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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순례(25)] 로열더치쉘

[다국적기업 순례(25)] 로열더치쉘

‘주주에 대한 책임’이 성장 원동력

석유 소비량만으로 따진다면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든지 이미 오래다. 석유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 한국의 하루 평균 석유 소비량은 216만5,000배럴. 미국(1,849만 배럴), 일본(565만 배럴), 중국(437만 배럴), 독일(282만5,000배럴), 러시아(253만5,000배럴)에 이어 세계 6위다.

한국에 이어 7~10위는 프랑스(204만5,000배럴), 인도(201만배럴), 이탈리아(195만5,000배럴), 브라질(180만5,000배럴) 순이었다.

한국의 석유 소비량은 급속한 증가추세에 있다. 지난해 하루 소비량은 1998년에 비해 15만5,000배럴이 늘어 7.6%의 증가율을 보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증가율인 3.6%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다. 한국의 이같은 에너지 과다소비 추세는 외화유출 뿐 아니라 장차 환경오염 등에서 국제적 압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석유없는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석유가 현대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자원이라는 데는 설명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석유에 대한 이미지와 석유를 생산하는 다국적 석유메이저의 이미지는 다소 다르다. 석유메이저는 필수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뭔가 음침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이같은 이미지 중 대표적인 것이 ‘국제정치적 음모’에 대한 의구심이다. 의구심은 다국적 석유메이저와 강대국 정부, 특히 미국 정부는 석유값 조절을 놓고 모종의 공통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추측에서 출발한다.

최대 원유생산지인 중동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과 전쟁도 석유메이저와 미국 정부간의 음모로 돌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중동지역의 정치적 갈등에서 일부 석유메이저가 개입했다는 부분적 증거도 있었다.


기업윤리에 바탕을 둔 업무수행

석유메이저는 종종 환경파괴의 주범으로도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은 석유메이저가 북해유전 개발을 둘러싸고 그린피스 등 국제적 환경단체와 충돌을 벌이면서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의 필수자원인 석유를 생산하는 기업이 그로 인해 공격받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다.

다국적 석유메이저들은 국제사회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자신의 활동방침과 기업윤리를 분명히 함으로써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메이저 중 하나인 ‘로열더치쉘’(이하 쉘로 표기)그룹을 보자. 쉘은 1976년부터 기업의 전반적인 목적과 활동지침을 ‘일반 업무수행 원칙’으로 정해 실시하고 있다.

쉘이 규정하고 있는 회사 차원의 정치활동 원칙은 정치적 중립이다. 쉘은 ‘정당이나 정치적 조직, 정치인에게 자금을 제공하지 않으며 정당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실시하고 있다. 쉘은 이와 함께 환경에 대한 공헌도 일반 업무수행 원칙에 포함시키고 있다.

‘건강, 안전, 환경문제를 주요 기업활동으로 간주하고 이의 개선을 위한 목표설정, 측정, 평가, 보고를 추진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쉘은 130여개국에 3,000여개 회사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석유메이저다. 세계적으로 직원 9만6,000명을 거느리고 정유공장 54개를 운영하고 있다. 1999년 총매출은 925억3,300만 파운드(154조5,300억원).

올해 한국의 총예산 93조원을 훨씬 뛰어 넘는다. 지난해 순익은 53억600만 파운드(8조8,610억원)였고 이중 연구개발(R&D)투자는 3억1,200만 파운드(5,210억원)에 달했다.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룹 전체 세후이익의 8.5%.


원유 연관 부가가치제품 생산

쉘은 에너지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업부문별 매출은 석유회사답게 석유와 가스 부문이 90.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원유탐사와 채굴, 정유업, 가스 및 석탄채굴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밖에 화학 부문이 9.1%, 기타부문이 0.6%를 점하고 있다.

특히 엔진·기어오일, 그리스 등 윤활유 사업에서는 세계 최대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쉘이 생산하는 윤활유는 연 290만톤으로 세계시장에서 8.4%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쉘이 최대의 석유메이저로 남아있는 것은 단순히 원유를 퍼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원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가가치 공업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쉘의 역사는 16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33년 영국 런던에서 조개껍질을 팔던 라르쿠스 사무엘이 쉘이란 이름으로 설립한 무역회사가 그 출발이다. 쉘은 1890년에 들어와 러시아산 석유를 극동지역에 판매하면서 석유회사로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로열더치쉘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07년 네덜란드 석유회사 로열더치와 합병하면서 두 회사 이름을 합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본사도 지주회사 형태도 런던과 헤이그에 각각 1개씩 2곳을 두고 있다.

쉘의 그룹 운영은 각국의 자회사가 사업 분야에서 운영에 전적인 책임을 지는 책임위임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면 한국쉘은 한국내에서 쉘 윤활유의 제조와 판매를 독자적으로 책임진다. 책임위임 방식은 각각의 자회사 내에서도 권한분산으로 나타난다.

실무진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다. 여기서 메이저들의 역할은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지도하고 조언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책임위임 경영은 공룡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쉘은 1994년 이후 3년간 연속으로 포천지에 의해 ‘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선정됐다.

쉘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9년 극동정유와 합작으로 극동쉘정유를 설립하면서부터. 1987년에는 한국쉘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쉘은 석유회사라기 보다는 윤활유 전문회사다. 쉘 윤활유와 그리스를 국내에서 제조, 판매, 수출하는 것이 주업무다. 한국쉘 주식은 본사인 쉘이 50%를 소유하고, 나머지는 한국증시에 상장돼 있다.


높은 종업원 만족도

한국쉘의 종업원은 123명. 부산에 본사 및 제유소 영업소를, 안양에 저유소, 서울에 지사를 두고 있다. 경기도 안산과 수원, 울산, 마산, 포항, 광양 등 전국 6곳에 출장소를 설치하고 있다.

한국쉘은 지난해 국내 윤활유 시장의 7%를 점유해 6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순익은 74억2,400만원. 윤활유 부문에서 한국쉘은 전체 쉘그룹 내에서 12번째 규모다.

한국쉘은 한국회사로 자임하고 있다. 종업원 만족도도 매우 높다. 1996년 경실련이 실시한 ‘기업의 사회적 성과 평가’에서 한국쉘은 종업원 만족도 항목에서 전국 상장기업 중 3위를 차지했다.

산업재해가 적고 직원교육·후생복지 수준이 높고 노사관계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6월1일 한국쉘은 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무재해 4배수 달성 인증’을 획득했다.

초대규모 다국적 기업으로서 쉘이 한국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주주에 대한 책임’이다. 쉘의 일반 업무수행 원칙 중 책임조항은 5개 부문으로 돼있다.

주주에 대한 책임, 고객에 대한 책임, 직원에 대한 책임, 사업상 거래선에 대한 책임, 사회에 대한 책임이 그것이다. 쉘은 이중 주주에 대한 책임을 ‘주주의 투자를 보호하고 적정한 투자이윤을 확보한다’고 정의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

재벌 일족이 경영권을 독단하며 주주의 권익을 무시하는 한국적 기업토양과는 분명히 다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8/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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