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매출 305만원, 이 계열사 왜?

아이시어스가 위치한 현대산업개발 사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작은 사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석연찮은 특정 계열사 사랑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설립 이후 3년 동안 매출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IT서비스 계열사 아이시어스를 매년 수십억원의 운용자금을 빌려주면서까지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갖은 추측이 나도는 것이다. 만약, '후계구도 마련을 위한 포석'이라는 재계 일각의 해석이 사실이라면, 향후 있을 승계를 위해 그룹의 자금을 총수 마음대로 이용한 것이 되기에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된다.

시장경쟁 통해 성장할 것

현대산업개발그룹의 첫 번째 IT서비스 계열사인 아이시어스는 2011년 7월 공식 출범했다. 설립 당시 정몽규 회장과 가족이 출자했으며 정 회장(13.33%)을 비롯, 부인 김나영씨와 차남, 삼남인 정원선, 정운선군(각각 6.67%)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시어스는 클라우드이너스 서비스를 통해 유통ㆍ물류 분야에 거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클라우드이너스 서비스는 인터넷상의 서버를 자신이 필요한 만큼 빌려 정보를 영구적으로 저장ㆍ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복수의 그룹을 연결, 개별 그룹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제조사와 유통사, 도매상과 택배사 등 모든 사업자를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전자문서교환) 방식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는만큼 향후 국내 유통ㆍ물류업계의 금융결제원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것이다.

아이시어스는 출범 초기부터 "그룹의 지원을 받지 않고 철저한 시장경쟁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선언해왔다. 그룹의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통합)를 독점하는 여타 IT서비스 기업들과는 달리 전문 유통ㆍ물류를 중심으로 한 중소ㆍ중견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빌린 돈으로 근근이 생활

야심 찬 포부에도 불구, 출범 3년째를 맞은 아이시어스는 사실상 기업으로서의 존속이 문제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상태다.

경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매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시어스는 2011년과 2012년 매출 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을 올렸지만 그 또한 305만원에 불과하다. 기업의 매출로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문제는 매출뿐만이 아니다. 자기자본은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1년 말 10억9,500만원이었던 아이시어스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17억9,100만원으로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같은 기간 자산은 11억1,600만원에서 6억5,3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부채는 2,200만원에서 24억4,400만원으로 102배나 늘어났다.

매출이 없다 보니 운용자금을 빌려 가며 회사를 꾸려갈 수밖에 없다. 현대산업개발의 도매 및 건축물 관리서비스업 계열사이자 아이시어스의 최대주주(46.67%)인 아이서비스로부터 도움을 받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아이시어스는 아이서비스로부터 12차례에 걸쳐 19억1,400만원의 단기차입금을 6.9%의 이자율로 가져왔다. 올해도 1월부터 매달, 총 3억1,800만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렸다.

승계 위해 손해 나도 지원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극심한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기업이 왜 유지되고 있느냐다. 그룹의 자금수혈로 간신히 연명하는 기업이라면 차라리 청산절차를 밟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의 후계 승계 과정에 아이시어스가 어떤 식으로든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때까지는 (아이시어스의) 산소호흡기를 뗄 일은 없을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아이시어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6.67%를 보유하고 있는 아이서비스다. 나머지 지분 대부분은 정 회장과 가족들이 나눠 갖고 있다. 문제는 정 회장 아들들의 경우, 아이시어스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단 한주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본잠식 상태라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지만 향후 대권 승계 과정에서 아이시어스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사업 형태상 IT서비스 기업인 점도 아이시어스가 후계구도 마련의 포석으로 이용되리라는 재계의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존의 외부사업들을 접고 SI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회사의 규모를 순식간에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SDS, 현대오토에버, SK C&C, 롯데정보통신, 한화S&C 등 총수 및 후계자들의 지분율이 높은 주요 그룹 SI 계열사의 경우 내부거래로 덩치를 불리며 총수일가의 주머니를 두둑이 채운 바 있다. 이 같은 사례로 미뤄볼 때 현대산업개발도 향후 아이시어스에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로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고 여기서 창출된 현금으로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편, 정 회장도 다소 유사한 과정을 거친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분가한 현대산업개발의 수장을 맡게 된 정 회장은 그해 10월 아이서비스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20만주를 주당 10원에 사들였다. 이후 신주인수권 행사 등의 방법을 이용해 개인 최대주주로 자리잡은 정 회장의 아이서비스는 현재 현대산업개발의 주요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