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연봉 공시 초읽기… 금융권서 조정호 회장 1위 최태원ㆍ김승연 회장 1ㆍ2위정몽준 최대주주 확인 불가 내년부터 임원 보수 공개 비자금 조성 제동장치 기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최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이 공개됐다. 기업 CEO의 개별 연봉이 무더기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그간 기업 임원들의 연봉이 '물타기 공시' 등으로 사실상 베일에 가려 있었기 때문이다.

연봉공개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4월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사 등기 임원의 연봉을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은 개별 임원의 보수를 공개해야 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은 국내 기업들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업 총수들의 비자금 조성에 제동이 걸릴 지에 시선이 모인다. 기업들이 임원에게 제공하는 보수는 기업들 비자금 조성 통로로 애용돼 왔기 때문이다.

조정호 회장 62억 수령

최근 한 언론이 금융감독원의 은행 및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개별 연봉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확인된 부분만 반영된 최소치다. 그 결과에 따르면 은행장과 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회장이 지난해 급여로만 받은 돈은 62억원으로 추정됐다. 조 회장은 지주에서 11억2,900만원을 받고,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서도 각각 11억2,229만원과 32억2,000만원을 챙겼다.

다음으로 높은 연봉을 받은 건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이었다. 한 회장의 보수는 23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어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21억,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18억,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이 17억원 순이었다.

이밖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 11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11억원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타드지주 회장 10억원 등의 연봉도 1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5억원을 조금 웃돌았다.

은행장의 경우 지주사 회장보다 대체로 보수가 적었다. 그럼에도 ▲민병덕 국민은행장 15억원 ▲서진원 신한은행장 13억원 ▲김종준 하나은행장 11억원 ▲윤용로 외환은행장 10억원 등의 연봉은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업 총수 연봉은?

그간 한국 기업들의 임원 연봉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공시가 의무화한 이후에도 임원 보수 총액으로 묶여 기재되는 이른바 '물타기 공시'가 태반이었다. 총 급여를 임원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어림잡아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주간한국>이 상장계열사 및 사업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는 비상장계열사를 포함해 추산해봤다. 그 결과 10대 그룹 총수 중 등기임원에 올라있지 않은 2명을 제외한 8명이 지난해 받은 평균 연봉은 최소 52억7,9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그룹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주)SK 51억8,100만원 ▲SK이노베이션 41억200만원 ▲SK C&C 31억5,400만원 ▲SK하이닉스 8억2,300만원 등 모두 132억6,000만원을 지급받았다.

2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김 회장은 ▲(주)한화 21억1,700만원 ▲한화케미칼 22억900만원 ▲한화건설 26억8,000만원 ▲한화엘앤씨 14억4,300만원 ▲한화갤러리아 14억3,000만원 ▲한화테크엠‧한화이글스 확인 불가 등에서 총 98억7,900만원을 챙겼다.

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69억3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31억5,500만원) 등도 3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이어 허창수 GS그룹 회장(27억800만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26억7,000만원), 구본무 LG그룹 회장(25억1,400만원) 등도 거액의 연봉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10대 그룹 '회장님' 가운데 정준양 포스코그룹 회장은 유독 적은 연봉을 받았다. 11억4,100만원으로 최태원 회장의 12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오너경영인인 여타 '총수'들과 달리 정 회장은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밖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는 등기임원에 올라 있지 않아 확인 자체가 불가능했다.

비자금 조성 통로 막힐까?

향후 총수들의 연봉 공개는 의무화될 전망이다.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사 등기 임원의 연봉을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상장사를 포함한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의 개별 임원의 보수가 공개된다. 정치권에선 공개 대상의 연봉 하한을 낮추고,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회사 경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임원에 대한 보수 공개 등 제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은 기업들의 연봉공개로 국내 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 총수들의 비자금 조성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고액 보수는 종종 기업의 비자금 조성 통로로 쓰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SK그룹은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임원의 상여금에 웃돈을 얹어 지급했다 다시 되돌려 받는 식으로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했다. 여기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옛 에스케이에너지), SK네트웍스, SK해운, SK인천정유 등 5개 계열사가 동원됐다.

2012년 오리온 수사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오너 일가의 '금고지기' 조경민 전 전략담당사장은 임원급여를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5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구속기소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원의 급여를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은 기업 오너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단골 수법'"이라며 "임원 연봉이 공개될 경우 이런 수법은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