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돋보기] 경쟁의 한계

◐ 경쟁의 한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무의미하다’ 오늘날 ‘세계화’라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추구되는 ‘경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되돌아보는 책. 현대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경쟁 이데올로기의 한계를 비판한다. 저자는 리스본 그룹. 리스본 그룹은 세계를 지배해온 정복과 경쟁을 반성하고 협력과 상생의 논리를 추구하자며 1992년에 모인 순수 학술연구단체다.

인류의 삶의 터전이 더 이상 살벌한 경쟁의 전쟁터, 적자생존의 정글이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다국적 기업의 의미, 세계화와 실업, 지구촌 마을의 가능성 등 현실의 문제점을 두루 살피며 현재의 세계화 물결이 인류 공존과는 거리가 있음을 설파한다. 또 경쟁의 한계에 직면한 인류가 향후 20년내 선택하게 될 6가지 미래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바다출판사, 8,000원.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일을 할 때도 놀 때도 먹을 때도 무조건 빨리 빨리. 세상은 모든 일을 빠르게 처리해 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처리해야할 일이 많은 만큼 빠르지 않으면 뒤쳐지는 세상. 빌 게이츠같은 사람은 21세기를 ‘속도의 세기’라고도 말한다. 느린 사람은 도태되는 사회, 숨이 탁 막혀온다.

저자 피에르 쌍소는 그러나 이러한 사회일수록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가롭게 거닐고, 글을 쓰며,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휴식을 취함으로써 우리 영혼이 쉴 수 있도록 하라고 역설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느림’은 무능력과는 다르다. 서두르지 않는 의지, 생각이 뒤죽박죽되지 않도록 돌아보는 노력 등을 뜻한다. 잠시 벤치에 앉아 공원의 잔디밭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 삶, 그것이면 족하다. 동문선, 7,000원.

◐ 장미의 기억

‘어린왕자’ ‘야간비행’의 생텍쥐페리 탄생 100주념 기념작. 저자는 생텍쥐페리의 부인 콩쉬엘로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에서 장미로 형상화되기도 한 그녀가 생텍쥐페리와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며 쓴 회고록이다. 위대한 행동주의 작가이자 비행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와 함께 한 삶, 사랑, 모든 것이 이 책에 녹아있다.

“콩쉬엘로 사랑의 외투로 나를 덮어주오. 어떤 총알도 나를 꿰뚫지 못하리니” 100페이지에 걸친 러브레터, 배신과 화해, 임대 아파트와 호텔방을 전전하던 시절 등 두 사람 사이의 열정적인 사랑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어린왕자로 신화가 돼버린 생텍쥐페리와 어린왕자를 탄생시킨 콩쉬엘로. 책을 읽는 순간, 우리는 생텍쥐페리의 인간다운 모습을 만나게 된다. 창해, 9,000원.

◐ 경기만의 갯벌

갯벌은 언제나 우리에게 질박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텁텁한 막걸리처럼 부담없고 편하다. 사람들이 갯벌을 찾고 생의 터전으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리라.

그러나 갯벌은 1970년대부터 국토개발이라는 논리로 유린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새만금 간척사업 등으로 시끄럽다. 경기문화재단이 세계 5대 갯벌지역으로 꼽히는 경기만 갯벌을 소재로 한 책은 갯벌에 대한 시각을 문화분야로 까지 확대하고 있다. 갯벌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보다는 경기만 갯벌이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경기만 갯벌은 많은 사람들의 삶과 땀, 그리고 그 숨결이 만들어 놓은 숭고함으로 가득차 있다. 갯벌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 문화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경기문화재단, 1만2,000원.

◐ 전하진의 e비즈니스 성공젼략

한글과컴퓨터 사장 전하진이 들려주는 e 비즈니스 성공의 비밀. 이 책은 1999년 6월에 발간된 ‘전하진의 인터넷에서 돈버는 이야기’의 업그레이드 판이다. 인터넷 사무공간 넷피스(Netffice)로 망해가던 한글과 컴퓨터를 되살린 저자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의 의미와 특성, 그로 인한 생활의 변화와 생존전략 등이 담겨있다. 북마크, 8,000원.

◐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한때는 성경 다음가는 베스트셀러였던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쉽게 해석했다. 서구인들에게 동양에 대한 신비와 희망, 꿈을 불어넣었던 책이지만 기존의 역서들은 13세기 지명과 인명을 그대로 쓰는 바람에 일반독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앙아시아사 분야의 최고 전문가 서울대 김호동 교수의 꼼꼼하고 쉬운 설명이 그 어려움들을 해소해준다. 사계절, 2만6,000원.

◐ 지식과 사회의 상

과학의 사회적 성격을 분석한 최초의 저작. 과학은 단순히 계산과 실험 위주의 학문이 아니라 사회 제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역설한다. 과학을 그 연구대상에서 제외시켜온 사회학계의 태도를 비판하고 새로운 과학사회학 이론을 창출한 책. 사회학자 뒤르켐에서 비트겐슈타인과 포퍼까지 광범위한 이론탐구와 새이론 창출 노력이 돋보인다. 한길사, 1만8,000원.

◐ 개인 독립 만세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로 뜬 김지룡의 신작. 그동안 우리 삶을 재미없게 만들었던 국가, 회사, 학교, 가정과 같은 공동체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을 찾으라고 외친다. ‘경쟁에 이기는 방법은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 말자’ ‘한눈 팔며 살자’ 등 저자의 톡톡 튀는 생각이 역설적이지만 상큼하다. 세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개인독립만세. 살림, 7,500원.

◐ 나는 55퍼센트 한국인

세계 각지에 흩어져사는 한국 출신 입양아는 20만명.‘고아수출국 한국’이라는 오명은 국민 소득이 1만 달러가 넘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이 버린 한국인들, 이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해외 입양인 출신 화가 조미희의 모국 체험과 뿌리찾기. 차라리 남대문 시장의 거지가 되고 싶다는 그녀가 들려주는 입양아들의 애환과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던진 충고다. 김영사, 6,900원.

◐ 당취

소설‘토정비결’의 제2부.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전후로 활약한 승병조직과 그 배후가 된 당취라는 비밀결사체의 활약을 그렸다. 일명 ‘땡추’라 불린 당취들의 활동을 통해 민초들의 의식과 그들이 주인되는 참세상의 열망을 보여준다. 요즘 유행하는 트랜디 드라마, 코미디 영화와는 달리 읽는 이에게 진지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명상, 전3권, 각7,500원.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04 16:17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