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에 여론조작 의혹 등 '난장판'與, 상향식 공천 자신했지만 각종 의혹 불거져 빛 바래당협위원장 입김 여전해… 급기야 공천 신청자 탈당"공천 원천 재검토" 주장도

6ㆍ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무공천 번복의 돌파구로 상향식 공천을 내세우면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잡음이 거세다. 지역색이 강해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생각이 강한 경북지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중앙당의 입김은 여전히 괴력을 발휘하는 모양새고 돈 선거 의혹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주는 금품 살포, 여론조사 조작 의혹, 후보 비방전이 맞물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돈 봉투 살포' 재연?

경주 지역 정가의 관심은 온통 새누리당 시장 후보 공천에 쏠려 있다. 현재 새누리당 경북도당에 경주 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는 총4명. 재선에 도전하는 최양식(62) 경주시장, 박병훈(50) 경북 도의원, 이진구(66) 전 경주시의회 의장, 황진홍(57) 전 경주부시장이다.

열기가 뜨거운 만큼 풍경은 살벌하다.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처음으로 금품살포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경주경찰서는 최 예비후보 캠프를 찾아온 지역 주민 수십명에게 현금을 5만원씩 돌린 혐의로 이모(42)씨와 박모(45)씨 등 2명을 긴급체포하고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와 박씨가 최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의 직책을 수행하는 건 아니다"면서 최예비후보 캠프와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최 예비후보가 현직 시장이고 정권 실세와 가깝다는 이유로 경찰이 소극적인 수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최 예비후보 측 선거대책위원장과 구속된 이씨와 박씨가 긴밀한 관계라는 얘기가 있는데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 '발칵'

경주 시장 경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A예비후보 캠프에서 전화 여론조사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전화 착신 전환'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10일 내사에 착수했다. 전화 착신 전환은 다수의 전화기를 개통한 뒤 착신 전환해 전화를 받는 방식으로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불법 행위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건"이라고 말을 아끼면서 "선거법 위반 행위가 있는지 샅샅이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A예비후보 측에서 전화기 40대를 착신 전환해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화 대수가 200~300대로 추가 발견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착신 전환 조작에 가담한 인사가 잠적을 하는 바람에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는데 떳떳하다면 직접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모 후보 캠프 관계자는 "만약 전화 40여대를 착신 전환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5~6%포인트 지지율이 부풀려진 결과"라면서 "의혹이 확인되면 공천 적격 심사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

예비후보들간의 감정 싸움도 극으로 치닫고 있다. 중앙당에선 상향식 공천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심'은 여전히 지역 정가를 들쑤시고 있다. 경주에서는 친박계 유력인사가 최 예비후보를 밀어준다는 소문이 팽배하다. 최 예비후보와 유력인사가 고교 선후배 관계로 부부동반 모임도 갖는 등 가까운 사이여서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유력인사는 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박 예비후보는 경주 지역 당협위원장이기도 한 정수성 국회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돈다. 정 의원은 본래 비박 인사였지만 지난 총선에서 출마를 위해 친박 진영에 합류해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MB맨으로 불리는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SD맨으로 분류되는 정종복 전 의원과 맞붙은 일화는 유명하다. 정 의원은 평소 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을 번복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인물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어서 이번 선거 공천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협위원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정 의원에 대한 예비후보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학철(61) 경북 도의원은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공천 불공정성에 항의하며 지난 8일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최 후보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정 의원을 공개 비난했다. 최 후보는 "지역 당협위원장(정 의원)이 최양식 시장의 재선은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해 경주지역 예비후보 난립을 조장하고 특정인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당 조직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어떤 후보와도 출마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누리 '공천 승부수' 위기

당초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경주시장 예비후보 컷오프 대상자를 확정하면 23~24일 여론조사(50%), 25일 당원투표(50%) 등을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컷오프 통과가 유력한 예비후보들이 '선거법 위반' 의혹 중심에 서면서 컷오프 대상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역 당협위원장인 정 의원의 '노골적인 밀어주기'에 대한 반발이 커 예비후보들간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밑에선 후보들간의 단일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모 후보 캠프에서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번 컷오프에 정 의원이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현역시장인 최 예비후보를 제외한 군소후보들의 단일화 작업을 정 의원 지지 후보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 캠프 관계자는 "이제는 믿기 어려운 여론조사 결과로 컷오프 대상이 공정하게 정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후보들이 흠집내기에 역량을 집중하는 바람에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고 한탄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