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너 주식부자 3,409명…최고는 차석용 부회장

(br)삼성전자 소속 임원 10위권에 6명이나

(br) 전문경영인 주식부자 시장서 긍정적 작용

흔히들 재벌가 오너의 자녀들에 대해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라고 표현한다. 가문의 재산을 물려받아 부자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돌을 갓 지난 아이가 단지 오너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수십억원대의 주식 부자인 경우가 흔해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이는 국내의 주식부자들을 주기적으로 살피는 대기업 전문사이트의 조사 결과로도 여실히 나타난다. 실제로 최근 재벌닷컴이 발표한 주식부자 상위 100명 자료를 살펴보면 오너일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자수성가로 스스로 오너가 된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다. 오너가 아닌 기업 임원 중 100대 주식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다면 국내 100대 기업 비오너 임원 중 주식부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이에 기업분석업체인 한국CXO연구소에서 이를 조사했다.

차석용, 구학서 희비 갈려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국내 100대 상장기업(금융권 제외) 비오너 출신 임원의 주식평가액 분석 보고서’를 18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임원은 100대 기업 내 금융감독원에 자사주(보통주와 우선주)를 한 주라도 보유했다고 보고한 전문경영인 및 일반 임원으로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총 3,409명에 달한다. 주식평가액은 각 임원이 보유한 주식에 7월 15일 종가를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됐다.

한국CXO연구소의 조사 결과 비오너 임원 중 최고의 주식부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월 말 조사에서는 176억4,285만원이었던 차 부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지난 7월 251억9,659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1년 6개월 만에 75억5,374만원이 불어난 것이다.

차 부회장의 주식 자산이 증가된 데에는 차 부회장의 꾸준한 자사주 매입과 주가 상승이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이 보유한 보통주는 지난해 1월 말 기준 3만3,888주에서 최근 3만9,888주로 6,000주 증가했고, 우선주도 1만1,888주에서 1만3,888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보통주 주가는 47만8,000원에서 55만7,000원으로 올랐고, 우선주도 12만1,500원에서 21만4,500원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보유주식 증가 및 주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비오너 임원 중 주식부자 서열 2위였던 차 부회장은 올해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지난해 254억6,643만원으로 비오너 임원 중 가장 많았던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주식가치는 1년 6개월 만에 57억8,830만원이나 증발, 196억7,813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와 올해 보유 주식 수는 동일했지만 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2위로 내려앉게 된 것이다.

10위권 내 6명이 삼성전자 소속

차석용 부회장, 구학서 회장 외에 비오너 임원 중 ‘100억 주식부자’ 대열에 합류한 것은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유일하다. 설 부회장은 보통주 5만430주, 우선주 96주를 보유하며 107억2,500만원 상당의 주식평가액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10억5,000만원보다는 다소 낮아진 금액이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주식평가액을 보유한 임원은 모두 9명으로 확인됐다. 100억원 미만 주식평가액을 보유한 비오너 임원 중에서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84억원을 기록, 수위에 올랐다. 그밖에 이재경 두산 부회장(79억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72억원)이 뒤따르며 비오너 임원 주식부자 빅5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50~60억원대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 싹쓸이했다. 이로써 비오너 임원 주식부자 중 10위권 내에 삼성전자 소속이 6명을 차지, ‘역시 삼성전자’라는 말을 듣게 됐다. 김행일 삼성전자 전무(64억4,000만원), 이선종 삼성전자 부사장(64억1,000만원), 김성식 삼성전자 전문위원(61억6,000만원), 한우성 삼성전자 전무(60억2,000만원), 김재권 삼성전자 사장(58억8,000만원), 조수인 삼성전자 사장(58억1,000만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비오너 출신으로 대표이사급 CEO 중에서는 앞서 소개된 차석용 부회장, 권오현 부회장, 이재경 부회장 이외에 민영진 KT&G 사장(39억8,141만원), 이석채 KT 회장(20억5,656만원) 등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전문경영인 주식부자 더 나와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10억원 이상 주식평가액을 보유한 임원은 25개 기업에 122명으로, 3.6%에 그쳤다. 그밖에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은 128명(3.8%),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657명(19.3%)이었으며, 나머지는 1억원 미만(73.3%)이었다.

기업집단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이 78명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그룹과, S-Oil이 각각 13명, 7명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외국인 임원 중에서는 제임스 두산 비모스키 부회장이 31억2,375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조사 결과에 대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비오너 임원, 다시 말해 전문경영인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는 것은 책임경영과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전문경영인이 자사주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100대 기업 비오너 임원 주식부자(50억원 이상 보유)

(단위: 백만원)

순위 이름 사명 주식평가액
1 차석용 LG생활건강 25,197
2 구학서 신세계 19,678
3 설영흥 현대자동차 10,725
4 최지성 삼성전자 8,403
5 이재경 두산 7,908
6 권오현 삼성전자 7,222
7 김행일 삼성전자 6,440
8 이선종 삼성전자 6,407
9 김성식 삼성전자 6,157
10 한우성 삼성전자 6,020
11 김재권 삼성전자 5,876
12 조수인 삼성전자 5,806
*2013년 7월 15일 종가기준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