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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중수부, 역사속으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사정수사의 사령탑’ ‘한번 들어가면 제발로 걸어나오기 어렵다’ 정·관계와 경제계 고위인사들이 이름만 들어도 공포의 대상이었던 대검 중수부를 두고 하는 말들이다. 그 중수부가 18년만에 날개를 접는다.

중수부는 5공출범 직후인 81년 4월 설립됐다. 전신은 61년 세워진 대검 중앙수사국이다. 이곳에서는 일반 경제범죄, 공안사건을 맡았다. 62년 2월 수사국, 73년 1월 특별수사부로의 개편과정을 거쳐 오늘의 중수부가 창설됐다.

중수부는 주로 검찰총장 하명사건을 전담해왔다. 검찰총장의 하명에는 총장이 고위층의 하명을 받은 것도 많았다. 이곳에서 맡은 사건 하나하나가 사회 적 파장이 컸던 것은 상당 부분이 고위층과의 교감이 이뤄진 뒤 수사가 착수된데서도 알 수 있듯이 수사대상자들이 굵직굵직하기 때문이다.

‘성역없는 수사’ ‘정치검찰’ 영욕의 18년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사건, 5공비리사건, 수서사건, 전직 대통령 비자금사건, 한보사건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95년말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수사는 헌정사상 초유로 전직 대통령을,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비리사건은 ‘살아있는 권력’을 단죄함으로써 그 위력을 실감케했다. 중수부에서 법원에 청구하는 구속영장은 대부분 신문 1면을 장식했고 또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 전례도 거의 없다.

권력층 인사들을 단죄하면서 중수부는 ‘성역없는 수사’라는 말이 곧잘 사용하기도 했지만 표적사정 시비와 함께 ‘정치검찰’의 오명도 없지 않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정권의 정치기반을 다지는 칼”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중수부장은 정권의 칼을 휘두르는 자리인 만큼 인사권자가 정권과 연고가 깊은 믿을 만한 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특수-공안으로 양분되는 검찰수사에서 대부분 특수수사의 대가들이 적통을 이어갔다. 현재 3개 과로 나뉜 중수부를 거쳐간 검사들도 검찰내 ‘특수통’으로 불리며 지검의 특수부에서 실력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역대 중수부장 17인의 면면은 화려하다. 6공때 법무장관을 거친 1대 이종남씨는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사건을, 서울지검장-검찰총장-법무장관을 거친 2대 김두희씨는 명성그룹 김철호회장 사건과 영동개발사건을 처리했다.

6공때 법제처장을 지낸 3대 한영석씨는 85년 대규모 정부공사 발주 비리사건을 지휘했고, 4대 김경희, 5대 강원일씨는 부산고검장과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냈다. 6대 박종철씨는 5공비리 수사를 맡아 장세동,이학봉, 차규헌씨등 47명을 구속하고 검찰총장까지 했다.

신문 1면 장식하는 ‘큰 사건’이 대부분

7대 최명부씨는 수서 비리사건을 맡아 이태섭의원 등 국회의원 5명과 장병조 전청와대비서관 등을 구속했다. 8대 신건, 9대 송종의씨는 일선지검과 지청 특수부의 수사지휘에 주력했다. 송씨는 지금 충남 고향의 초야에 묻혀 살고 있다. 10대 정성진씨는 재산등록 파동으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11대인 김태정 현 검찰총장은 동화은행장 비자금사건, 율곡비리, 군인사비리 사건을 지휘했다. 12대 이원성 현 대검차장은 이형구 전노동장관 수뢰사건과 최락도·박은태 의원 비리사건을 각각 처리했다.

이어 바톤을 넘겨받은 안강민 현 대검형사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수사를 맡아 전직 대통령 구속이란 헌정 초유의 일을 지휘하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등 재벌총수 7명을 법정에 세웠다.

14대 최병국씨는 한보 1차수사를 지휘하면서 정태수 전한보그룹총회장을 구속시켰으나 수사미진을 이유로 3개월만에 전격교체되는 불운을 맞았다. 뒤이어 재수사에 착수한 15대 심재륜씨는 현철씨를 구속시켰다.

16대 박순용 현 대구고검장은 97년 대선직전 DJ비자금 사건 수사를 유보한 뒤 새정부출범 직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현 이명재 중수부장은 지난해 정치권 사정에 이어 세풍사건 수사를 지휘중이다.

중수부장을 역임한 인사들이 대부분 승승장구했다. 통상 1년 남짓 중수부장을 지내고 ‘검찰의 꽃’서울지검장에 영전한뒤 다시 다섯자리 밖에 없는 고검장으로 승진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단계를 밟아 역대 중수부장을 거친 17명중 4명이 검찰총장에 올랐고 2명이 법무장관을 지냈다.

위력·명성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하지만 모두가 재임때의 ‘위력’만큼 뒤가 순탄하지는 않았다. 박종철씨는 검찰총장 재임중 2년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으며, 신건씨는 슬롯머신 업자 정덕진씨 수사과정에서 중수부 후배검사들로부터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가 작년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 복귀했다. 최병국 심재륜씨는 얼마전 대전 이종기변호사 법조비리 사건에 이름이 거명되면서 자의·타의로 검찰을 떠났고 이 과정에서 심씨는 검찰 초유의 ‘항명파동’을 일으켰다.

비록 중수부는 영욕의 18년을 마감하겠지만 검찰내에서 그 위력과 명성은 쉽게 묻히지는 않을 것 같다.

이태규 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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