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4일 오후 전날보다 56.89포인트(2.92%) 오른 2007.58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배우한기자
"실적 좋은 기업이 주가도 오른다."

상장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를 분기별로 집계ㆍ분석하는 한국거래소가 자주 하는 말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년 대비 매출액이 증가한 기업 461개사의 2011년 주가는 평균 14.26%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증가한 250개사의 주가는 평균 24.46%, 순이익이 증가한 228개사의 주가는 25.74%나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1.06% 하락한 시기에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 든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실적과 주가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법칙을 증명했다.

그러나 실적과 상관없이 등락이 결정되는 주식들도 존재한다. 이른바 테마주라 불리는 종목들이다. "유가증권의 공정한 거래와 투자자 보호를 우선한다"고 주장하는 한국거래소로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요동치는 테마주가 반갑지 않은 손님일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대선을 앞두고 '작전세력'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이른바 '대선테마주'에 날 선 칼을 빼든 상태다.

작전세력의 표적

지난 14일 장 종료 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는 4건의 '조회공시 요구(현저한 시황변동) (주가급등)' 문구가 떴다. 조회공시는 특정 종목의 주가와 거래량에 뚜렷한 움직임이 있을 경우 한국거래소가 나서 해당 기업에 대해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한국거래소가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이유를 물을 만큼 주가가 급등했던 곳이 13일 하루 동안 4개사나 됐다는 뜻이다. 장 종료 후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4개사는 지엠피, 서희건설, 캔들미디어, 링네트였다.

가격제한폭이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별 종목의 주가가 일별로 상승할 수 있는 최고가격을 뜻하는 상한가는 전일종가대비 15% 수준에서 결정된다.

지엠피의 경우 지난 10~13일 4일 동안 세 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덕분에 10일 시가가 633원에 불과했던 지엠피 주식은 13일 장 마감 당시 980원까지 치솟았다. 나흘 동안 무려 54.8%나 폭등한 셈이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나머지 종목들도 마찬가지였다. 서희건설은 세 번의 상한가로 10일 1,010원이던 주가가 1,510원으로 49.5% 올랐고 캔들미디어와 링네트도 같은 기간 각각 67.7%(10일 시가 1,180원→13일 종가 1,980원), 56.6%(10일 시가 4,240원→13일 종가 6,640원) 폭등했다. 4개사 모두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할 만큼 우려되는 주가 흐름을 보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가급등으로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4개사 모두 대선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엠피와 링네트는 '안철수주'로 불린다. 지엠피의 경우 특별한 분류이유를 찾을 수 없지만 링네트는 이주석 대표가 서울대, 스탠퍼드대 등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안철수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캔들미디어와 서희건설은 '문재인주'로 분류된다. 캔들미디어는 장영승 전 대표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경선후보 미디어특보로 캠프에 참여하며 문재인주 명단에 올랐다. 서희건설은 이봉관 회장이 문재인 후보와 경희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문재인주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모두 야권 후보들과 관련된 테마주다.

관리 통할까?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해당 회사들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공시 다음날 주가가 소폭 하락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큰 피해 없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회사들도 대부분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12일 같은 내용으로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우리기술투자, 일경산업개발, 모나리자 등은 "최근의 현저한 시황변동(주가급등)과 관련하여 별도로 공시할 중요 정보 없음"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대선테마주들에 대해 투자주의종목과 투자경고종목, 나아가 투자위험종목으로까지 지정하는 칼을 빼들고 나선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투자경고ㆍ위험종목 지정 시장감시규정을 개정, 대표적인 안철수주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미래산업을 투자경고종목으로 14일 지정했다. 한국거래소는 8월 말부터 지난 13일까지 미래산업을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주가의 이상급등을 막지는 못했다.

일회성 단순 경고 수준인 투자주의종목에 비해 신용매수가 금지되고 증거금 100%가 적용되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은 해당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된 후에도 아무런 개선사항이 없을 경우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다.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면 매매거래가 즉시 정지된다. 대선테마주로 큰 피해를 보는 '개미'들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빼든 칼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