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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고개 숙인 40대 기사들

“우리도 바둑을 둘 수 있게 해 달라.” 날이 갈수록 ‘시니어대회’는 줄어들고있다. 40대 이후 기사들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바둑가의 걱정거리다.

재작년부터 경제한파의 찬바람이 돌기 시작한 바둑계도 기전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팬들의 지대한 성원으로 말미암아 당당히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올해부터는 더 이상 기전이 줄어드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폐지 움직임이 있던 기전도 확실하게 살아나는 현상이 나오는 등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고있다.

겉으로 보면 바둑계는 살아나는 듯하다. 그러나 기전의 속성을 면밀히 살펴보면 바둑계의 근간이 되었던 40대 이상의 선배기사들에겐 턱없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애들은 배불러 죽고 어른은 굶어죽을 판” 이라는 말이 나돌 지경이다.

결국은 기전 자체가 크지못하다는 말과 상통된다. 현재 국내기업이 주최하는 기전은 총 18개. 그중 일류들만 나서는 세계대회 3개를 빼고나면 실질적으로 모든 기사가 참가할 수 있는 기전은 15개. 그래도 상당한 숫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가장’인 40대 이후 기사들의 볼멘소리는 이해할 수 있다.

신인왕전 신예10걸전 등 신인들만 참가할 수 있는 기전이 두개요, 여류국수전 여류명인전 등 여류들만 참가할 수 있는 기전이 또 두개다. 따라서 시니어들은 실질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기전이 11개인 셈이다. 즉, 여류기사는 15개를, 신예들은 13개를, 시니어들은 11개를 참가할 수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바둑계의 딜레마가 있다. 모름지기 프로세계에서 모두들 잘먹고 잘살자는 식은 곤란한 발상이다. 그러나 일정기준을 통과했고 현재 바둑계가 이만큼 융성해질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인생을 걸었던 ‘선배들’ 에게 돌아가는 몫이 그만큼 작다는 건 어떤 형식으로든 개선해야 할 일일 것이다.

신인왕전 여류명인전 등 최근 기전특화를 선언한 기전들이 이전에는 시니어대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니어기사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진다. 본래 참가할 수 있었던 기전이 폐지가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없앤 다음 다른 기전으로 만들어버리고 자신의 출전을 봉쇄해버린 것은 어쩐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예들의 기량이 점점 탁월해지는 시점에서 선배들은 기전수입도 줄어들 뿐 아니라 프로로서의 존재이유라 할 대국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문제는 상당히 감내하기 힘든 문제로 부각되고있다.

바둑계 스스로의 문제가 제일 크다. 불과 4~5년전 바둑계도 호황을 맞을 때 이런 불황을 예측하지 못한 불찰이 문제된다. 그때만 하더라도 ‘어중이 떠중이’ 기전이 너무 많아 과연 우리기전이 전부 몇개인지 외우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의 활황이었다. 그때 유행하던 바둑계의 농담 중 하나가 “나, 요즘 대국수 관리해” 라는 것이었다. 즉, 요즘 대국이 너무 많아 크고 굵직한 기전만 골라서 참가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류기사들이 대국수가 한해에 100국이 넘는 일이 빈번하여 질적하락까지 거론되곤 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작은 기전을 여류나 신예기전으로 특화시키는 일이었다. 따라서 어차피 적은 예산으로 주목도 받지못할 바에야 신인왕전처럼 명분과 실리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기전전환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그것이 오늘날에 와서 이렇게 시니어를 괴롭히는 결과가 되고 만 것이다.

사실 내일을 기대하며 산다는 것도 어제와 오늘을 바탕으로 하는 것임에 선배들을 홀대하지 않는 사회가 결국은 질서가 유지되는 사회다.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윗분을 끌어내리는 시절이라 그런지 바둑계도 엇비슷한 분위기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회적 환경변화로 인한 ‘궁핍’이 아니라 바둑계 스스로가 장기적인 시나리오를 갖지못한 죄과가 더욱 클 것이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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