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공세 전환… 장모 "억장 무너져"사위-장모 날선 '고소 전쟁'사위 "장모에게 줄곧 협박당해"장모 "거짓말쟁이 사위에 분노"

미래의 법조인을 양성하는 사법연수원에서 벌어진 불륜, 그리고 아내의 자살. 일명 '사법연수원생 불륜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건 지난해 9월. 사법연수원생 남편 신모(32)씨가 기혼 사실을 속이고 사법연수원 동기 A(29 ·미혼)씨와 불륜을 저지르면서 로스쿨에 다니던 부인 B(당시 30)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분개한 장모 이씨가 A씨가 근무하는 대형 로펌 앞에서 딸의 죽음을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이 사건은 빠르게 전개됐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법'을 업으로 삼으려는 수재들의 도덕적 해이와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과도한 혼수 요구 문제가 결합되면서 여론을 자극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 만에 신씨와 A씨는 각각 파면과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로부터 7개월 뒤. '불륜남' 딱지를 단 신씨가 <주간한국>에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장모 이모(55)씨는 여전히 사위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소송만 수건. 아직 끝나지 않은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의 쟁점을 짚어 보았다.

"협박 일삼아" vs "매번 거짓말"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한때 사위와 장모 관계였던 두 사람이 현재 서로를 상대로 고소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신씨 측이 제기한 위자료 반환 소송. 신씨 측은 부인 사망 직후 이씨가 위자료를 요구해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1억5,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줬지만, 합의를 파기한 만큼 위자료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이씨 측은 "1인 시위는 불륜녀 A씨가 대상이었으므로 합의사항을 파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소송의 1심 선고일은 다음달 15일이다.

신씨 측은 위자료 지급과 관련해 억울한 심경을 토로한다. B씨가 유명을 달리한 날은 지난해 7월 31일. 양측이 위자료 지급 합의서를 쓴 날은 그 해 8월 19일이다. 신씨는 당시 사법연수원생, 즉 공무원 신분이어서 장모 이씨의 협박과 폭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장모는 아내와 이혼 얘기가 오갈 때부터 돈 얘기만 하면서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면서 "아내가 죽은 지 열흘이 채 안됐을 때 보상금 얘기를 꺼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장모의 입장은 달랐다. 사위가 바람났다는 얘기를 듣고 눈이 뒤집히지 않을 부모가 몇이나 되겠느냐는 얘기다. 이씨는 "딸이 목숨을 잃은 후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어 몇 마디 했지만 협박은 아니었다"면서 "나는 그 집에서 10원 한 장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논란이 불거졌던 '혼수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혼수 할 때 신씨의 마이너스 통장 빚 9,500만원을 갚아줬는데 이런 얘기는 신씨처럼 증거로 입증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의 죽음으로 인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만큼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은 깊다. 현재 신씨 측은 이씨를 상해 혐의, 모욕 및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이에 이씨는 신씨의 여동생과 부친이 자신을 폭행했다며 맞고소 했다. 이를 두고 이씨는 "딸 장례식장에서 너무 화가 나 머리를 잡고 뺨 한두 대를 때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당시에도 증거랍시고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분개했다. 이 외에도 신씨는 이씨가 전화를 걸어와 "콩밥을 먹이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도 신씨와 가족들을 같은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일방적 불륜? 맞바람?

신씨 측이 이씨를 상대로 적극적인 고소전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신씨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언론인터뷰를 하면 나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될 거라고 예상하지만 피해를 입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제 명예 회복을 하고 사건의 진상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내가 외도를 한 게 잘못이라는 점은 100번 인정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일방적인 불륜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씨의 말은 사실일까. 신씨는 아내의 휴대전화 속에 담긴 사진과 SNS 메시지 내용 등을 증거로 내밀었다. 그는 "지난해 5월 나의 외도 사실이 발각된 후 아내와 갈등을 겪은 건 사실이지만 그때는 내 잘못이 컸기에 용서를 구했다"면서 "6월쯤 아내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외도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가족간 갈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신씨의 주장에 격노했다. 이씨는 "사위가 외도를 들킨 후 딸 아이의 뒷조사를 한 내용인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면서 "죽은 아이의 명예까지 더럽히는 사위의 행동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분개했다. 이씨는 "죽은 딸 아이가 말을 못하니까 신씨가 함부로 하는 것"이라면서 "신씨가 법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딸 아이가 죽기 전부터 증거라면서 사진이며 영상이며 하나하나 준비했을 만큼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복귀 가능할까

양 측의 고소 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신씨는 사법연수원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신씨는 취소소송에 앞서 "징계처분을 구제해 달라"며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이는 기각 결정을 받았다. 신씨는 "당시 여론의 마녀사냥에 이끌려 내 자신을 제대로 변호할 기회를 못 얻은 게 안타까워서 내 명예와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서 내는 소송"이라고 말했다.

장모 이씨는 신씨가 법조인으로 돌아오는 걸 여전히 반대했다. 이씨는 "법을 공부하고 집행하려면 훌륭한 인격을 갖춰야 하는데 법 공부한 걸 악용하는 사람을 어디에 쓰냐"면서 신 씨의 파면무효 소송 재판부에 탄원서를 낼 뜻을 밝혔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