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금융계 5대 핫이슈

한 해는 금융계에 격동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ㆍ저금리 체제가 본격화되고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개별 금융회사의 수뇌부도 바뀔 가능성이 커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 예견된다. 올 한 해를 달굴 이슈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① 금융 수장 교체될까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논란 등으로 임기 내내 인사 뒷말이 많았다. 민간영역인 금융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으로 보면 이 정권의 부침에 민감할수록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얘기한다.

금융공기업 수장의 임기만료가 임박한 곳도 적지 않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등의 임기가 올해 예정돼 있다.

민병덕(오른쪽 첫번째) 국민은행장과 박병권 (오른쪽 두번째) 노조위원장이 1일서울특별시립 브릿지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새해맞이 떡국 나눔잔치' 에서 떡국을 배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소외계층 500여명을 대상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보온내의를 전달했다. 국민은행 제공
② 올해 경영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

올해 시장 환경은 경기침체에 의한 부실채권 증가, 저금리에 따른 운용 수익 감소, 규제 강화와 맞물린 자본 확충 등으로 어느 때보다 팍팍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과다 채무자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한계기업의 상시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한편 수납거래 통장 등 저원가성 자금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보험사들도 저축성 보험 위주의 편향된 성장 지양, 금리연동형 보험 상품 확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안정적인 대체투자처 발굴 등에 나서고 있다.

③ 재테크 관건은 수익보다는 세테크,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

저금리와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로 세테크가 재테크의 알파요, 오메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자 증세를 위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하는 기준금액이 올해부터 2,000만원으로 낮아짐에 따라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새해 벽두부터 은행의 PB창구에는 세금으로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는 비과세ㆍ저율과세ㆍ분리과세 상품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실제로 안정 금융자산에 몰렸던 뭉칫돈들이 올해부터는 주식, 연금, 이자지급 시기가 분산되는 월 지급식 금융상품으로 나눠지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④ 가계부채 뇌관 관리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경매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못 건지는 깡통주택 대출자가 19만명에 달한다. 저신용ㆍ다중채무자들은 23만명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빚을 탕감해주거나 저리로 장기 분할 상환을 유도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의로 빚을 갚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불거질 수 있고 빚을 탕감해도 소득원이 없을 경우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나 금융 당국이 강요에 가까운 밀어붙이기에 나설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침해될 수 있어 올해 내내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이 빚어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⑤ 금융감독체계 수술대 오를까

박 당선인 측은 내부적으로 국내 금융정책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을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부는 명실상부한 금융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로 조직을 나눠 저축은행 사태 재연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쌍봉형 구조로 금감원을 바꾸겠다는 것. 하지만 금융감독개편이 정부조직개편이라는 큰 틀의 과제에 우선순위가 밀린 감이 있어 대폭적인 쇄신이 단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 금융 CEO 첫 일정으로 본 올 경영키워드
"내부 결속 다지기!"


박해욱 기자


이순우 우리은행장 홍유릉 참배… 정통성 확인
서진원 신한은행장 구내식당서 직원에 배식

첫 일정을 보면 한 해의 경영 키워드가 담겨 있다. 대다수 금융 최고경영자(CEO)들은 '내부결속 다지기'로 새해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저성장ㆍ저금리 기조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만큼 내부단합이 선행돼야만 외부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2일 오전 시무식을 끝내고 곧 바로 노동조합을 방문한다. 조 행장은 노조를 찾아 노조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진 후 한남동고객센터ㆍ수지IT센터를 차례로 들러보기로 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임원들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홍유릉을 참배한다. 민족금융의 기틀을 마련한 고종황제와 영친왕을 참배하고 우리은행의 정통성을 확인하기 위한 행사다. 우리은행은 황실자금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을 모태로 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 식목일에 처음 홍유릉을 참배한 후 지난해부터는 신년 첫 공식일정으로 홍유릉을 찾고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2일 점심을 '배식의 날'로 지정하고 구내식당에서 임원들과 함께 직원들에게 식사배식을 한다. 하영구 씨티은행장도 시무식 이후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내부고객(직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대외고객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저금리 등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어서 CEO들은 내부단합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과 달리 외부 활동을 통해 새해 첫 공식일정을 시작하는 CEO들도 있다. 1일부터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서울특별시립 브릿지종합지원센터를 찾아 '새해맞이 떡국 나눔잔치'를 열고 노숙인 500여명에게 식사 및 보온내의를 제공했다. 이장호 BS금융그룹 회장과 성세환 부산은행장은 각각 부산 지역 거래처 간담회와 지역기관장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장인상으로 첫날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고 리처드 힐 SC은행장은 휴가를 내고 영국에 체류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 4대 금융지주 CEO들은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임원들에게 내부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