 최악인수 1·3위 굴욕

그렇다면 국내 전문가들이 선정한 최악의 M&A는 과연 무엇일까. 응답자의 37.5%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꼽았다. 인수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승자의 저주'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을 만큼 실패한 M&A 사례로 널리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밥켓 인수는 성공 사례 3위였지만 실패 사례 2위로도 뽑혔다. M&A 전문가 사이에서도 밥켓 인수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사실 2007년 두산이 북미와 유럽지역 영업을 강화하겠다며 밥캣을 인수할 때만 해도 성공적인 M&A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밥캣의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분석의 방향은 비관론 쪽으로 바뀌었다. 최근 두산 측에서 밥캣의 실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밖에도 최악의 M&A 공동 3위에는 같은 표(6.2% )를 받은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와 팬택의 SK텔레텍 인수가 올랐다. 웅진의 극동건설 인수(5%)는 5위를 차지했다.

M&A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시너지 효과와 기회 포착이 중요하다. 유사한 산업 기반에서 보완할 역량을 갖췄다면 M&A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고, 알짜배기 기업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는 어려울 때일수록 갑자기 온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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