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1%대 상승한 코스피와 사상 첫 40,000선을 돌파한 닛케이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1%대 상승한 코스피와 사상 첫 40,000선을 돌파한 닛케이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국 주식시장과 관련된 사자성어로 ‘양춘방래(陽春方來)’가 떠오른다. 따뜻한 봄이 바야흐로 온다는 의미다. 올해 코스피 수익률을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1월 코스피는 수익률 -6%로 주요 20개국(G20) 중 뒤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2월에는 +5.8%로 수익률이 개선됐다. 3월에는 경칩이었던 5일까지 0.3% 상승했다. 지금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느리더라도 올라가길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바람대로 코스피는 당분간 우상향 기조를 보일 전망이다. 특정 이슈로 인해 상승 속도가 달라질 수는 있으나 방향성 변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상승 랠리는 비단 한국만의 특징이 아니다. 옆 나라 일본의 니케이(NIKKEI) 225 지수를 비롯해 미국 S&P 500 지수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 상관성이 높아 미국 증시가 올라가면 한국도 그와 유사한 궤적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미국 3대 주가지수 중 하나인 S&P 500 지수는 올해 7.6% 상승했다. 지수의 단기 급등도 놀랍지만 세부적으로 더 눈에 띄는 건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초강세다.

일례로 지난해 말 시가총액 2조 7900억달러로 S&P 500 기업 중 2위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12일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고, 현재는 시가총액 3조 800억달러로 왕관을 확고히 지키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애플은 시가총액 2조 7000억달러로 2위에 머무른 상태다. 마찬가지로 작년 말 시가총액 1조 2200억달러로 5위였던 엔비디아는 현재 시가총액 2조 1300억달러로 아마존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업이 나란히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를 선도하는 미국 증시에는 각 업계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시가총액 1위는 매우 큰 위상을 갖고 있다. 바로 글로벌 산업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미국 증시 역사를 통해서 이런 사실을 익히 알 수 있다.

1990년대 시가총액 1위는 ‘세기의 경영인’ 잭 웰치의 제네럴일렉트릭(GE)이다. 2000년대 중반에는 유가 급등으로 석유 대기업인 엑슨모빌이 시가총액 1위로 부상했다. 2010년대는 생활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내놓은 애플이 산업계를 이끌었다. 지금은 오픈AI와 함께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조성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업계의 최전선에 위치한다. AI가 시대의 트렌드라는 걸 방증하는 부분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를 보면 주가가 실적에 선행하는 특징이 있다. 노령화와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높은 물가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선 저비용·고효율로 대표되는 AI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예상한 스마트머니가 애널리스트들 이익 추정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실적 전망이 주가의 뒤를 밟았다 해서 안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상향 조정되는 실적이 주가 상승을 지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엔비디아, AMD 등 AI 하드웨어 기업과 그 공급망에 연결된 모든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앞으로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다루는 정보기술(IT) 업종은 투자 관련 중요성이 배가될 것이다. 이유는 숫자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월 코스피는 6% 가까이 상승했는데, 그 과정에서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 중 IT 업종의 기여도는 1.7%포인트로 나타났다. 밸류업 기대감에 자동차, 은행, 보험 등도 상승하긴 했으나, 기여도 측면에서 IT가 지수 반등의 중심에 있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각 업종 시가총액 비중으로 봐도 IT는 중요도가 높다. 수치상 전체 시가총액의 40%에 육박한다. IT 호조 유무에 따라 주식시장에 따뜻한 봄이 올 수도 있고, 꽃샘추위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로 한국 IT 업종의 이익 모멘텀도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다루는 삼성전자는 이익 전망이 다소 상이하나 HBM 강자인 SK하이닉스가 업계의 이익 전망 부족분을 충분히 만회하고 있다. HBM 관련 부품과 장비 기업들도 SK하이닉스와 유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AI 기업이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다면 한국 IT 기업도 그 뒤를 따라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한미 양국기업 간 연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 IT 업황 회복은 국내 IT, 특히 반도체 수요 회복과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던 사례가 많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HBM 시장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올해 17.7% 상승하며 신고가를 경신 중이고, HBM 장비 수혜주인 한미반도체는 코스피 대형주 중에서 수익률 54.6%로 성과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반박할 여지없이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이 AI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응 전략을 택하라면 IT를 취하는 게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AI 산업과 연관된 한국 대표 기업을 선점한다면 기대수익률 제고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개화 초기인 AI 산업과 관련해 반도체, 부품, 장비 등 IT 하드웨어에 관심을 갖는 것이 갑진년에 꼭 필요한 자세가 될 것이다.


김대준 칼럼니스트 weeklyhk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