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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 문명의 수수께끼] 5,300년전 신석기시대 얼음인간

미라는 고대 인류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보고다. 이는 기록이나 고고학적 유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더욱 그렇다.

8년전 알프스에서 발견된 미라는 신석기시대인 5,3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세계 학계와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얼음인간’으로 통칭되는 이 미라에 대한 연구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 연구팀을 중심으로 지금도 계속되면서 속속 중요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1991년 9월 19일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 해발 3,200㎙ 지점 외츠계곡에서 산악인 두사람이 이상하게 말라비틀어진 시신 하나를 발견했다. 몸 윗부분은 빙하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신고를 받은 오스트리아 법의학 당국은 23일까지 발굴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산악구조대원 한 사람이 미라의 왼쪽 엉덩이와 둔부 근육을 손상시켜 세계 언론으로부터 “있을 수 없는 파괴행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고대 미라는 어느 한 부분만 손상돼도 나중에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발굴팀은 곧 “명백한 선사시대 발굴물”이라고 발표했고 약품처리를 거쳐 미라 표면의 곰팡이를 제거하고 발견 당시와 동일한 조건을 맞춘 냉동실에 미라를 보관했다. 그를 감싸고 있던 빙하의 온도는 0도에서 영하 10도 사이, 습도는 100%에 가까웠다.

초기 엑스선 촬영과 컴퓨터 단층 촬영 결과 미라의 주인공은 기원전 3350∼3160년경에 생존한 것으로 추정됐다. 나이는 오차 범위가 크긴 하지만 46세 정도로 추정됐다.

인스부르크대학을 비롯해 40개 연구팀이 달라붙어 연구를 진행한 끝에 시신은 빙하로 둘러 싸이기 이전에 완전히 미라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시랍(屍蠟·축축한 땅이나 물 속에 매장된 동물의 시체에서 발생하는 밀랍 형태의 지방질)은 형성되지 않았다. 빙하 내부의 습기는 신체 형태구조의 손상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내부 장기는 탈수화 과정을 거쳐 바싹 마르면서 최대한 쪼그라들었다.

이 남자는 키 158㎝에 몸무게는 13㎏이 조금 넘었다. 생식기는 말라붙어 확대경으로 들여다 봐야 겨우 존재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오그라들었다. 척추와 무릎, 발목 부분은 변형이 생겼다.

최근에는 이 얼음인간이 빵과 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스부르크대학 클라우스 외기 박사팀이 결장에서 추출한 아주 작은 샘플을 현미경 등으로 분석한 결과 그가 먹은 음식은 효모를 사용하지 않은 아인코른(밀의 일종)으로 만든 빵과 약초로 보이는 식물, 그리고 고기였다. 아인코른은 당시 그가 살던 지역에서는 거의 인공재배되지 않던 곡물이고 유럽에서 자생하지도 않은 것으로 추정돼 그가 다른 농경사회와 어떤 식으로든 접촉했음을 시사해준다.

내부 장기는 완전히 오그라들어 몸체에 거의 완전히 달라붙은 상태다. 그러나 이 작은 샘플의 소화 상태로 보아 얼음인간은 아마도 이 고지대에서 체온저하로 사망하기 약 8시간 전에 식사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샘플에서 겨 성분이 많이 나온 것은 이미 당시에 밀을 빻아 빵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증거가 된다.

학계에서는 앞으로 유전자 DNA 분석 등이 진행되면 얼음인간은 신석기시대 인간의 삶의 모습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발언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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