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토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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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실조증은 자율신경계와 관계되는 교감·부교감 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증후군입니다. 그리고 증상의 범위가 내분비계·심혈관계·호흡기계·소화계·비뇨생식계 등 신체의 광범위한 기능을 총망라하기 때문에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습니다. 이에 이러한 자율신경실조증을 제대로 치료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나무를 볼 것이 아니라 숲을 보아야

나무만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숲 전체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광범위한 증상들을 모두 검사해서 전체 상태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하고 과학적인 여러가지 유형의 자율신경 검사를 할 수 있게 됐고, 한의원 진료도 이러한 각종 검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찰,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율신경실조증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당장 급한 치료만 하다 보니 시간만 지체되고 있다거나, 또는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고 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해야 제대로 치료가 되는 것인지 답답해 하거나 결국은 치료가 안 되는 것 같아 낙담하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대증치료의 한계

자율신경실조증 치료를 장기간 하게되는 경우는 증상 완화에 목적을 두고 증상 하나하나를 조절하는 대증 치료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워낙 증상들이 많고 가벼운 것이 없어서 환자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즉시 증상을 없애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수면유도제·수면제·신경안정제·진통제·소화제·정장제 등 다양한 약물들을 종류별로 복용하면서 버티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조절하다보면 나중에는 이 약들도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더 낙담하게 됩니다.  대증치료에 치중하느라 소모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원인 치료의 한계

그렇다고 원인 치료만 하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식사를 전혀 못하고 밤잠을 못자는 날이 길어지며, 어지러워 앉아 있지도 못하고 가슴속에 열이 쌓여 숨을 쉴 수 없는 등 다양한 증상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를 살펴봅시다. 해당 환자에게 현재 원인치료 중이라 몸이 회복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원인 치료가 될 때까지 그냥 참고만 지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힘든 증상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르면 환자들은 우울·불안·긴장·초조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치료를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원인 치료에 치중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기는 하지만, 치료를 단계적으로 밟아 점점 호전되는 반응이 오도록 해야 합니다.  근본적인 원인 치료와 함께 당장의 증상들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대증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치료도 효과적

대증치료·원인치료 상관없이 어떻게든 치료가 잘되고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아들일 몸의 조건이 좋아야 합니다. 집을 지을 때 지반의 조건과 토양의 모양이 좋아야 하고, 기초 공사가 튼튼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치료를 해보면 나이도 젊고 주위 상황도 좋아서 빨리 나을 것 같은 조건인데도 막상 치료를 시작해 보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거나 좀처럼 호전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면역력, 기초체력, 그리고 생활습관 등이 심하게 나빠 몸 상태가 엉망이면 치료 효과가 떨어집니다. 나이가 젊더라도 그렇습니다.

검사를 했을 때 상열하한(上熱下寒: 상체와 얼굴에는 열이 뜨고 하체와 복부, 손발은 냉한 상태)이 심한 경우, 치료를 통해 상하 순환을 바로 잡고 또한 그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은 필수입니다. 그래야 대증치료든 원인치료든 치료 효과가 빨라지고 오래 유지됩니다.

재발되지 않으려면

자율신경실조증은 치료 속도나 효과 면에서도 몸의 구조와 컨디션, 면역력과 원기를 회복하는 기초 치료가 치료의 효율을 좌우하고, 또한 재발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특히 배우자나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유발된 자율신경실조증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상황이 바뀔 수 없는 경우에 속합니다. 이런 경우는 치료 과정을 통해 회복된 신체의 수승화강(水昇火降: 상체와 머리는 시원하고 하체와 복부는 따뜻하게 순환)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의 재발은 수승화강 상태가 다시 무너졌을 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치료를 완전히 마무리한 환자의 경우에도 일정 간격을 두고 정기 점검을 위해 진찰을 받으러 오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의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기 정검을 주기적으로 받으면서 본인의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다시 한 번 체크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시크릿. 생활습관만 바꿨을뿐인데, 직장인 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등 다수의 책을 썼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