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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UFI와 한국

일본 최대 항구도시 요코하마(橫浜). 6월10일부터 13일까지 그곳에서 사람들도 잘 모르고, 언론도 큰 관심을 갖지않은 아주 작은 영화제가 열렸다. 그럴만도 하다. 규모나 기간을 떠나 세계 영화들이 모이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7회 요코하마 프랑스영화제. 엉뚱하다. 일본에서 프랑스영화제라니. 영화제라고 하지만 겨우 장, 단편 합쳐 30편도 안되는 작품을 한번씩 소개하기도 바쁜 동네잔치같은 행사.

이번에도 20편의 프랑스 장편 신작들만 한번씩 소개했다. 영화제에 쓴 돈만해도 200만달러(23억원). 그중 절반은 프랑스가 부담했다. 세계 최고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를 갖고있는 프랑스가 왜 이런 작은 영화제를 열까. 그것도 외국에서. 요코하마 뿐만이 아니다. 이미 미국 사라소타라는 작은 도시에서는 89년부터 이와 똑같은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이런 행사를 열까. 주최는 유니프랑스 필름 인터내셔널(UFI). UFI는 영화인들(제작자 배우 감독 수출업자)과 프랑스 정부관료들로 구성됐다. 현재 회원은 700여멍. 이들은 프랑스영화의 해외시장개척을 위해 전력한다. 홍보를 위해 배우와 감독을 영화제에 내보내고 수출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50여개 영화제에 참가하고, 해외수입업자들에게 프랑스영화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연다. 94년부터는 외국언론들이 프랑스영화를 소개할 수있도록 프랑스로 초청하는 일도 한다. 세계 각국에 나가있는 외교관들도 이 일에 앞장서고 있다.

UFI는 지난해부터 요코하마에 한국의 영화수입사들을 초청했다. 비용도 전액부담한다. 올해에 초청된 영화사는 새롬엔테인먼트, 영광미디어 백두대간등 15개. 모두 프랑스영화를 수입해 왔고, 앞으로 수입할 영화사들이다. UFI는 단순히 이들에게 영화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11일에는 토론회까지 가졌다. 주제는 한국에 프랑스영화가 많이 진출할 수있는 방안과 지원. 최근 1년간 30여편의 프랑스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됐지만 전체 관객은 80여만명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 최고흥행작이 2만5,000명인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수입사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가능한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수입가격을 낮춰주고, 프랑스영화 전용관을 만들면 지원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바로 위기의식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는 최악을 맞았다. 처음으로 국내에서 자국영화의 관중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배급과 제작에 더 적극적인 자본지원을 외치고, 대외적으로는 유럽 다른 나라와의 연대강화, 그리고 정부와 영화인이 하나가 돼 해외시장 넓히기에 전력을 쏟고있다. 영화가 상품이 아닌 한 나라 문화와 정신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할리우드의 일방적 흐름과 침투에 대항한다. 이번에 요코하마를 찾은 거장 클로드 밀러(57)와 버틀란드 타베르니(58)감독. 두사람은 지난해 연말 우리의 스크린쿼터 사수를 지지하는 서명을 보냈던 감독이기도 하다.

그들이 먼저 한국 기자들을 만나자고 요청했다. 바로 자국영화를 지켜야하는 이유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두사람은 “영화는 상품이 아니다. 할리우드는 각 나라 고유영화가 존재하는 것을 막는다. 모두 미국식 이미지가 형성되도록 한다. 영화상영을 통한 직접적인 방법, 그리고 각국 유명 감독이나 배우들을 할리우드로 데려가기, 그것도 안되면 제작비를 투자하는 식으로 조금씩 바꿔 결국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없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영화도 한가지 타입 밖에 남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는 영화로 끝나지 않는다. 그 영화를 보면 음악 자동차 콜라까지 미국 것을 사고 싶게 만든다. 때문에 힘을 합쳐 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곧 “각 국가, 민족 고유의 상상력을 사용할 권리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렇게 프랑스는 자신들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 산업전체를 지키기 위해 정부와 영화인이 힘을 합쳐 싸운다. 거기에서 문화의 나라 프랑스의 자존심을 확인한다. 우리는 어떤가. 극장업자들은 단장의 이익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줄여달라 하고, 정부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UFI같은 노력은 고사하고 영화를 몇푼의 투자와 바꾸려 한다. 이것이 프랑스와 우리의 정신과 문화의 차이라고 보면될까.

요코하마(일본)=이대현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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