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민주당의 입당설 정면 부인에 YS 측 속이 부글부글

정치권이 ‘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언론의 보도→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의 반박→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재반박이 논란의 요지다.

인터넷 언론 ‘시사오늘’은 지난 16일 문재인 후보 측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 전 부소장을 영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즉각 브리핑을 통해 “씨가 ‘TV조선’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그 자리에서 앵커가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캠프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어떤가요’라고 물으니 씨가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니게 말끝을 흐려 넘어갔다. 자기 몸값을 높이려는 발언으로 생각된다”며 김 전 부소장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진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캠프는 YS 차남 씨를 영입하겠다는 검토를 한 적이 없다. (인터넷 언론의 보도는) 200% 오보”라며 영입설에 ‘대못’을 박았다.

이후 민주당 입당설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이 문제가 오히려 더 커지는 듯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민주당의 브리핑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굳이 ‘200% 오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쓸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YS 측에서 단단히 화난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영입설 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한광옥 안동선 이윤수 전 의원 등 이른바 동교동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 생전에 ‘DJ맨’을 자처했던 사람들이다.

박 후보는 국민 대통합, 동서 화합이라는 명분하에 이들에게 ‘빨간색’ 재킷을 입혔다. 호남에서 이들을 매개체 삼아 두 자릿수 득표에 성공하겠다는 박 후보 측의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동교동계가 새삼 주목받자 그들과 필생의 라이벌인 상도동계도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특히 상도동계의 간판 격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의장은 여러 진영의 영입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문 후보 캠프였다. 과거 민주화의 양대 산맥이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에 러브콜이 잇따르자 문 후보 캠프도 외연 확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부소장의 영입설이 불거졌다. 김 전 소장은 18, 19대 때 새누리당 간판으로 부친의 지역구였던 경남 거제에서 출마를 노렸으나 잇달아 고배를 들었다. 19대 총선을 이끌었던 박근혜 후보(당시 비상대책위원장)와는 감정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안철수 후보에 맞서 몸집을 불려야 하는 문 후보 측이나 정치적 재기를 위해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 김 전 부소장 측 간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 영입설’은 결과적으로 ‘설’에 그치고 말았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난 게 아니라 민주당에서 김 전 부소장을 향해 “200% 오보”라며 ‘철책’까지 쳤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이 한광옥 전 의원 등을 영입했지만 현재까지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다른 진영도 다시 고민이 커졌다”며 “김 전 부소장 영입설이 흘러 나온 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작심 반격

문재인 캠프의 공식 브리핑 이틀 후인 지난 18일 김 전 부소장은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부소장은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작심한 듯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문 후보 측의 영입설과 관련해 김 전 부소장은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지만 제안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민주당이 ‘검토한 적이 없다. 200% 오보’라고 논평을 낸 것은) 아주 몰상식한 이야기”라고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김 전 부소장은 이어 “공식적인 제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 “문 후보 캠프에서 일을 해달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제안을 했다. 나름대로 정리가 되고 나면 다시 한 번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대변인 논평까지 내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부소장은 이 방송에서 ‘다른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서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직함을 받는 게 아닌 ‘다른 제안’은 도대체 뭘까.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부소장이 재선거나 보궐선거 때 민주당 간판을 달고 부산ㆍ경남(PK)에서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다른 제안일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당장 김두관 전 지사의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와 문재인 후보의 출마로 역시 주인을 잃게 되는 부산 사상구에서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들 두 곳은 대선에서 최대 격전지라 할 PK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치는 지역이다. 또 이곳에서 보궐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자연스럽게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 성격을 띠게 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전 부소장이 문 후보 측에 반격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PK 민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YS의 차남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받아서 좋을 것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전 부소장은 문 후보 측과 확실하게 선을 그은 뒤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몇 분을 만났다. 정책적인 조언을 해달라는 것은 있었지만 영입 제안이 구체적으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박근혜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 전 부소장은 “(박 후보가) 먼 곳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세력이나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동교동계 영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