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삭스의 달 착륙 같은 역사적 이벤트를 예술적 맥락으로 재해석 한 '스페이스프로그램: 희토류' 작품으로 2022년 다이히토어할렌 함부르크(Deichtorhallen Hamburg)에 전시됐다. 사진=톰 삭스 공식 홈페이지.
톰 삭스의 달 착륙 같은 역사적 이벤트를 예술적 맥락으로 재해석 한 '스페이스프로그램: 희토류' 작품으로 2022년 다이히토어할렌 함부르크(Deichtorhallen Hamburg)에 전시됐다. 사진=톰 삭스 공식 홈페이지.

우주의 상업적·안보적 가치 증가로 각국이 우주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주의 상업적 가치 증가는 곧 우주가 수익창출이 가능한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우주산업에 많은 기술과 자본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2040년에는 세계 우주산업의 규모가 1조 달러를 초과할 전망이며, 우리 정부도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2045년 글로벌 우주경제 강국'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제 우주영역이 신성장 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으로 인식돼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자국이 개발한 위성을 자국의 발사체로 발사 가능한 세계우주 7대 강국 대열에 합류하는 등 단기간에 많은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추격형 우주개발의 성격이 강했다.

경쟁구도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추격형에서 선도형 우주개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주기술기반의 연구개발 뿐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의 새로운 우주 콘텐츠 개척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글로벌 우주경제 강국으로의 견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류의 문화예술은 구석기시대 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성장해 왔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가 초융합·초연결 사회로 우주와 문화예술의 융합과 연결이 초인류로 나가는 인류문명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시도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에 시도되는 한국항공대학교와 우주예술 컨설팅 기업인 아스트로(ASTRO) 간의 위성분야에서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협업은 우주 인식에 대한 혁명인 셈이다. 인공위성 기술과 현대미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 장르를 창출하는 이 프로젝트는 인류의 문화적 경계가 확장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우주 선진국들의 세계문화유산 보호 프로젝트 사례는 우주예술이 단순히 미적 즐거움을 넘어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방증한다.

우주기술을 이용한 '세계문화유산보호' 회의에서 나사(NASA) 지구과학센터 부소장은 “현미경을 통해 인간의 환부를 들여다 보듯,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를 들여다보고 보존해야 할 세계문화 유산에 아픈 곳이 있다면 이를 치유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밀림에 묻혀 서서히 파괴되어 온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사원은 10년 이상의 위성탐사를 거쳐 세계적 문화유적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게 됐다. 캄보디아는 연간 관광수입으로 5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얻을 수 있었으며, 위성기술이 캄보디아를 문화경제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제 우주기술은 가장 근간이 되는 국가안보 산업을 넘어 문화, 예술, 관광 분야 등 인류의 진보에 더 중요한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번 기획칼럼은 우주예술이 어떻게 문화, 예술분야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주를 향한 인류의 탐험과 예술적 표현이 어떻게 우리의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캔버스와 유화물감의 발명이 중세 프레스코 천정벽화를 대체했듯이, 우주예술은 위성 데이터라는 디지털 브러시와 데이터 물감으로 현대미술을 변모시키는 데이터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위성의 실시간 데이터를 통합해 시각정보를 생산한다면, 예술가들은 데이터를 매체로 사용, 복잡한 정보에 쉽게 접근해 미적인 형태로 전환시키거나 지구환경의 위험을 경고하는 예술적 체험의 메시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우주예술의 가치는 따라서 '인공위성과 예술의 융합을 통한 데이터의 대중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인류가 자유롭게 정보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선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접근성, 개방성, 다양성, 참여라는 4가지 핵심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장벽을 허물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촉진할 것이다. 한 마디로 우주예술은 예술이 사회적, 기술적 변화에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한다.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됐던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과 한국의 팝 아티스트 낸시랭의 상징작품인 '터부요기니에 발사체와 위성체를 조합한 국제학술대회 포스터 작품'은 항공우주공학 분야에서의 최초의 시도이자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톰 삭스의 작업은 NASA의 달 착륙 같은 역사적 사건을 예술적 맥락으로 재해석하며, 관객 참여와 팝 아트 전통을 통해 우주예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낸시랭은 인공위성과 우주를 소재로 한 캔버스 작업을 통해 우주공학에 예술의 생명력을 더한 셈이다.

우주예술은 예술과 인공위성 기술의 융합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예술을 통해, 우리는 우주를 새로운 캔버스로 삼아 인간의 창의력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으며, 이는 예술, 과학, 기술의 경계를 넘어선, 인류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이제 인공위성의 활용분야가 지구관측, 통신, 탐사, 국가안보와 같은 기존 영역을 뛰어넘어 우리의 사고와 문화적 상상력을 촉발하고, 우주예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시장 개척을 통해 위성기술 및 활용분야를 비롯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현웅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