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댓글부대’서 기자 임상진 역 맡아

손석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석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지난 27일 개봉한 손석구 주연의 영화 ‘댓글부대’가 개봉 당일 천만 영화 ‘파묘’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대결에서 파란불을 켰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원작을 베이스로 한 영화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임상진이 온라인 여론 조작 세력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그렸다.

온라인 여론전담반이 개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각종 커뮤니티, 기사 댓글까지 조작하며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가 하면 법안의 상정마저도 뒤집는다. 수백억 예산이 투입된 대형 영화마저 스태프의 노동 착취설을 제기하는 커뮤니티 글로 하루아침에 네티즌들의 표적이 돼 폭망하기도 한다.

이 같은 사례는 영화 댓글부대 속 온라인 여론전담반 팀알렙의 주도 속에 이뤄진 일이지만 연출을 맡은 안국진 감독은 “온라인 여론 조작과 관련해 수많은 시간을 자료 조사와 대면 조사 등을 거치며 스토리를 만들었다. 영화 대부분이 실화에 가깝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부대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을 그리다 보니 영화적 서스펜스가 아닌 현실적 긴장감까지 자아낸다.댓글부대와 그들을 사주하는 세력의 실체를 좇는 임상진을 연기한 손석구를 최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이번 영화는 개인적으로 볼 때 안국진이라는 한 아티스트의 개성이 확실히 묻어나는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었죠. 배우로서 캐릭터 욕심을 낸 영화는 아니에요. 독창성이 무기인 감독님께 작품 제안을 받으면 기분 좋아요. 저를 개성있게 봐주신 것이니까요. 안 감독님은 전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때문에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유해 보이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작업을 함께 해보니 안 감독님 특유의 강박적 디테일에 대한 집착 같은 것이 있더라고요. 안 감독님은 현장에서 테이크를 많이 가는 편이었어요. 안 감독님 덕에 의심 없이 작업했어요. 믿음이 많이 가는 감독님이었죠.”

손석구는 기자로서 사명보다는 특종을 노리는 기자 임상진 역을 맡았다. 임상진은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한 기사가 오보라는 여론에 밀려 정직을 당하고 1년이나 휴직한 그에게 ‘임상진 기자 기사에 달린 악플은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숨기기 위한 공작’이라는 익명의 제보를 받게 된다. 손석구는 실제 기자들과 만나 취재를 하거나 안 감독이 미리 취재한 내용의 도움을 받으며 임상진을 완성해 간 과정을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기자처럼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임상진이 마냥 자기 증명을 하는 것에 눈이 먼 이기적 기자로만 보이지 않기를 바랐죠. 드라마를 중심에서 이끌어간 캐릭터로서 비호감이 아닌 따라가고 싶은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힘을 썼어요. 기자들을 몇 분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예전에 형사 역을 했을 때 형사들을 만나 느낀 것이 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어떤 직업을 표현할 때 직업적 특성은 달라도 그 커리어를 표현하기 위해 가지는 목표와 실현 과정은 비슷하다는 점이에요. 이번 작업에서 기자처럼 보이기 위해 말투나 행동까지 닮으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기자들의 전형성을 따라 가면 신선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다만 감독님께서 이야기해 주신 기자 관련 다큐들을 보면서 공부를 했죠. 사실 관객 분들이 이 영화에 본격적으로 빠져 들게 되는 것은 팀알렙의 등장 이후일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입맛을 잘 돋워주는 애피타이저를 담당했어요.”

손석구는 2022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에서 강해상 역을 맡아 “너 지금 납치된 거야”라는 대사와 함께 1000만 배우에 등극했다. 이후 JTBC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추앙 신드롬을 일으키며 충무로와 방송가에서 캐스팅 1순위 배우로 급부상했다.

아울러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와 넷플릭스 ‘D.P’,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등을 통해 신선한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내며 활약 중이다. 공식 데뷔가 2017년 ‘센스8-시즌2’이니 국내 톱배우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8년여밖에 걸리지 않은 셈. 그가 작품을 관통하는 원칙으로 삼아온 내용은 뭘까. 대세 중의 대세로 꼽히는 현 시점에서의 목표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작품에서 어떤 하나의 캐릭터에는 여러가지 기능이 존재합니다. 어떤 캐릭터는 하나의 기능을 담당할 때도 있죠. 저만의 캐릭터 설계법이 있다면 캐릭터가 가지는 여러 기능이 충돌해서 결국 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저는 보통 어떤 캐릭터가 초반부에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할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관객들의 의심이 시작되고 밀당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거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죠. 지금은 배우로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예요. 작품에 좀 더 기여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좋은 콘텐츠를 찾아 제작도 해보고 싶어요. 최근 몇 년간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지칠 때도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타협하지 않으려고 자기 검열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영화 댓글부대는 원작 소설과 전혀 다른 인물 구성을 지니고 있고 관객의 해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 있는 열린 결말 구조를 택하고 있다.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벌어진 댓글부대의 결말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에 대해 손석구는 사회 고발성 메시지에 더 주목해 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현실에서도 댓글부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결론내리기 어렵지 않나요? 음모론에 대해서도 다들 의견은 있지만 표현하지는 않죠. 위험하니까요. 각자 마음 속에 의견들은 가지고 계실 거예요. 무엇이 진실인지 허구인지 혼란스럽죠. 그것이 영화의 주제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같아요. 국내에서는 댓글부대 같은 극이 많이 나오지 않기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 혹은 또 다른 무언가가 담긴 영화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영화 산업은 대중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는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산업이 정체되지 않으려면 사회적 주제가 담긴 내용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매체의 위상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일조하고 싶고요.”


모신정 스포츠한국 기자 msj@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