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결정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사교육의 폐해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에서 고액과외를 방치할 경우 일어날 파장이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벌써부터 교사들이 고액과외 시장으로 뛰어들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돈없는 학부모의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정말 헌재의 결정으로 금지됐던 과외가 일거에 풀리는 것인가.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미 절반 이상의 학생이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부유층은 현직 교사나 전문‘꾼’에게 매달 웬만한 샐러리맨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과외를 시킨다는 건 알려진 비밀이다. 결국 이번 헌재결정은 치밀하지 못한 입법과 행정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린 것뿐이다.

그런데 아직 정부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주무부처는 ‘설마 과외를 허용하겠느냐’는 안이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대통령마저 헌재결정이 있은 바로 다음날 고액 과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시해 많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으로서야 헌재결정으로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서민을 다독거리기 위해 한 말이겠지만 어떻게 불법도 아닌 일에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건지, 또 법치주의국가에서 대통령이 세정과 관련도 없는 분야에 세무조사를 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지역감정과 함께 과외는 우리 사회를 좀먹는 또하나의 망국병이다.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때문에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조기유학을 강행하고 있다.

학교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도 법 테두리 안에서 철저하고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명분이 수단마저 용인하는 시대는 지났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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