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22일 대한체육회장 선거'평창 올림픽 유치' 공로 박용성 연임 도전 가능성정몽준 '국제적 인맥' IOC위원도 바라볼 만친박 핵심 유정복도 유력… 이에리사 '홍일점' 눈길

박용성
내달 25일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할 즈음 또 하나의 흥미로운 선거가 열린다. 체육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제38대)을 선출하는 행사다.

4년 임기의 대한체육회장은 말 그대로 한국 스포츠의 수장이다. 대한체육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을 겸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국빈 대접을 받는다. 체육계뿐 아니라 정치권과 재계에서도 욕심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체육회(KOC)는 이달 말 이사회와 공고를 거쳐 다음달 22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 예정이다. 55개 가맹단체 회장과 2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건희 문대성), 선수위원회 위원장( 새누리당 의원) 등 대의원 58명이 모인 총회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 수장에 오른다.

공식적으로는 대의원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지만 실제로는 정치권, 특히 청와대의 의중이 적잖게 반영되는 자리가 대한체육회장이다. 참여정부 때 선출됐다가 MB 정부 초기였던 2008년 4월 반강제적으로 사퇴한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장은 "구차하게 사느니 당당하게 죽겠다"며 회장직을 내놓았다. 김 전 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절친'이다.

연임으로 '한번 더'

정몽준
제37대 회장인 현 회장의 임기는 2월 말까지이지만 연임이 가능하다. 박 회장 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임기 동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런던올림픽 개가 등 공을 내세워 연임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국제유도연맹 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을 역임하며 보폭을 넓히는 등 스포츠 외교에 앞장섰다는 점이 인정된다. 다만 MB 정부 때 취임해서 이미 4년간 활동했다는 점 등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선거 당선에 적잖은 힘을 보탰다는 평을 듣는, 이른바 '박근혜의 사람들' 중 몇몇 인사가 자천타천 차기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체육계 사정에 훤한 의원, 친박(친 박근혜)의 핵심인 의원, 체육인 출신이자 여성인 의원 등이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 어게인(Again) 2002?

유정복
의원은 7선으로 현역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최다선에 빛나지만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금배지보다 대한축구협회장, 한일월드컵 등 체육인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

정 의원은 오랫동안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지내며 국제적으로 인맥도 넓혔다. 정 의원이 대한체육회장에 오를 경우 IOC 위원까지도 바라볼 만하다는 이야기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정치인으로 정 의원의 인기는 2002년이 절정이었다. 당시 정 의원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바람을 타고 제3후보로 부각되면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른바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도 정 의원은 한때 노 후보를 앞서는 듯 파란을 이어갔다. 최종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간발의 차로 밀리긴 했지만 정 의원의 폭발력은 만만치 않았다.

정 의원이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다면 제19대 대선이 열리는 4년 뒤 '어게인 2002'를 바라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7년 대선 한 해 전인 2016년에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인 브라질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에리사
, 출마냐 입각이냐

친박(친 박근혜)의 핵심인 의원은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장으로 활약했다. 유 의원은 과거에는 스포츠와 큰 인연이 없었으나 올해부터는 국민생활체육회장을 맡고 있다.

유 의원이 체육회의 수장에 오를 경우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힐 수 있다. 반면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될 경우 다소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대한체육회장이 아닌 박근혜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유 의원에 대한 당선인의 신임이 두텁다는 방증이다.

다만 유 의원이 청와대로 들어갈 경우 의원직은 사퇴해야 한다는 변수가 있다. 따라서 수도권(경기 김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유 의원이 금배지를 내려놓으면서까지 청와대에 들어갈지도 미지수다. 유 의원이 유력한 대한체육회장 후보 중 한 명인 이유다.

이애리사 태릉선수촌장 출신

의원은 여성으로 태릉선수촌장을 지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의원은 '탁구 영웅'으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을 만큼 인지도 면에서도 경쟁자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 의원은 명지대학교 이학박사 출신으로 용인대학교 기획처장,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 총감독 등을 지낸 전문 체육인이다. 이 의원은 정 의원이나 유 의원에 비해 정치적 이력은 처지지만 '여성 전문가'라는 측면에서는 되레 크게 앞선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적 지형 등을 고려하면 의원이나 의원이 다소 앞서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의원의 경우 여러 후보 중 홍일점이자 현장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이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