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넥센-사업가 홍성은 회장 '주주 분쟁' 새 국면자금난 겪고 있던 히어로즈와 투자계약 체결 2008년 20억 지원홍회장 "주식 취득 조건" 구단 "단순 대여금일 뿐"지분 40% 넘어가면 구단 소유구조 대변동

홍성은 회장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와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의 주주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지난 12월 17일 이 중재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중재원은 일단 홍 회장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했다. 그러나 히어로즈 측은 이번 중재에 대해 "중재원이 양측의 입장을 반반씩 받아들인 것으로 양쪽모두 절반의 승리를 한 셈"이라는 시각이다.

중재원이 홍 회장의 투자금에 대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구단 내 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히어로즈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히어로즈 측의 이 같은 해석에 대해 홍 회장은 다른 입장이다. 홍 회장은 중재원이 구단 내 지분뿐 아니라 주주로서의 지위도 모두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판결문을 입수해 양측의 엇갈리는 입장 차이를 규명해 보았다.

승자와 패자는 누구?

/연합뉴스
앞서 히어로즈 측은 지난 5월 대한상사중재원에 홍 회장의 주주 지위를 부인하는 중재신청을 제기했다. 홍 회장이 자신을 주주로 인정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자금난에 처해 있던 히어로즈 구단과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7월과 2008년 9월 두 번에 걸쳐 10억원씩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이 투자금을 놓고 히어로즈 측은 단순 투자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홍 회장 측은 주식취득을 조건으로 한 투자였다는 입장이다. 주식 취득 등과 같은 조건이 없이 자금난에 처한 히어로즈에 단순히 돈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히어로즈는 프로야구단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 차원, 즉 대여금이며 주식 양도 계약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중재원은 홍 회장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신청인이 히어로즈이고 피신청인은 홍 회장이다. 신청인의 중재신청취지에는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주주지위에 있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피신청인의 반대신청취지에는 "신청인은 기명식 보통주 16만4,000주(액면가 5,000원)를 피신청인에 양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재판정부는 "히어로즈 구단이 신청한 홍 회장의 주주 지위 부인 신청을 각하하고 히어로즈 구단은 홍 회장에게 기명식 보통주 16만4,000주(액면가 5천원)를 양도하라"고 판정했다.

중재판정부가 양도하라고 명한 16만4,000주는 히어로즈 구단의 발행 주식 41만주의 40%다. 중재판정부는 "각 계약서에는 홍 회장이 히어로즈에 자금을 투자하는 대가로 히어로즈가 자신의 지분을 홍 회장에게 양도하기로 약정돼 있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 역시 명백하다"고 판정했다.

이 같은 판정 배경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계약의 성격에 관하여 보건대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며 "처분문서인 이 사건의 각 계약서에는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자금을 투자하는 대가로 신청인이 자신의 지분을 피선청인에게 양도하기로 약정돼 있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 역시 명백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중재판정부는 "이에 대해 신청인은 이 사건의 각 계약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신청인 스스로 이 사건의 각 계약서에 날인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이 사건 각 계약서 전체의 진정 성립은 추정되는 것이고 이와 달리 이 사건의 각 계약서가 진정하게 성립된 것이 아니라고 볼 증거도 없으므로 신청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투자에 대한 엇갈린 해석

그러나 판정에 대한 히어로즈 측의 생각은 다르다. 히어로즈 측은 "중재판정부는 홍 회장을 구단의 주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며 "홍 회장의 자금을 투자금이라는 성격으로 해석했다면 당연히 그의 주주 지위를 인정했을 텐데, 실제로는 주주 지위를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주주가 아닌 홍 회장에게 주식을 교부할 이유가 없다는 게 히어로즈 측의 주장이다.

이어 "중재원에서 홍 회장의 주주 지위를 부인한 만큼 주식교부는 물론 주주로 경영에 참가시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은 아직도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히어로즈 측은 홍 회장 측에서 주식양도 문제를 제외하고 협의를 요청한다면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홍 회장 측은 "히어로즈의 주장은 중재원 판정에도 따르지 않겠다는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중재원의 판정은 단심재로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으며 심지어 판정 내용을 왜곡해 언론 등에 전파하고 있다"고 히어로즈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판결문 표지에는 "이 중재판정에 관하여서는 적법한 관할권이 세계 각국의 어느 나라에서도 그 확인 또는 집행이 가능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홍 회장은 "나는 당초 투자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구단의 경영에는 일절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왔고 실제로 관여한 적도 없다"며 "그런데 히어로즈는 내 투자금을 받아 구단을 살려놓고 이제와 나에게 '당신은 주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단이 죽어가고 있을 때 투자금을 구하지 못해 나에게 매달릴 땐 모든 것을 다 줄 듯이 해 놓고 이제는 얼굴을 바꾸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홍 회장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안은 히어로즈가 홍 회장을 지분 40%를 가진 주주로 만들어줘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명백히 판정한 것"이라며 "만약 히어로즈가 지분 양도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이번 일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랐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한편으로 씁쓸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 측 법무법인 태평양은 "만약 히어로즈가 지분 40% 이전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을 통해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재원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쉽게 마무리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히어로즈는 "주식 양도는 이사회 등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법률적으로 강제할 수 없어 사실상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반박하며 사실상 양도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히어로즈가 필사적으로 주식 양도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지분 40%가 홍 회장에게 넘어갈 경우 구단 소유구조 변동과 함께 야구단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규약상 구단 총 발행 주식수의 50% 이상이 이동하거나 미달하는 주식 소유자가 추가로 주식을 취득하여 50% 이상이 될 경우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