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

남북 정상회담의 ‘약발’이 채 한달도 가지 못하고 우리 사회가 또다시 갈등과 힘겨루기에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강경방침을 천명한 뒤 경찰이 롯데호텔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노조원을 연행하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금융노련은 2차 금융구조정을 앞두고 전면파업 움직임을 보이는 등 노동계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자금경색 현상은 더욱 심해져 대기업은 물론 상당수 중소기업이 도산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져 경제대란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의약분업은 준비부족으로 처음부터 뒤죽박죽 됐고 약사들은 약사법 개정의 향방에 따라 약국문을 닫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 곳곳이 삐거덕거리는 모습이다.

IMF 구제금융이라는 치욕적 사태는 벗어났지만 우리 사회의 개혁작업은 아직도 진흙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이해당사자간의 첨예한 대립을 지혜롭고 조정하고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우직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행태를 보면 스스로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의사의 집단페업에는 지나치리 만큼 인내심을 발휘한 정부가 롯데호텔과 지역의보 노조파업에는 경찰을 대거 투입, 노조원을 연행함으로써 법적용의 원칙이 없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부실금융회사 처리나 공적자금 투입과정에서 원칙없는 정책은 더욱 심각하다. 어떤 회사는 가차없이 퇴출시키면서 어떤 회사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현대그룹이 수시로 말바꾸기를 하고 있지만 정부는 눈치만 보고 있다.

햇볕정책이 남북화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온갖 비난과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시행됐기 때문이다. 국내 정책에서도 정부는 햇볕정책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곱지 않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04 18:54


송용회 주간한국부 songy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