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범죄 수사 대안도 없는 검수완박 강행, 국민 동의 얻기 어려워”
“검찰수사권 폐지, 국가 수사역량 저하로 범죄 피해자들 힘들게 만들 위험”
“강경파가 좌지우지 하는 민주당의 고질적 문제, 대선 패배했어도 재현”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의 길을 택했다. 지난 12일 비공개 정책 의원총회를 열었던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완전히 분리한다”며 “관련된 법은 4월 중 처리한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분리’라는 표현을 썼지만, 간단히 말해 검찰수사권의 폐지다. 

의총 결과를 전한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수사기관 설치에 있어 4월 안에 모든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 아니어서 수사권 분리 이후에 추진될 일들은 여야 합의에 의해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법 시행 시점을 3개월 뒤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에 검찰에서 분리한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나 경찰 등 어느 기관으로 넘길지 등에 대해 추가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권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러면 6대 범죄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우선 검찰수사권부터 박탈하고 3개월의 기간 동안 천천히 판단해 보자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196조에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근거한 검찰수사권의 완전한 폐지가 가져올 형사사법체계의 엄청난 변화를 생각하면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다. 

어디 동네 구멍가게의 살림을 다루는 일이 아니지 않나. 수많은 범죄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좌지우지할 법안을 이렇게 5월 9일 밤 12시라는 시한에 쫓기며 졸속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비정상적인 당론이 만장일치로 추인됐다는 설명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검찰개혁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고 ‘소수 의견’을 내놓았던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모두 발언도 결국은 립서비스가 되고 말았다. 

의총에서 몇몇 의원들은 민심의 역풍을 우려해 신중론을 말하기도 했지만, 이미 윤호중 비대위원장-박홍근 원대대표의 투톱이 검수완박 밀어붙이기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라 만장일치 박수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검수완박에 대한 여론의 흐름은 ‘민주당만 빼고’ 모두가 반대하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것이 국민의힘만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을 ‘비리은폐 방탄 법안’이라고 규정하며 “헌법 12조 3항과 16조가 전제하고 있는 검찰 수사권을 법률로 없애는 것이어서 위헌적”이라고 진즉부터 비판해왔다. 

정의당도 “시기도 방식도 내용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민의 권익보호를 외면하는 극단적 검수완박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통해 “검수완박은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 사안으로, 국민적 합의를 선행해야 하는 만큼 정권 교체기에 서둘러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진보 성향의 단체들도 민주당의 입장에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검찰개혁의 입장에 서왔던 참여연대도 “검찰개혁 관점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논의될 수 있지만, 이는 복잡한 영역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졸속 처리 시도를 비판했다. 

역시 검찰개혁을 요구해왔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 공익단체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등도 일제히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 진보를 불문하고 법조계 단체들과 인사들은 대부분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을 릴레이식으로 내놓은 것이다.

장애인과 아동 등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공익적 변론 활동을 해왔던 김예원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의 결정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눈물로 기억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역사의 심판을 기꺼이 받으십시오”라는 분노의 글을 올렸다. 

재심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그 피해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이 ‘모순’을 그냥 지켜볼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여야 정당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 상식과 균형의 목소리를 내왔던 인사들이 반대하는 법안이 되고 있는 상황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수사권을 하루아침에 박탈당하게 된 검찰의 반발은 임계점을 지난 상황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만약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검수완박시 사퇴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당론을 결정하자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요청하고, 헌법소원 의사까지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그것도 ‘친정부 검찰총장’이라는 소리를 듣던 김 총장이 민주당의 검수완박과 전면 투쟁을 불사하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김 총장의 강한 반발은 검찰 내부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에는 예외가 없음을 보여줬다. 대검찰청은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고, 그 뒤를 이어 전국 지검의 검사회의들과 고검장 회의에서도 반대 입장이 나왔다. 친정부 성향으로 꼽히는 이성윤·김관정 고검장이 민주당의 강행 움직임에 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들까지도 반대에 동참하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전원이 반대 입장을 모은 가운데,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도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휘하의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 역시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 조직은 검찰총장부터 평검사에 이르기까지 하나가 돼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 모든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검수완박 당론을 초고속으로 결정해 버렸다. 검찰의 집단적인 반발은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검수완박 주장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도 나온다. 당 밖에서 비판이 확산될수록 민주당은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다음달 3일에 열리는 국무회의에서의 공포를 목표로 ‘20일 작전’에 들어가려는 태세를 굳혔다.

