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당권 경쟁 판도는?당원·대의원 대상 여론조사… 이용섭, 강기정에 여유 있게 앞서김한길-이용섭 양자대결선… 金, 李에 7%차 근소한 우위'단일화 땐 역전승도 가능'측과 '부동표 확고한 金 유리'로 전망 엇갈려

왼쪽부터 김한길, 이용섭, 강기정.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지난 12일 민주통합당은 적잖이 술렁거렸다. 5ㆍ4 전당대회 당대표 예비 경선에서 비주류 '유일후보'인 김한길 의원이 예상대로 본선에 오른 가운데 주류 측 신계륜 의원이 탈락했다.

363명의 중앙위원 중 318명(투표율 87.6%)이 참여한 투표를 통해 김한길 이용섭 강기정 의원(기호순)이 본선 진출 선수로 확정됐다. 뚜껑을 열기 전만 해도 "김 의원과 신 의원은 무난하게 예선을 통과할 것이고, 이 의원과 강 의원 중 1명이 탈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신 의원의 탈락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신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이 이끌었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대표선수 자격으로 출전했지만 실제로는 친노 범주류 후보로 간주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 의원의 탈락에는 예비경선 며칠 전에 발표됐던 '민주당 대선평가 보고서'가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한명숙 이해찬 전 대표, 문재인 전 대선후보, 문성근 전 대표대행 등 친노 주류 측 인사들이 대선 패배에 큰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예상 밖의 탈락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신 의원이다. 신 의원은 지난해 연말 원내대표 선거 때도 당차게 출사표를 밝혔으나 비주류 측 박기춘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다.

신 의원 못지않게 충격을 받은 쪽을 하나 더 꼽으라면 단연 강기정 의원일 것이다. 강 의원 진영에서는 이 의원의 탈락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두고 본선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신 의원이 탈락하면서 강 의원과 이 의원은 범주류 측의 단일화 압박을 받았다. 강 의원(북갑)과 이 의원(광산을)은 지역구가 같은 광주인 데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라이벌 의식이 없을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 의원의 탈락 때부터 강 의원과 이 의원의 단일화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두 사람 모두 '광주의 대표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쪽이 접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귀띔했다.

단일화되면 역전승?

지난 23일 공개된 한백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러 항목에서 이용섭 의원이 강기정 의원을 앞섰다. 당원과 대의원 3,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인 만큼 신뢰도는 낮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내달 4일 민주당 지도부(당대표, 최고위원) 선출 투표에는 권리당원 투표 30%, 대의원 투표 50%, 여론조사 20%가 반영된다. 당원 대의원 등 이른바 당심(黨心)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김한길 의원 대 이용섭 의원 가상대결에서는 47.8% 대 40.8%로 김 의원이 앞섰다. 그러나 상대가 강기정 의원일 경우에는 55.7%대 31.1%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단일후보 선호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이 의원이 47%, 강 의원이 32.3%를 얻었다. 또 단일화 없이 3자 대결로 치러질 경우에는 김 의원 47.5%, 이 의원 28.2%, 강 의원 18.2%로 나타났다.

누구와 붙어도 김 의원이 이기는 걸로 나왔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격차는 달랐다. 이 의원이 김 의원의 대항마로 나설 경우에는 격차가 7%에 불과해 범주류의 역전승도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주목할 것 중 하나는 김 의원은 양자 대결이든 3자 대결이든 최소한 47.5%의 지지율은 얻었다는 점이다. 비주류 '유일후보'로 나선 김 의원이기에 그만큼 '시멘트표'가 확고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이유로 범주류가 단일후보를 낸다 하더라도 김 의원이 유리할 거라는 관측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화순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앞선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이 어떻게 볼지 큰 걱정"이라며 "지난해 6ㆍ9 전당대회 때 '이해찬-박지원 담합' 때문에 졌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범주류의 단일화를 경계했다.

단일화의 이면에는…

사실 강 의원과 이 의원의 정치적 결은 많이 다르다.

486 정치인 중 한 명인 강 의원은 3선으로 학생운동, 민주화운동 등으로 이력을 쌓은 뒤 여의도에 입성한 케이스다. 17대 총선에서 김상현 전 의원, 18대 총선에서 한화갑 전 의원을 꺾으며 '거물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강 의원은 정세균 상임고문과 친분이 두텁다.

재선의 이 의원은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 출신이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 의원은 이번 당대표 선거를 통해 전국적 거물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걸어온 길은 많이 다르지만 두 사람은 광주가 지역구라는 공통분모와 함께 전남대 선후배라는 교집합도 공유하고 있다. 나이는 1951년생인 이 의원이 13세 위다.

양측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 나섰다 강운태 현 시장에게 석패했던 이 의원에게서는 '재수' 가능성이 엿보인다. 대나무를 쪼갤 듯한 기세로 3선 고지에 오른 강 의원도 광주시장 예비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 의원과 이 의원 어느 한 쪽이 출마를 접을 때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있지 않겠냐"면서 "이번에 출마하는 쪽은 내년 지방선거 때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결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단일화를 이루려면 주저앉는 쪽을 달랠 만한 카드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김한길 '李-姜 단일화'에 계파 청산 공약으로 승부수

최경호기자

5ㆍ4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김한길 의원의 이름 석자 앞에는 언제부터인가 '대세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친노의 대선 패배 책임론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비주류의 '유일후보'로 나선 만큼 김 의원의 승산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김 의원은 그러나 막연한 대세론을 경계한다. 1대1 구도가 됐을 경우 친노의 결집력, 전국 지역위원장들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승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이 계파 청산 공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등 9개 지방신문으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정치부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계파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뒤 당원과 국민들은 민주당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했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민주당으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함께 뭉쳐서 독한 혁신만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그래야 이기는 민주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저는 계파가 없는 사람이다. 계파라는 이름으로 모인 모임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며 "계파 없는 당대표가 있어야 계파 청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의 당대표 당위성을 역설했다.

김 의원은 계파청산의 방안으로 '대탕평'을 내놓았다. 김 후보는 "(당대표로 뽑히면) 계파에 관계없이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인재를 모시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뼈아픈 혁신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혁신을 위해서는 민주당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면서 "하나로 뭉친 후 우리는 3가지를 이뤄야 하는데 새로운 민주당, 더 큰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