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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가 굳히기 등 작전도 'UP'

● 갈수록 지능화되는 주가조작 수법
비교적 저렴한 '동전주'… 세력의 좋은 먹잇감
설계사·기술자 등 분업화
허술한 법 이용 처벌 힘들어… 개인투자자 주의 필요
  • 불법주가조작인 '작전'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개미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작전>의 한 장면.

'작전(作戰)'

주로 군사용어로 사용되는 본 단어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나 방법을 강구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군사적 목적만큼이나 '작전'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작전주, 작전세력 등의 용어는 이제 주식시장을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들린다. 그만큼 '작전'으로 지칭되는 불법 주가조작이 만연해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적발된 주가조작 건수는 152건이었다. 각각 142건, 138건이었던 2009년, 2010년과 비교할 때 조금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적발 건수가 실제로 일어났던 주가조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주가조작 사건이 늘어날수록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주가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주식시장은 한탕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행해지는 주가조작이 주식시장 전체를 망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선거가 있는 올해 입소문을 탄 소위 '대선테마주'들의 경우, 대부분 실적과 상관없이 등락이 결정되는 까닭에 주가조작의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

작전세력 구성은?

주가조작은 설계사, 전주(錢主), 바지사장, 기술자 등 분업화된 작전세력이 모여서 이뤄진다.

설계사는 주가조작의 전체 시나리오를 짜는 사람이다. 특정 종목을 지목하고, 선택한 회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며, 해당 회사의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체 작전의 세부계획을 세운다. 해당 기업의 가치, 주식시장의 동향 등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까닭에 애널리스트 등의 금융업계 종사자나 기업 재무담당자 출신이 많다.

설계사가 전체적인 작전의 틀거리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계획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한 번의 작전에 100억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한 까닭에 대상이 되는 기업의 대주주나 사채업자 등이 전주로 나선다. 단순히 자금을 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작전세력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성원이기도 하다.

바지사장은 설계사가 짠 계획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기업 포장업무를 담당한다. 허위공시, 호재성 뉴스 등을 고의적으로 시장에 흘려 주가조작의 대상이 되는 종목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술자는 실제로 기업의 주식을 사고팔면서 시세를 조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주가 그래프를 보기 좋게 만들어 시장을 교란시켜야 하는 까닭에 주로 전ㆍ현직 증권사 영업사원들이 맡는다. 주가조작을 실제로 진행하는 까닭에 작전이 적발될 경우 가장 먼저 수사선상에 오르고 또한 제일 먼저 잡혀간다.

이처럼 주가조작은 전주의 자금을 바탕으로 설계사가 전체적인 계획을 짜면 바지사장이 입소문을 내고 기술자가 실행하는 방식으로 철저히 진행된다. 자금, 정보, 금융기술 등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작전에 걸려들 경우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

대상 종목들은 어떤 특징?

주가조작의 대상이 되는 종목들은 어떤 특징을 지닐까? 금융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통주식수가 적고 주가가 저렴한 중소기업으로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좋은 테마주들이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유통주식수가 적고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소위 '동전주'의 경우 소규모 자금으로도 쉽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어 주가조작을 하기도 그만큼 쉽다고 전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주가조작 사례 중 주식시세조정 관련 78건 가운데 자본금 20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 53건(68%)이 발생해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했다.

바이오, 자원개발 등 개인투자자들이 솔깃할 만한 호재가 있는 기업들도 작전세력의 주요 표적이 된다. 작전세력들은 주식사이트나 SNS 등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호재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할 뿐, 기업 실적의 좋고 나쁨과는 무관하다.

올해 들어 주가조작이 가장 빈번했던 종목들은 유력 대선주자들과 인적으로 연결돼있거나 해당 캠프에서 내놓은 공약에 기반한 기업들이었다. 유력 대선주자와 같은 대학 출신이거나 대선 캠프에 속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기업들이 '대선테마주'로 꼽히며 큰 폭의 등락을 거듭, 개인투자자들을 울렸다. 일례로 올해 6월 구속기소된 작전세력의 경우 2010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안철수연구소(현재 안랩) 등 21개 정치테마주에 대한 주가조작을 통해 386억원을 벌어들인 바 있다.

자주 쓰이는 작전들은

최근 금융당국이 주가조작을 적발했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여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상한가 굳히기'다. 상한가 굳히기란 상한가에 가깝거나 상한가인 종목에 매도물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대규모 매수주문을 상한가로 제출, 강한 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시장을 교란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압도적인 미체결 매수주문을 유지하며 상한가를 굳힌 후 몰려든 개인투자자들로 다음 날 주가가 오르면 작전세력은 보유 물량을 팔아 차익을 챙기고 빠진다. 올해 주가조작으로 적발된 대선테마주들 중 각각 '박근혜테마주', '문재인테마주'로 꼽히는 EG, 바른손 등이 상한가 굳히기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주가조작 수법으로 꼽히는 상한가 굳히기는 전업투자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상한가 따라잡기'와 유사해 법적 처벌근거가 마련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상한가 굳히기를 불법으로 규정, 처음 검찰에 고발한 것도 지난 3월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법적 해석 논란이 있는 터라 처벌하기 쉽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주가조작 수법으로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전문가들은 "특별한 호재 없이 상한가에 오를 수 있는 중소형 대선테마주들이 상한가 따라잡기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며 "상한가에도 주식을 사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의 조바심을 이용하는 만큼 이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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