민주당이 보여주는 이런 모습은 상식적으로 의아한 것이 사실이다. 대선 때의 쟁점도 아니었고,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야 할 시기에, 죽어가던 검수완박의 불씨를 갑자기 살려 불을 지피는 모습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곧바로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받아 민심의 역풍을 초래할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 결정을 가리켜 ‘지민완박’(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완전히 박살)이라고 야유한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수 있다. 민주당에서 박 비대위원장조차도 의원총회 자리에서 “통과된다 해도 지방선거에서 진다”는 말을 먼저 했다.

검수완박 입법 독주가 6월 지방선거에서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주당이 이토록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원내대표가 경선 정견 발표 때 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겠다”는 말에 그 이유가 담겨있을 법하다. 한때 민주당 강경파들의 주장이었던 검수완박이 당내에서 장기 검토 과제로만 존재했던 것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배하고 정권을 내놓게 됐으니 사정이 급박하게 달라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필경 검찰에 의해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의 비리들과 이 고문의 대장동 사업, 변호사비 대납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예상되니,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하게 된 것이다.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무리와 여론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검찰이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도록 대못을 박아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만약 법안 공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될 경우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예상해야 하기에, 어떻게든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법안의 공포까지 마치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무리한 추진에 여러 가지 지뢰들이 나타나게 된다. 

일단 민주당은 다음달 3일 열리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를 문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는 날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4월 중순 법사위, 4월 말 본회의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는 법안 저지를 위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이를 강제로 종료시키려면 5분의 3 의석인 180석이 필요한데, 정의당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민주당에서는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회기를 짧게 끊어가는 편법을 거론하고 있다. 회기 종료시 필리버스터가 자동 종결되는 국회법을 활용해 임시국회 회기를 2~3일로 짧게 잡는 ‘살라미’ 방식이다. 하지만 지나친 꼼수로 비쳐지면 여론의 역풍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이미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법사위에 박성준 민주당 의원 대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투입하는 사보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를 통해 법사위 통과를 최장 90일 동안 지연시킬 수 있는 수단은 무력화된 상태다. 

