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팬이 자수초상화 선물

톱스타 차인표(33)가 최근 북한의 한 여성팬으로부터 자수초상화를 전달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서의 인기바람이 분단 장벽을 넘어 북한에서도 불고 있다니 차인표는 물론 국민을 흥분시킬 만했다.

차인표가 받은 북한산 자수공예품으로 인해 남북민간교류협의회(이사장 김승균)는 북한 유화나 보석화 또는 자수 공예품 제작의뢰 사업을 추진, 3월초 견본을 반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차인표가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고 통일부를 찾아 전달경위를 설명했지만 과연 어떤 인물이 어떻게 남한의 연예인을 알게 됐고, 자수초상화를 만들어 차인표에게 전달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자수 초상화의 섬세함과 정교함

차인표가 선물받은 북한산 자수공예품은 사진과 다름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한사람이 수놓기에는 여러 달 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작이다.

자수 초상화는 가로1m 세로1.5m 크기의 액자에 담겨져 있다. 차인표가 지난 1994년 스타덤에 오른 MBC TV의 인기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 출연했을 때의 모습이다. 앞머리를 한두올 왼쪽 이마로 내린 모습이나 조명에 의한 얼굴이 음영까지 그대로 드러나 감탄을 자아낸다. 또 진한 청색의 싱글 콤비와 단추, 넥타이등 옷차림새도 그림을 그린 듯 수놓여 있다.


북한산 여부

자수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통자수에 없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것이기에 북한산은 분명하다는 감정 결과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아주 코실로 수를 놓은 것 등이다.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74)은 “대단한 솜씨다. 가색(그림 바탕에 수를 놓은 기법), 평수(일정하게 반복해 가는 평면 기법)나 옷을 짜듯이 자수를 놓는 직조 기법을 사용한 점으로 보아 북한의 독특한 공예작품으로 추정된다”는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가격은 얼마나

차인표가 받은 자수 초상화를 감정한 허 관장은 “이 물건이 국내에서 거래된다면 가격은 얼마나 될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가격으로는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구한 물건”이라고 말하면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차인표 집안에서 대물림해줄 수 있는 가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격은? 허 관장은 한 사례를 들었다. 40여년전 박정희 정권의 군사쿠테타 이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정부 당국의 요청으로 케네디 대통령의 인물을 자수를 놓은 초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당시 실력(?)탓에 얼굴은 손도 못대고 쟈킷만을 수놓았다고 한다.

최근 미국의 지인으로부터 들은 소식인데 그때 만든 초상화가 미국의 경매시장에 출품돼 30만 달러(3억6,000만원)를 호가했다는 것. 차인표의 자수초상화는 진품인데다 세련미나 정교함으로 볼 때 대단한 가격이 매겨질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전달경위

차인표는 지난달 28일 통일부를 찾아 자수를 잘 두는 북한의 한 여성팬이 무려 7개월에 거쳐 한땀 한땀 자수를 떠 작품을 완성했고 네 차례의 경로를 거쳐 전달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차인표는 출연중인 SBS TV 미니시리즈 ‘불꽃’의 해외촬영을 위해 지난달 14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했다가 21일 아침 귀국했다. 집(서울 청담동)에 도착하니 아랫집에 사는 한만철 소프트볼연맹 회장이 문제의 자수초상화를 전달했다는 것.

차인표는 한회장으로부터 “북한에 사는 팬이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7개월동안 수를 놓은 자수공예품인데 조선족 보따리 장사꾼, 중국과 무역을 하는 사업가, 모 은행 지점장 등 복잡한 경로를 거쳐 전달됐다”는 대략적인 전달경위를 설명들었다는 것.


누가 만들었나

솜씨로 볼 때 북한의 일류 자수공예가의 작품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당국이 운영하는 자수연구소가 있을 정도로 자수공예 수준이 세계적이라는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차인표가 정부 당국에 설명한 전달 경위에 따르면 북한의 한 여성팬이 7개월 여에 걸쳐 작업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작품의 솜씨로 볼 때 한 개인이 작업하기는 어렵다면서 예를 들어 자수연구소에서 일하는 전문 자수공예사들이 팀을 이뤄 제작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같은 여러 정황을 볼때 여성팬이란 다름아닌 북한 자수연구소나 일류 자수공예가이고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인물은 따로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자수 초상화속의 인물이 남한의 톱스타이고 보면 북한에서 차인표가 출연한 TV 드라마를 본 한 인사가 그의 팬이 됐고,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국내 잡지에 실린 차인표의 사진을 입수해 일류 자수공예가에게 맡겨 제작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그렇다면 이 인물은 남한의 TV 드라마를 쉽게 볼 수있는 인물이고 이를 북한에서 반출한 점으로 볼 때 북한의 상당한 고위층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수초상화의 사후처리

차인표는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원에 출두, 4시간 여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또 이틀뒤 통일부 교역과를 찾아 전달여부를 설명하고 북한주민 접촉 승인신청과 사후 수령서를 일단 제출했다. 문제의 자수 초상화는 일단 수사를 이유로 국가정보원에서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차인표는 자수 초상화를 개인적으로 갖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관계기관에서 “기증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오기도 했지만 보낸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개인적으로 갖고 싶다고 한다.

통일부는 곧 소유권을 인정해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개인이 북한내의 친지에게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간단한 선물을 전달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허용되고 있다는 것이 통일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의 자수 공예 수준과 국내 반입 사례

허 관장은 북한의 자수 공예수준을 세계 최고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세계에 자랑할만한 현대 예술의 한 장르로 수예를 꼽고 있다. 산수화나 인물화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한 정교한 수예 솜씨가 일품이다. 외국 사절 등 국가의 중요한 손님에게도 그들의 자수초상화나 산수화를 제작,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자수공예품이 국내 반입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허 관장의 설명이다. 그가 알고 있는 사례는 박정희, 노태우 대통령 시절 국가원수에 대한 선물로 반입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그가 직접 접한 북한의 자수공예품은 1974년 남북 공동성명이 나오기 직전 북한에서 온 밀사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전한 산수화 자수 공예품인데 현재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허 관장은 만일 이 산수화 자수 공예품을 다시 볼 수있다면 북한의 자수 공예 수준의 현주소나 자수 공예 기법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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