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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코리아 '스팸 공화국' 얼룩

시도 때도 없는 광고·악성문자 하루 0.22건… 세계 3위 '오명'
스마트 시대의 골칫거리 "2년내 지구상에서 사라질것"
청소년에 심각한 부작용 과금 체제 개편 등 서둘러야
#백화점 의류매장에 근무하는 조미선(32)씨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산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본사로부터 판매가격과 공지사항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이제 업무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조씨는 매일 스팸메시지와도 전쟁을 치른다. 시도 때도 없이 날라 오는 스팸 때문에 업무용 전화까지 따로 장만했지만 스팸의 공격은 그칠 줄을 모른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조씨가 할 수 있는 건 스팸 메시지를 일일이 삭제하는 것이 전부다.

#대학생 윤태규(25)씨는 요즘 여자친구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운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유흥업소지만 낯 뜨거운 사진이 첨부된 스팸문자가 수시로 오는 통에 여자친구 앞에서 당황하기 일쑤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스팸 차단 서비스는 모조리 가입했지만 스팸의 기세는 좀처럼 누그러질 기색이 없다. 휴대폰을 바꾸라는 스팸 전화는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최근에는 대리운전과 성인용품을 홍보하는 문자도 부쩍 늘었다. 윤씨의 e메일은 이미 스팸으로 가득찬 지 오래다.

스팸, 디지털 시대 공해

"2년 내에 스팸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 2004년 다보스포럼에서 "정보기술(IT)이 발달함에 따라 e메일 발송자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2년 내에 스팸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팸은 여전히 스마트 시대의 골칫거리이면서도 하나의 성공한 비즈니스로 활개를 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공해로 부상한 스팸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한 광고 형태였던 스팸은 이제 피싱, 파밍, 비싱, 스미싱 등 신종 수법으로 진화하며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한 스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IT 코리아'의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팸 공화국'의 오명은 실제 스팸 통계량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4월 러시아의 글로벌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이 발표한 스팸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전 세계 스팸메일 발송량의 13.7%를 차지해 미국(16.9%)과 중국(14.4%)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전체 스팸메일의 절반이 넘는 50.9%가 한국에서 발송됐다. 한동안 하락세를 기록했던 한국이 스팸 발송의 주요 근거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로라면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 못지 않게 스팸 발송량에서도 한국이 '세계 최고'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는 "스팸 발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스패머들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대량으로 스팸을 발송한 뒤 일부만 건져도 수익을 내기 때문"이라며 "스팸 차단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스팸도 갈수록 지능화 ㆍ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스팸 수신량 0.22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휴대폰 가입자의 하루 스팸문자 수신량은 0.22건을 기록했다. 규모에서는 전년 동기 0.26건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대출(24.8%)과 도박(22.4%), 성인물(18.6%)이 전체 스팸문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른바 '악성 스팸'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팸문자를 발송하는 서비스를 보면 각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가 전체의 55.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을 통해 발송하는 웹메시징 서비스와 휴대전화 직접 발송은 각각 24.1%와 12.0%에 불과해 이동통신사와 계약을 맞은 스팸 업자들이 합법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이동통신사들이 수익 확보를 이유로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를 통한 스팸문자 발송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용자 인식 개선 시급

스팸 문제에 대처하는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도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스팸 차단 서비스 가입률을 보면 KT가 66.7%로 가장 많았고 SK텔레콤(56.8%), LG유플러스(8.3%)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절반 정도는 스팸 차단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작년 말부터 이동통신사가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스팸 차단 서비스의 의무 가입을 유도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어서 중장년층의 가입률은 현격히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료로 제공되는 스팸 차단 서비스의 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스팸 차단 서비스에 대한 홍보 부족과 스팸을 지능적으로 파악하고 차단하는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스팸 차단 서비스 가입률이 가장 높은 KT는 스팸문자 차단율이 평균 72%에 이르지만 SK텔레콤은 이보다 낮은 66%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19%의 차단율을 보여 국내 이동통신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반면 KT는 정상적인 내용을 스팸으로 처리하는 오차단율에서 3%를 기록해 갈수록 지능화되는 스팸을 막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황중연 개인정보보호협회 부회장은 "스팸이 창궐하는 것은 누구나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신종 돈벌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팸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 문제 못지 않은 비용을 국민들이 부담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스팸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스팸으로 인한 폐해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계정 탈취나 금융 사기뿐만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배포되는 불법ㆍ성인 콘텐츠는 우리 청소년에게까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우리 정부는 IT산업의 성장에만 매달린 나머지 이에 따른 부작용은 소홀히 했다"며 "스팸 발송자에게 과금을 하고 스팸 근절을 위한 예산을 확충하는 등 정부와 업계가 합심하면 스팸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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