양 의원 투입으로 안건조정위원 구성이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면서 범민주당이 안건조정위 회부와 동시에 의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시간에 쫓기는 민주당의 다급한 일정은 본회의 통과 때까지 곳곳에서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박광온 법사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오수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박광온 법사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박 의장의 협조가 없으면 정해진 날짜에 맞추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강력 저지에 나설 국민의힘을 제압하면서 속도전을 벌여야 하는데, 단독 강행 처리의 과정 자체가 선거를 앞둔 민주당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 단독 처리가 낳을 모든 상황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주당이 이를 밀어붙이는 것이 명분에서나 실리에서나 과연 합리적인 판단인지는 의문이다.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정작 시급한 일은 다른 데 있다. 과거 민주당이 적극 추진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관련 핵심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6대 범죄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의 시행으로 기존 검경 관계의 일대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문제는 수사권 조정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수사현장에서의 혼선이 계속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6대 범죄 이외의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직접 종결하기 시작한 이후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이 고소·고발 당사자와 변호인들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고소·고발 사건들이 경찰에 쇄도하면서 경찰에는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고, 업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 결과를 보면, 변호사들의 67%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건당 사건 처리 기간은 2020년 55.6일에서 지난해 64.2일로 늘어난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사건 접수 자체를 반려하거나 불기소·불송치를 남발하는데 대한 고소·고발인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모든 사건들이 검찰로 송치됐기 때문에 경찰이 담당 검사와 연락하면서 적용 법, 판례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경찰이 사건·사고에 어떤 법률과 판례를 적용할지, 법리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법률구조공단 같은 법률상담기관에 도움을 구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경찰이 수사종결을 해버리면 이에 대한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진 점이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버리면, 아무리 부당하다고 생각이 되어도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졌다.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게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된 것이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모은 가평 계속 살인사건의 사례는 검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당초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기 가평경찰서는 변사사건으로 결론 내리고 내사 종결한 바 있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용의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완수사를 통해 살인미수 등 추가 범죄 정황을 밝혀내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이 아직까지는 집권여당이고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였던 책임을 생각하면, 응당 이러한 혼란들을 해소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지금 할 일이었다. 그런데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그런 혼란들은 방치하고 다시 1년여 만에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을 밀어붙이겠다고 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만 설치되면 검찰개혁이 완성될 것처럼 주장하며 공수처법을 밀어붙였다. 야당을 패싱하며 입법독주라는 비판을 받으며 밀어붙여 만든 것이 공수처였지만, 그 뒤로 공수처는 대체 어떻게 됐던가. 대선정국 내내 편파 수사 논란에만 휩싸였을 뿐,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간판만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공수처의 저런 결과 또한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방치하면서, 또 다시 검찰수사권을 아예 폐지해 버리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여당인 민주당이 그때그때의 정치적 필요나 이해관계에 따라 나라의 기본체계를 뒤흔드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말을 들어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 검수완박 법안들의 신속 처리를 주장하는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같은 당 의원들에게 보낸 호소 편지를 보면 그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황 의원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을 추진하자니 쟁점이 많아 논의가 길어지면 5월 9일 이내에 법안 공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래서 시급한 법안인 검찰 직접수사권 근거 조항 삭제부터 우선 처리하고 5월 10일 이후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자”고 했다. 6대 범죄 수사에 대한 대안 없이 일단 검찰수사권 폐지부터 하고 보자는 얘기다. 나라가 범죄천국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남부지검 A모 검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시내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남부지검 A모 검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시내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검수완박 이후의 수사 공백 상황에 대해서는 강경파 의원들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황 의원은 이 편지에서 “검찰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단언했다. “검찰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지금도 일에 치이는 경찰이 이 부분을 다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가수사 총량이 줄어든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수사에 대해 ‘불요불급한 수사’라고 언급하며 아예 없애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가 증발할 것임을 자신들도 내다보면서도 검찰수사권을 폐지부터 하고 보자는 얘기는, 국정을 논의하는 정상적인 모습은 분명 아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없지는 않았다. 

“6대 범죄 수사권을 검찰에서 제외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중대범죄 수사권을 누가 담당해야 하는지, 경찰이 맡는다면 경찰로의 권한집중에 따른 부작용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 없는 정책 추진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개혁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이소영 비대위원)

“검찰개혁, 언론개혁 논의가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이슈가 아닌 실제 지방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민생정책을 공약해야 한다.” (채이배 비대위원)

그러나 이들에게 쏟아진 것은 강성 지지자들로부터의 문자폭탄이었다. 결국 이들의 목소리는 ‘만장일치’라는 표현에 파묻혀 버렸다. 정권교체기를 강타하고 있는 검수완박 입법 논란은 민주당의 강경파 정치가 자기 조절 능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시기에 민주당이 우선해야 할 일은 대선에서 패해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된데 대한 평가와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찰은 고사하고 또 한번 입법독주를 하겠다고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대선 패배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 근본 원인은 오늘의 민주당이 과거 김대중-노무현이 발전시켜온 민주당의 역사에서 벗어나 외골수 강경파들이 좌지우지하는 당으로 변질된 데서 찾을 수 있다. 과거의 민주당은 이러지 않았다. 언제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민심을 얻기 위한 균형적인 길을 걸었다. 다소 더디더라도 국민이 이해하고 동의하는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에는 그런 균형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돼 3년여간 비수사 보직을 전전하던 한 검사장의 깜짝 발탁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돌파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들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한 후보자는 민주당이 강하게 거부하는 인물인지라 정권교체기의 정국은 허니문이 아닌 ‘강 대 강’의 분위기로 가고 있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대치 상황을 보노라면 대선은 3월 9일로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6월 1일에 지방선거까지 끝나야 비로소 두 세력간 대결이 일단은 끝나고 정리될 것 같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