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거래 관행 제 목 조를까사정기관 전방위 수사 돌입대학병원 기부금 명목으로 최대 수백억원 제공 혐의국세청도 본격 세무조사도소매업체까지 파장일 듯

제약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검찰이 리베이트와 관련해 대학병원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가운데 국세청의 제약회사 세무조사가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세청 조사가 불법 리베이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약업계는 더욱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리베이트는 제약업계의 관행이었다. 털면 먼지 안 날 회사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현재 초비상상태. 제약사들이 사정기관의 행보에 눈과 귀를 고정시키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검찰, 제약사 리베이트 칼날

검찰이 최근 고대안암병원, 서울성모병원, 인제백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 3곳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병원은 의약품 도매상들에게서 기부금 명목으로 수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수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사는 앞서 지난달 중순 보건복지부간 리베이트 혐의로 대학병원 7곳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사는 검찰의 각 관할 지방청이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7개 병원별로 의약품 납품구조 등 내부 사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 관련 의혹은 서울서부지검이, 건국대병원 관련 의혹은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한다. 원광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각각 전주지검과 대구지검이 맡아 현재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점 수사 내용은 해당 병원들이 감시망을 피하려고 중간에 직영 도매상을 거쳐 의약품을 납품받은 뒤 기부금 명목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는지 여부다. 검찰은 병원 전담 도매상들이 리베이트 조성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수사 대상에 오른 회사는 J사(세브란스), V사(서울성모), T사(원광대), N사(건국대), O사(대구가톨릭대), B사(고대안암) 등이다. 현재 대학병원들은 "의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리스트' 확보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중ㆍ상위 제약사 6, 7곳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조사를 진행해왔다. 조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자체 조사와 제보 등을 통해 리베이트를 벌인 수십여개의 제약사의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검찰은 지난 8일 삼일제약을 대상으로 대규모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이 밖에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주요 제약사는 B사, Y사, S사, 또 다른 B사, H사, N사, M사, C사 등이다.

이외에 연예인들이 이용하는 유명 산부인과와 성형외과, 대형병원들과 이들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들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확산

본격적인 검찰의 칼날에 제약업계는 울상이다. 사실 제약사들의 리베이트는 '불법'이 아닌 '관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흔한 일이었다. 결국 털면 먼지가 나오지 않을 회사가 거의 없단 얘기다. 여기에 국세청이 리베이트와 관련한 세무조사를 전방위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근심은 더욱 깊다.

국세청은 최근 광동제약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업계는 이번 세무조사를 리베이트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도매업체 총 45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구한 것에 따른 후폭풍이라는 분석이다.

국세청이 리베이트와 관련한 세무조사를 시행할 때는 제약업체가 거래처인 병의원에 접대성 경비를 관행적으로 지출하고 판매촉진비 복리후생비로 분산 회계 처리했는지 여부 등이 조사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업하는 병ㆍ의원에 의약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거나 사무기기 등을 현물로 제공했는지 여부 ▲병ㆍ의원의 직원 체육행사에 필요한 물품 기념품 구입 및 제작비용을 지원했는지 여부 ▲병ㆍ의원의 해외연수나 세미나 참석 등 여행경비를 지원했는지 여부 ▲병ㆍ의원의 의료봉사활동 지원 명목으로 의료 소모품 등을 무상제공, 숙박비 등 제반 경비를 지원했는지 여부 등이 조사 대상이다.

이번 국세청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제약사에 대한 유통과정 추적조사 시 거래처에 대해서도 동시 조사를 실시한다는 부분이다. 제약사뿐만 아니라 유통 관련 도소매 업체들에게까지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리베이트 적발 사실이 보도됐거나 알려졌던 제약사들은 세무조사 가능성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직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제약사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언제 사정기관의 눈에 띌 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이번 사정기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검찰도 모자라 국세청까지 나서는 바람에 제약업계는 초비상 상태"라며 "다들 몸을 숙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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