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돋보기]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 등

◐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

시대를 잘못 선택해 버림받은 천재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 급진적인 공화주의자인 그는 1830년 프랑스 혁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스무 살의 나이에 체포돼 수감생활을 한 뒤 의문의 결투로 세상을 떠났다.

수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통찰한 갈루아의 기발한 발상과 콤플렉스, 정치 입문, 그리고 어이없는 죽음 등 기구한 한 천재의 삶이 19세기 초 파리의 혼란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저자는 자신의 석사 논문인 ‘프랑스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의 허구적 전기’를 기초로 이 책을 집필했다.

프랑스 혁명 후 낭만주의 시대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역사와 개인, 혼돈과 질서, 그리고 천재성과 자기 파괴의 열정사이에서 번민하는 천재를 시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이다. 이끌리오, 전2권, 각8,500원.

◐ 한국 생활사 박물관1,2

21세기 역사학의 화두는 일상생활을 다루는 생활사. ‘역사신문’ ‘세계사신문’시리즈를 내놓아 호평을 받은 사계절 출판사가 이번에는 생활사에 눈길을 돌렸다. 특별하고 비일상적인 사실만을 다룬 기존 역사서에 대한 반발인 셈.

선사시대부터 20세기까지 한국의 생활사를 전체 15권으로 다룬 대작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선사시대와 고조선 시대 다뤘다. 역사학, 고고학, 민속학 등 관련학계 전문가들과 국내 최고의 미술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준을 높인 것도 장점.

비주얼한 이미지에 익숙한 독자들을 고려, 40여 점에 달하는 그림과 200장이 넘는 사진을 실어 당시 생활상을 직접 눈으로 보듯 그리고 있다. 또 박물관을 직접 방문한 것처럼 꾸민 책의 구성도 돋보인다. 사계절, 각1만5,000원.

◐ 침대 밑의 인류학자

세계적인 인류학자 아서 니호프 교수가 50여 년간 학자로서, 또 70여 년간 한 남자로서 겪었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다양한 짝짓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썼다.

남자와 여자란 무엇이며 여러 문화권에서 남녀가 어떤 모습으로 관계를 맺는가. 자신은 물론이고 부모와 장인, 장모, 여자 친구 등 주변인의 침대 생활을 은밀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줘 흥미만점이다.

성담론이 시대적 화두인 요즘, 성에 대한 통속적인 고백록이나 수기와는 달리 인류학자가 직접 쓴 대중소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의 인류학자로서의 지식과 한 남성으로서의 경험이 가감없이 솔직하게 드러나 읽는 즐거움이 두 배다. 푸른숲, 전2권, 1권 1만2,000원 2권 9,800원.

◐ 중국 상인, 그 4천 년의 지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술에 능했던 중국인. 그러나 50여년간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체제 안에 묶여 있어 그들의 장기를 발휘할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등소평이 ‘사회주의 아래 자본주의’라는 캐치프레이즈 내건 후 그들의 상술이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어느덧 우리에게도 중요한 한 부분이 되어버린 중국 경제. 중국상인과 상도를 어떻게 연구해야할까.

과거 중국 상인들을 객관적이고 알기쉽게 서술했으며 때로는 전문적인 내용도 담아 독자들에게 지적 충족감을 선사하는 책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도 많아 흥미롭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중국상인들의 뿌리깊은 상도와 사고를 파악할 수 있는 인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가람기획, 9,000원.

◐ 증보판 한 권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101장면

북녘 동포들의 살아온 모습을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남북사이의 괴리를 좁혀 통일에 좀더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한 책. 정치와 이념보다는 생활상에 초점을 맞췄다. 6.13일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여 1996년에 출간됐던 ‘북한사 100장면’을 보완했다. 달라지고 있는 북한을 조망하여 평화통일에 대비했다. 가람기획, 9,000원.

◐ 장보고의 후예, 세계를 누비다

30년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근무하면서 느낀 15년 해외 근무 경험을 엮은 책. 중동에서 대통령 특사를 안내하다가 화상을 입은 일, 홍삼차 한 상자로 왕을 친구로 삼은 이야기, 브라질 직원들의 황당한 휴가 등 재미있는 일화들로 가득하다. 현지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미있게 묘사, 무역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초록배매직스, 8,000원.

◐ 남편과 함께 하는 태교데이트

태교는 임신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태아는 남편의 말을 더 잘 듣는다. 임신한 아내의 몸에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에 민감해져라. 그게 바로 예비 아빠의 임무다. 임신 중에 가져야할 섹스에 대한 태도, 예쁘고 똑똑한 아기 만드는 법, 태교를 남편이 함께 해야 하는 이유 등 임신에 대한 풍부하고 세심한 조언이 들어 있다. 중앙M&B, 8,000원.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서양 문명의 시각이 아닌 우리 자신의 시각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 신화 해석의 열쇠가 되는 12가지 열쇠라는 컨셉으로 신화를 재구성, 국내 정서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서술했다. 저자가 신화 유적지를 직접 돌며 촬영한 생생한 현장 사진도 일품. 책을 펴는 순간, 새롭고 재기가 번뜩이는 신화 해석을 접하게 된다. 웅진닷컴, 1만2,000원.

◐ 위대한 이인자들

우리는 영웅을 좇는다. 필요에 의해서든 본능에 의해서든 우리는 1등을 존경하고 그들을 따른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협력자로서 2인자는 항상 필요하다. 정치, 경영, 스포츠, 등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2인자들의 위대한 모습을 친근감있게 보여준다. 좋은책만들기, 9,000원.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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