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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악몽의 종착점은 '법정'

최근 컴퓨터 관련 업계는 ‘종이폭탄’ 세례로 골치를 앓고 있다.

종이 폭탄은 ‘2000년 문제 이상유무 확인요청서’. 요청서 말미에 ‘귀사가 공급한 제품에 2000년 문제 발생시 당사는 귀사에 대해 불완전한 제품공급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뇌관이 달려 있다.

S전자 법무팀은 이 종이폭탄을 ‘배상서약서’로 부른다. 문제 발생시 배상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S전자가 궁리끝에 단서를 임의삭제하고 공문을 회신하자 요청서를 보낸 다른 S기업은 대표이사의 직인을 다시 요구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양측 마찰은 두달 넘게 끌었다.

완벽한예방 불가능, 송사 전초전 곳곳서 벌어져

2000년 문제(밀레니엄 버그·Y2K) 해결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법적 비용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며 송사를 앞둔 전초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법적 사회적 문제에 대처할 Y2K(Year 2 Kilo)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따라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Y2K 문제를 완벽하게 예방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작업으로 수백만 줄의 코드를 분석·수정하는 일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90% 해결해도 나머지 10%에서 발생한 사고의 파급효과는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사회에서 엄청날 것이다. 전세계 기업 25%가 Y2K 해결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는 밀레니엄 버그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음을 예고하고 있다.

Y2K를 떠안고 21세기를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지금 Y2K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경영층은 개발담당자에게 떠넘기거나 Y2K 해결비용을 과도하게 부담지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에게 ‘2000년 문제해결 점검표’를 만들어 ‘확인서’ 란에 도장을 찍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는 만약의 사태시 책임을 물을 ‘노예문서’로 돌변할 수 있다.

미증유의 소송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보험사와 금융사 등은 이용약관 변경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 법률공방에 앞서 Y2K 문제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외조항을 삽입하는 것이다.

배상금 6,000억달러, 소송비용 1조 달러 예상

김&장 세종 중앙 등 국내 주요 로펌들은 전담팀을 구성 외국의 사례를 분석하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유형을 분류하는 등 소송맞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000년 악몽의 종착역은 법정이란 판단이다. 소송만능주의 사회인 미국에선 이미 작년 말 800건의 Y2K문제 소송이 계류됐다. 2000년 악몽으로 인해 세계가 치러야할 대가는 최소 6,000억 달러의 배상금과 1조달러의 소송비용. 퇴치비용 예상치 1조5,000억달러 보다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밀레이엄 소송이다.

자칫 국가간 송사도 예상된다. Y2K 해결책임은 부품 공급사들에 있지만 애프터 서비스 의무는 제조업체의 일이다. 미국 등은 구입한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가 그 원인을 입증할 필요가 없는 제조물 책임법(PL)을 엄격히 적용한다. 따라서 한국이 수출한 물품들이 Y2K문제를 일으키면 무조건 물어달라는 소송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내소비자는 같은 피해를 배상받기가 쉽지 않다. 현행 상법은 구입후 6개월내 제품하자를 통보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민법의 불법행위 보상규정을 원용,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판매시의 Y2K 예견가능성, 피해보상 여부, 시스템 제공자나 관리자 소유자의 책임 정도 등이 앞으로 주된 공방으로 떠오를 예상이다. 중앙의 장훈 변호사는 “계약상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면 오히려 분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며 “지금 상태에서는 법률자문을 충분히 받고 모든 Y2K 문제 치료과정을 문서화해 두는 게 추후 송사나 책임공방에서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기술적 접근과 함께 특별법제정 등 대책 서둘러야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와 법조계는 이같은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특별법’ 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Y2K 해결 책임소재와 비용부담의 주체를 명확히 규정한 국내법은 전무한 상태. 때문에 모호한 기존 법규정을 들어 피해자들이 제작자, 판매자, 경영진 등을 상대로 한 손배청구 등 법적 분쟁의 가능성은 크다. 작년에 ‘2000년 문제의 대응에 관한 규정’의 입법 예고안에서 책임문제가 거론됐지만 12월10일 대통령령으로 입법이 될 때는 슬그머니 제외됐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신중론. Y2K의 법적 문제는 대부분 민사상 문제로 특별법 제정은 불필요해 일본처럼 현행 법제도에 맡기자는 얘기다. 그러나 4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범국민교육정보화추진위원회(위원장 장영달)가 마련한 ‘Y2K문제의 법 제도적 대응을 위한 토론회’ 에서 신중론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특단책을 촉구했다.

최용석 변호사는 특히 소송대란 등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들어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법제연구원 이준우 연구원은 99년 안으로 문제해결이 마무리 될 수 없다는 가정하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경제적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비상조치 문제까지 거론했다.

업계의 LG_EDS 이단형 전무는 “구체적인 지침이나 법령이 없어 국가경쟁력이나 대외신인도에 커다른 장애를 불러일으킬 Y2K문제 해결에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Y2K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신영수 Y2K 상황실장은 “특별법 제정은 남은 기간동안 Y2K 문제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현재로서는 여건이나 국민적 공감대가 성숙되었다고 볼 수 없다” 고 말했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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