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권력형 비리, 비자금 집중수사

이명박 정권 당시 몇몇 공기업과 공기관은 끊임없이 여러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이 중 일부 공기업은 "비자금이 정권 핵심부로 상납됐다"는 의혹과 더불어 "내부 특정 세력들의 비리가 만연하고 이 같은 비리가 오래전부터 고착화됐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비리와 비자금 관련 소문에 자주 언급됐던 것은 바로 원전마피아와 철도마피아다. 원전 비리는 정권 초 적나라하게 드러나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최근 코레일 관련 여러 비리 의혹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 "검찰 등 사정기관이 원전마피아에 이어 철도마피아를 조만간 대대적으로 손 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드러나는 그들의 커넥션

최근 시속 300㎞로 달리는 KTX의 주요 제동장치 부품들이 부정하게 납품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적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신응석)는 10월 15일 KTX 부품을 부정하게 납품한 혐의(사기 등)로 6개 업체 사장과 직원 등 7명과 한국철도공사 직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납품업체 관계자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6개 업체는 2009년 3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수입신고필증을 위ㆍ변조하는 수법으로 재고품을 신품으로 속이거나 국산을 수입품으로 가장해 총 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이 부정하게 납품한 부품들은 주로 KTX의 제동장치를 구성하는 것으로 제동에 사용되는 압축공기의 흐름을 제어하거나 공기가 누설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이 부품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제동문제가 발생해 안전에 위협이 되는데도 불량품을 사용한 것이다.

검찰에 적발된 6개 업체는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공문서인 수입신고필증을 변조해 국산을 수입품으로, 재고품을 신품으로 속여 납품해 1,400만여~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입신고필증, 원제작사의 품질보증서, 송장(인보이스) 등 서류가 위조됐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납품대금 19억원을 횡령하고 85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포탈하거나 65차례 담합으로 부품 단가 43억원에 이르는 입찰을 방해한 업체도 있었다.

한국철도공사의 기술 1급 임원은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000만원을, 기술 3급 직원은 업체에 부품구매계획서 파일이 든 USB 장치 등을 넘겨주고 1,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코레일 비리 조사 준비

수사를 통해 제도적인 허술함 때문에 철도공사가 비리를 저지르기 쉬운 구조라는 점도 드러났다. KTX 차량의 경우 프랑스 알톰사가 제작한 TGV를 기본으로 설계하고 제작해 대부분의 부품을 외국의 원제작사가 제작한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납품업체들이 수입신고필증을 위ㆍ변조할 경우 한국철도공사 등 납품처가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에서는 신고번호 등이 원본과 일치하는지 여부만 확인 가능할 뿐 이번 사건처럼 부품의 모델이나 규격, 수량 등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외에도 코레일의 각종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코레일과 관련, 각종 시설과 열차 부품 납품 등 각종 비리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철도고등학교 인맥으로 구성된 이른바 '철도마피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철도마피아들의 비리가 매우 만연한 정황을 파악하고 각종 납품과 하청 건에 대해 검찰이 조사 중"이라며 "검찰은 이미 철도고 인맥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여러 사업에 각종 뒷돈이 오갔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설 태세다. 정부는 최근 철도산업 비리 근절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철도시설공단 및 철도운영기관 퇴직자의 유관단체 재취업 제한규정을 위반한 고용업체가 적발되면 입찰참여를 제한키로 했으며, 부품 구매 시 기술규격서를 사전에 공개하고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철도용품은 입찰참가자격 사전등록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철도마피아 수사와 관련해, 최근 코레일 집단 파업 등을 미루어 짐작컨대 집단행동 등 반발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검찰은 코레일 내부 관계자들의 개인비리와 특정 인맥에 의한 권력형 비리, 두 갈래로 수사망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레일 내부 자금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된 흔적을 파악하고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TX 국가기관 청렴도 하위 3위 기록


윤지환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653개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렴도 조사 결과 원전 납품 비리가 터진 한국수력원자력은 공기업 30곳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고, 불법 파업 중인 한국철도공사는 하위 3위를 기록했다. 병무청·통계청·서울시·한국남부발전은 부문별 청렴도 1위를 기록했다.

권익위는 중앙행정기관 39곳과 지방자치단체 244곳, 공기업 30곳 등 전국 653개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청렴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난 19일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중앙행정기관 수사·단속·규제 기관 14곳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수사·단속·규제 관련 중앙행정기관 14곳 가운데 경찰청은 10점 만점에 6.86점을 받아 최하위를 기록했고, 검찰청은 6.91점으로 하위 2위였다. 작년에도 경찰이 꼴찌, 검찰이 하위 2위였다.

병무청(8.17)은 올 한 해 병무 비리 등 부패 사건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아 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일반 중앙행정기관 25곳 중에는 통계청(8.33)이 1위, 국방부(7.12)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방부는 장수만 전 방위청장이 함바 운영권 비리에 연루되고, '깔깔이(방한용 내피)' 등 각종 군수물품 업체로부터 국방부 관계자들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되면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공기업 30곳 가운데는 부패 사건이 없었던 한국남부발전(8.81)이 1위를 차지했고, 온갖 납품 비리가 터진 한수원(7.65)이 꼴찌를 기록했다. 불법 파업 중인 한국철도공사(7.85)는 KTX 납품 비리와 성 접대 비리가 터져 하위 3위를 기록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에서는 서울시(7.64)가 1위, 충청남도(6.74)가 꼴찌를 기록했다. 그러나 1~5등급 분류 중 1등급에 속한 광역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청렴도 설문조사는 민원인과 해당 기관 직원, 학계·기자·시민단체 관계자 등 23만 998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청렴도 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된 총 부패 금액은 237억4141만원에 달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