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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24)]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上)

[벤처 스타열전(24)]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上)

인터넷 게임 시대의 젊은 리더

엔씨소프트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만화 세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만화나 만화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캐릭터가 여기저기 서 있고 책상에는 환타지 만화가 쌓여 있다.

젊은이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개발, 인터넷 게임의 세계를 열어젖힌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모습도 젊은 만화가를 닮았다.

“안 그래도 지난달 대만에서 리니지 게임 서비스를 시작할 때 게임업체 사장답게 머리모양을 바꾸라고 해 염색을 했는데 영 어색하다”며 그가 먼저 고백을 하고 나왔다.

그러나 머리 모양은 그렇다 치더라도 혁대없는 멜빵바지에 ‘차이나 칼라’ 와이셔츠 차림. 386세대라지만 게임업체 사장이 아니라면 저렇게 튀어보일까 싶다.


'리니지' 동시 접속자수 세계 1위

김 사장은 게임세대다. 어릴 때부터 게임에 빠져 있었다. 흠뻑 빠진 컴퓨터 게임은 유닉스 체계의 로그(ROGUE)게임. “컴퓨터 게임에 빠져 밤도 많이 샜죠. 로그는 한번에 승부를 내는 게임이 아니라 던전 지하세계를 모험하면서 부딪치는 갖가지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엮은 것입니다. 당연히 시간도 길어지죠.”

그러나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인터넷 비즈니스로 바꿔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항상 천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는 김 사장은 그 운을 두가지로 요약했다.

“3년전 인터넷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를 만들 때 주변에서 모두 모험이라며 말렸습니다. 인터넷 시장이 큰 용량의 게임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IMF위기가 끝나면서 인터넷 벤처혁명이 일어났어요.

인터넷 사용자가 단숨에 1,000만명을 넘어서고 게임마니아도 덩달아 인터넷으로 몰렸어요. 또 PC방이 생기면서 누구나 쉽게 인터넷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게 우리에게는 행운이었어요.”

속된 말로 리니지는 스타크래프트 이후 대박을 터뜨렸다. 1998년 9월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뒤 회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난 4월에 2,000만명을 돌파했고 하루 동시접속도 5만명에 이르렀다.

대만에서 리니지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동시접속자수는 무려 7만을 넘어 소니사의 에버퀘스트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전국 1만5,000여개의 PC방 중 9,000여개가 엔씨소프트의 고객이다.

매출도 올 상반기에만 187억원을 기록, 이미 1999년(80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경상이익은 107억원. 게임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정도고 나머지는 기업 솔루션과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쪽에서 이뤄진다.

그는 리니지의 성공에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참뜻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인터넷상의 ‘패러다임 쉬프트’(흐름)를 제대로 짚은 것이다. 인터넷이 인간생활을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주도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먼저 알고 준비한 셈이다.


온라인 게임은 차세대 종합예술장르

PC게임은 크게 둘로 나뉜다. CD롬 타이틀 게임(네트워크 게임)과 온라인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다이블로2와 같이 패키지를 판매하는 게 CD롬 게임이고 온라인 게임은 수만명이 인터넷으로 같은 서버에 접속해 공동으로 즐기는 방식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1996년 ‘바람의 나라’가 처음 선을 보였고 대중화한 것이 바로 리니지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는 K기업의 김모(29) 대리는 “인터넷 게임이 영화보다 한수 앞선 종합예술 장르”이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이 접속해 즐길 수 있는 첨단 기술에, 화려한 그래픽, 우수한 디자인, 기막힌 스토리, 음향 등이 합쳐진 게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 실제로 게임 전문가들은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이 올해 내에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대명사가 된 리니지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환타지 만화(신일숙씨의 리니지)에서 따왔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배경이라든가 주인공 이름 등은 그대로라고 한다.

방식은 RPG(Roll Playing Game)게임. 참여자들이 게임 속의 주인공 역들을 맡아 승부를 펼치는데 거기에는 인간사와 다름없는 우정과 배신이 녹아 있고 마법사나 요정, 괴물과 싸워야 하는 모험이 따른다.

회사측에 따르면 리니지는 시나리오가 워낙 변화무쌍해 사용자들이 쉽게 식상해하지 않는 것과 수만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더라도 시스템 장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당시에 일반적이었던 486급 PC에서도 그래픽을 상당한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기술력이 인기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아래아 한글'등 소프트웨어 개발도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의 인기 때문에 ‘게임 산업의 대부’처럼 여겨지지만 대학과 대학원(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에서는 반도체 분야를 전공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취미로 뛰어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제3자가 보기엔 소프트웨어 개발이 취미가 아니라 프로급이다. 그는 아래아 한글을 이찬진씨(현 드림라인 사장) 등과 함께 개발한 4인방의 한사람이다.

지금도 이찬진씨를 ‘찬진이형’이라 부르며 피붙이 이상으로 여기는 그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한글타자배우기 프로그램인 한메 소프트도 그의 작품이다.

“아래아 한글을 개발할 때부터 하나를 만들더라도 오래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반짝하는 인기는 덧없는 것이니까요. 제 성격도 원래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오랫동안 몰두하고 하나를 가지면 잘 버리지 않아요. 학교 다닐 때 트레이드 마크가 신발이었는데 얼마나 오래 신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

대학시절 주변에서 김 사장의 이름은 몰라도 신발만 보면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런 끈질긴 기질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리니지를 성공시키는 내부의 힘이 아닌가 싶다.

한글 개발에 몰두했던 1989년이후 11년째 새벽 1-2시에 집에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버릇을 못버린다고 했다.

그러나 꼭 한번 목표를 수정한 때가 있었다. 대학원 박사과정때다. “아무 일도 없었으면 당연히 대학교수가 됐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잘 나가던 박사과정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7년간 사귄 첫사랑과 헤어지면서 박사과정을 그만 두고 현대전자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운명이란 그런 것 같아요. 그때 박사과정을 계속했다면 리니지는 없었겠죠.” 1991년 현대전자에 들어가면서 그의 운명은 180도로 바뀌게 된다. <계속>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8/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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